이진숙·강선우가 '파초선' 들어도 국민이 편안할까?

[기자의 눈] 李대통령 '태권브이' 조종법, 말 그대로 하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직자의 자세와 책임의식에 관한 지론이 확고하다. 국민을 대리해 공직자들이 행사하는 권한을 서유기에 나오는 괴력의 부채 '파초선'에 자주 비유했다.

14일 새내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이 대통령은 "한번 부칠 때마다 세상엔 태풍이 불고 천지가 개벽한다. 여러분 손에 들린 펜은 세상에 폭풍을 일으키는 파초선 같은 것이다. 그래서 권력이 무서운 것"이라고 했다.

갓 5급 사무관으로 임용된 공무원들조차 저마다 파초선을 든 권력자이기에 "눈도 깜짝 않고 까딱하는 손가락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삶이 달려 있다"는 책임감을 자각하고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돈이라는 마귀"를 멀리하라는 것이다.

공직사회는 실로 모든 국민의 삶을 좌우할만한 막강한 권한의 집합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선 공직사회를 "엄청난 힘을 가진 로보트 태권브이"에 빗댔다. 힘은 무쇠처럼 막강하지만 "조종실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하고, 영희가 타면 영희처럼 행동한다"는 비유다.

공직사회를 지휘하는 총책임자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인사권자, 최종책임자, 즉 대통령"이기 때문에 "지휘관에 따라 움직이는 게 의무"인 직업공무원들을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고 비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행정부 수반이자 군 통수권자 면허증을 악용해 내란으로 치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난폭 운행을 국정 2인자조차 뜯어말리지 못했던 태권브이의 무능을 전국민이 지켜본 바 있어 수긍할 만 했다. 아울러 새 대통령이 맵시 있게 조종해 국민에게 이로운 태권브이로 개조해주기를 기대했다. 철수와 영희를 재깍 구별해 '영혼 없음'을 고백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표변이 민망하긴 했어도.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좌)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모든 국정을 홀로 만기친람할 수 없는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19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을 지명해 '태권브이 조종실'을 새단장하는 중이다. 미관말직 공무원들도 저마다 파초선을 손에 든 마당에, 각자 맡은 분야를 통솔해 대통령의 국정을 보좌하는 조종실 탑승 고위 공무원들의 위력이야 두말할 게 없겠다.

이 대통령이 고르고 골라 국민 앞에 선보인 일부 장관 후보자들이 말썽이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 논문을 다반사로 표절했다고 한다. 그의 논문 표절은 "김건희 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교수단체 검증단이 입을 모았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보좌관들에게 변기 수리와 쓰레기 처리까지 떠맡겼다고 한다. 의정을 보좌하는 동료들을 머슴부리듯 대했던 그는 임금 체불로 두 차례 진정을 받은 사실까지 드러났다. 강 후보자는 정작 여성정책 의제인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선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뒤로 숨어 "뭘 하고 싶어서 장관이 되려 하는가"(민주노동당 권영국 대표)라는 빈축을 샀다.

이 대통령은 국민추천제를 통해 발탁된 이 후보자에 대해선 "내가 추천한 사람이 아니다"며 난감함을 토로했다고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이 전했다. 강 후보자에 대해선 "여성을 몇 명 써야 되는데 정말 사람이 없어서 큰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해 초대 내각을 알차게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건 이재명 정부가 처한 딱한 사정이다. 하지만 윤리적, 인격적 미성숙이 드러났음에도 이진숙보다 나은 교육부 장관, 강선우보다 나은 여성가족부 장관을 못 찾겠다면, 그게 태권브이를 조종하는 이 대통령의 실력이라는 평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첫 기자회견 때, 이 대통령은 인사 문제에 관한 우려를 불식하며 "임기가 있는 선출직 공직자와 달리 (임명직 공무원은) 내가 아무 때나 바꾸면 된다"고 했다. 태권브이가 고철 덩어리로 녹슬기 전에, 말 그대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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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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