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탈탄소' 한다면서 '정의로운 전환'엔 심드렁?

與 "21대 국회 때 관련 법안 폐기에 일조" 비판… 金 '탈원전' 정책에는 "과거 발언" 선 긋기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1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 있을 당시 석탄발전소 폐쇄 지역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강력하게 반대해 법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은 김 후보자가 '탈탄소'를 외치면서도 '정의로운 전환'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냐며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탈탄소 강조를 많이 하는데, 실제 내용을 보면 좀 다른 듯하다"며 "21대 국회 당시 산자위(상임위)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 특별법' 통과를 유일하게 혼자 세 차례나 반대해 결국 법안이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023년 6월 여야 의원 35명이 정파와 지역을 넘는 초당적인 특별법안을 제출했고, 충남, 전남, 경남, 인천, 강원 등 폐쇄될 석탄발전소가 있는 모든 지역 관계자가 모여 토론회를 하는 등 굉장한 동의도 얻었다"며 "그런데 후보자는 '에너지 믹스(원전, 재생에너지 등 종합 계획)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없다'며 혼자 반대하고 나가 정족수 미달로 결국 소위는 산회됐다"고 밝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탈석탄 정책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는 2038년까지 61기 중 40기가 폐쇄될 예정이다. 이에 해당 법안에는 발전소 폐쇄 이후 해당 지역 상권이 붕괴하고 대량 해고가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한 지역 지원기금 조성, 대체 산업 육성 체계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은 충남 보령·서천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2023년 대표 발의했으나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로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김 의원은 당시 김 후보자와 전국전력산업노조연맹 위원장 간의 면담 보고 문자 내용을 공개하며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장동혁 의원의 총선용 법안이라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게 맞느냐"며 "폐쇄가 예정된 지역은 인구 붕괴, 지역 내 총생산 감소 등 직격탄을 맞는데, 법안을 반대한 이유가 정무적 이유 때문이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해당 문자엔 '장동혁 의원 총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 '특정 정당 법안이라는 시각을 강하게 갖고 있어 설득은 어려울 것으로 보임'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당시 법안은 전체 (에너지) 계획에 따라 작성된 걸로 보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또 "(당시 상황은) 기획재정부에 붙잡히는 한이 있어도 일단은 통과시키자는 구상이었다"며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특정 지역에 특혜를 주거나 그렇게 법안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법안 내용을 본 사람은 누구도 이 법이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때 법안이 계류되고 2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말한다. 환경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때 통과시켜야 했다"고 비판했다.

"탈원전은 과거 발언" 일축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탈원전' 정책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땐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있었기에 원전의 설계 수명이 다 되면 중단한다 했지만, 이재명 정부는 원전의 안정성이 담보된다면 계속 운전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적절히 섞으면서 가는 게 한국 에너지 정책 방향이 돼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발언했다.

김 후보는 과거 문재인 정부 때 서울 노원구청장 시절 '탈원전이 대세'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김 후보는 이와 관련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고, 그땐 독일 메르켈 총리도 원전을 재가동하려다 멈춘 전 세계가 깜짝 놀란 때"라며 "이후 대체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되, 원전 안정성이 담보되면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정책 방향으로 세계적 추세가 변화했다. 저 때(발언을 한 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입장이 모호하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는 "최근에는 탈원전을 주장한 적이 없다"며 "모호하지 않게 잘 하겠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 '탈원전' 발언을 놓고 참고인과 설왕설래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나온 강창호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위원장이 김 후보자를 원전반대론자로 규정하자, 김 후보자는 "기후위기가 너무 심각하고 탄소를 빨리 퇴출해야 하니, 재생에너지는 간헐성(환경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변함), 원전은 안전성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들 두 전력원은 탄소 배출을 하지 않기에 적절히 섞어 빨리 탈탄소를 가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며 "그런데도 마치 제가 탈원전을 한다고 계속 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현재 한국 에너지 산업 구조상) 기저 전력원으로 원전이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규 핵발전소 추가 건설에 대해서도 "국민 공감이 필요하지만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에 대해 김 후보자는 "전체 발전량의 18.8%를 넘는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때는 목표가 재생에너지 기준 27.7%였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원전 비중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18.8% 대폭 낮춘 상황"이라며 "2050년 탄소중립까지 너무 먼 길을 달려야 한다. 27.7%까진 못 돼도 고삐를 죄서 중간 어디까진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 에너지 공기업을 반드시 동참시켜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한국전력 5개 발전 자회사를 두고 김 후보자는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을 포함해 재생에너지 중심 기업으로 전환돼야 할 시기"라며 "5개 발전사가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재생에너지에서) 공공이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IMF 외환위기 후 2003년부터 민영화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발전 계통 분할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지나고 보면, 현명한 선택이었는가 생각이 든다"며 "인위적으로 (계통을) 쪼개는 방식은 또 다른 피해를 낳기에, 현행체계를 잘 유지하면서도 새 구조에 맡게 한전 역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다만 대규모 전력이 생산되는 석탄발전소 등은 일방적으로 송전, 배전, 판매 등이 이뤄지는 일방통행 시대였다면, 재생에너지는 가까운 데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배전 중심의 방식"이라며 "현재 한전의 송전, 배전 시스템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전력망을 분산에너지 시대에 맡게 개편하되, 인위적 분할은 부적절하다 본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탈플라스틱' 정책 방향과 관련해선 "원천적으론 총량을 줄여야 한다. 꼭 쓰지 않아도 되는 건 원천 금지하되, 꼭 필요한 데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예로 들면 빨대를 꼭 써야 하나? 의료용 등을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환경부가 발표한 기후대응댐을 주민 반발이 심할 경우 폐지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댐이 꼭 필요한지, 주민 반발은 없는지 등을 정밀 재검토해서, 꼭 필요한 것만 추진하고 나머지는 양해를 구하고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신설될 기후에너지부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김 후보자는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 파트를 결합하는 안, 환경부의 기후정책 파트와 산업부의 에너지 파트를 떼서 부서를 신설하는 방안, 두 가지 방안이 거론되나 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며 "구체적인 조직 개편은 현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며 조속히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기구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국무조정실 산하)와 관련해선 실무 권한을 강화하는 개편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강득구 의원이 "기후 위기 대응은 다수 부처가 연계된 문제이기에 위원회의 급을 더 높여 위원장을 대통령이 맡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개인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맡는 게 맞다고 보나, 이는 대통령실과 상의해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 회복 지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024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정부가 책임 당사자로서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며 "단일 안이 아니라, 피해자의 상황에 맞춰 몇 가지 방안을 선택할 수 있게 해 방안을 다각화하는 게 맞다"고 발언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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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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