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맛보기' 대책이라는 첫 부동산 규제가 발표된 이후 언론과 유튜브, 전문가들이 해설과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경제뉴스N시선'에서는 경제신문을 비롯한 여러 언론이 뭐라고 보도하는지를 정리하면서 약간의 의견을 덧붙인다.
◎ 기습적 대출 규제, 시장에 찬물
다수 언론은 6.27 대출 규제를 ‘초강력 대출 규제’라 불렀고, 규제 이후의 전망은 '관망세'로 예상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달 대출 규제 이후 생애 최초 부동산 매수자가 늘어나는 분위기는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올 6월까지 서울에서는 생애최초대출이나 신혼부부 특례, 신생아 특례 등을 활용해 생애 첫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이 7178명으로, 문재인 정부 시기의 부동산가격 급등기인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집값이 크게 오를 것 같다는 불안감에 수요가 집중된 것이다. 그 매수 열기에 찬물을 한번 확 끼얹은 것이 이재명 정부의 6.27 대출 규제였다.
<이데일리>는 직방의 6.27 이전과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분석을 인용, 6.27 이후 서울 아파트 신고가 거래 건수가 74% 감소했다고 전했다. 거래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신고가 거래 건수의 감소는 당연한 결과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은 0.29%로 직전 주(0.40%) 대비 0.11%p 감소했다. 강남 3구와 강동구, 마포구, 성동구 등 6.27 이전에 매매가격 상승률이 올라가고 있었던 지역의 상승률도 낮아졌다. 다만 상승률이 낮아졌을 뿐이고 아직은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2주가 지난 지금, 서울 집값의 상승 폭은 둔화했고 '패닉바잉'도 멈췄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전히 집값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진단이다.
이재명 정부의 6.27 대출 규제는 시장의 예상을 깨뜨린 측면이 있다. 원래 수요자들은 조정지역 확대 지정과 핀셋 대출 규제 정도를 예상했을 텐데,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제한하고 6개월 내 전입 의무(주담대를 이용해 수도권과 규제 지역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생애최초 및 정책대출을 이용할 경우)까지 부과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로 갭투자를 제한했고, 금요일에 발표한 대출 규제를 바로 다음날부터 시행했다.
그래도 '초강력' 대책이라는 것은 언론의 호들갑에 가깝다. 생애최초대출의 LTV를 80%에서 70%로 줄이고 각종 정책대출 한도를 20% 정도 줄인 것을 '초강력'이라고 부르긴 사실 애매하다. 10억대 전후 주택을 대출 끼고 매수한다거나 생애최초 LTV 70%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수하는 선택은 여전히 가능하다. 정책대출의 경우 최대 한도까지 대출을 받으려던 수요자가 아니면 아직 큰 타격은 없다. 자칫 잘못하면 아직 주택가격이 급등하지 않은 지역들의 주택가격이 골고루 올라갈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시장과의 기싸움에서 정부가 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기지도 않았다.
그래서 <쿠키뉴스>는 "싸움은 지금부터"라며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락가락하지 말라는 얘기다.
◎ '똘똘한 한 채'를 잡아야 한다?
6.27 이전에 서울에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외에도 마포·양천구의 아파트 가격이 2020∼2022년 급등기의 고점을 넘어섰다. 투자 열기가 강남권에서 이른바 '한강벨트'로 옮겨가고, 다시 노원구와 도봉구 일대로 번져가고 있었다.

<이데일리>는 6.27 대출 규제가 발표되자 한강벨트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똘똘한 한 채 선호도가 여전히 유효한만큼 가격 내림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는 대출 규제만으로 서울의 집값 과열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분산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다주택자 규제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보도했다.
<매일경제>가 말하는 '다주택자 규제'란 세금 중과를 뜻한다. 세금을 '규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이지만 그렇다 치자. <매일경제> 기사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완화할 구체적인 방안을 조목조목 제시한다. "가장 급한 건 종부세 가구 합산 금액을 개편하는 일"이지만 "합산 방식을 당장 바꾸기 어렵다면 다주택자에 대한 공제 기준 한도를 올리는 것도 방법"이란다. 또 지방 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 수에서 아예 빼달라고 주문한다. 다주택자 세금 줄여주기에 대한 <매일경제>의 열정이 느껴진다.
주택·건설 단체들과 부동산 투자 유튜버들도 같은 논리를 편다. 똘똘한 한 채를 유도한 정책이 부동산 초양극화를 불렀고, 이제는 서울 주택가격 급등과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다주택자 세금 중과를 폐지하고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종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의 건설 일자리' 같은 명분도 동원된다.
현상에 대한 진단이 틀린 건 아니다. 서울 몇몇 지역의 아파트로 투자 수요가 몰린 것은 주택을 자산으로 보고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다. 비수도권의 일자리 부족과 인구 유출, 제조업 부진과 경기 침체, 교육과 기회 요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중과하는 현행 제도 역시 똘똘한 한 채 현상에 기여한다. 지방에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하는 것보다 서울 한 채에서 양도차익을 얻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시기에 고가주택에 대한 보유세 감세 조치까지 이뤄지면서 서울의 고가 아파트는 더 매력적이고 안전한 자산이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2021년 SH공사 사장으로 내정되었다가 강남 다주택자 논란으로 낙마한 김현아 전 의원이 옳은 말을 했다. "보유 주택의 개수와 상관없이 1채의 주택을 보유했다 매각할 때라도 양도차액이 많으면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이코노미스트) 1주택자에게 부여되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의 과도한 세제 혜택을 손질해 '똘똘한 한 채'의 공식을 깨자는 것이다.
◎ 풍선효과, 있다 vs 없다

6·27 대출 규제는 주로 15억 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 수요를 억제한다. 그래서 6억 원 대출 제한이 있어도 주택 구입이 가능한 '10억 미만 서울 아파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으로 정책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언론의 시각은 엇갈린다.
<헤럴드경제> 기자는 노도강 지역의 공인중개사들을 직접 만나서 물어봤다. 그러자 예상했던 풍선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출 규제 발표 후 문의가 늘지 않았다는 것.
<서울신문>은 "노도강 일부 집주인들은 호가를 높이려 기존 매물을 거둬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서도, 해당 지역의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니투데이>는 서울의 7개 자치구에서 정책 풍선효과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소형 신축 단지는 가격대가 10억 원대 이내여서 대출 규제가 있어도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아직 2주 남짓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아 풍선효과의 유무를 확인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숫자로 확인되는 것도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및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 폭이 감소했지만 서울 강서구, 관악구, 구로구, 금천구의 상승 폭은 오히려 커졌다.
인터넷에는 이미 6.27 대출 규제의 수혜 지역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나 단지 리스트가 돌아다니고 있다. 정부가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
◎ 전월세가 걱정이다?

<중앙일보>는 "갭투자가 줄면 전세 매물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 가격 상승"을 우려했다. YTN 역시 "최근 시행된 초강력 규제로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 투자가 매우 어려워지면서 전세 물건이 유통될 길이 사실상 막혀버렸"다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했다.
<서울경제>는 KB부동산 통계를 인용해 지난달 30일 기준 전세거래지수가 규제 전보다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제한에 전세입자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변경하는 데다 전세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1억 원으로 축소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를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경제>가 예로 든 '메이플자이'라는 아파트는 정부 대출 규제 날짜와 입주일자가 겹친 특수한 사례다.
<매일경제>는 6월 27일부터 7월 4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 계약(1148건) 중에 548건은 갱신권을 사용하지 않고 재계약한 사례로 "대부분 임대료를 상당액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또 <매일경제>는 6.27 대출 규제로 매입 수요가 감소하면 임차 수요가 늘어나고, 전세난과 월세 전환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보도를 보면 그 의도가 궁금해진다. 전세 물건이 부족해질 수 있으니 갭투자를 규제하지 말라는 것인가? 그동안 갭투자가 전세사기의 원인이 되고 정부 부동산 규제를 무력화하는 통로가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게다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6.27 대출 규제 이전에도 20주 연속(KB시세 기준) 상승하고 있었다. 갭투자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보장은 없다.
◎ 규제의 빈틈 또는 우회로

이번에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우회 수단은 사업자 대출이었는데, 이재명 정부는 지난 9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하면서 사업자 대출도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P2P 대출이나 대부업체 등 사금융 시장에 대해서도 현장점검 계획이 있다고 한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우회 방안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데일리안>은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매매와 전세 계약을 각각 다른 날에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방법과 "매도인이 집을 팔면서 해당 주택에 전세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고 보도했다. 주담대 이용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있지만 거주 기간에 대한 제한은 없으므로 잠깐만 전입하는 등의 편법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땅집GO>는 6·27 이후 서울에서 '10억 원 안팎의 아파트 추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전세 낀 매물을 매수하는 '전세 승계 매매'라는 우회 방안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서 최근 "전세 낀 매물"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도 전했다. 정부가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이다. 갭투자는 아직 '차단'된 게 아니다.
정부의 후속 대책이 관건이다. 어떤 정책이든 간에 방향이 분명해야 하고 뚜렷한 의지가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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