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가라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정부가 대피 지원…이란 교민, 제3국으로 이동

이란 교민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무사히 대피…이도희 여자배구 감독, 이기제 축구선수, 이란인 등도 포함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에 체류하던 교민들이 현지에서 인접 국가로 안전하게 대피했다. 현재 이들은 제3국에서 한국 등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외교부는 "이란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23명이 주이란대사관과 현지에 급파되어 있던 외교부 신속대응팀(단장 : 임상우 재외국민보호 및 영사 담당 정부대표)의 지원에 이날 저녁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무사히 대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조치는 현지 체류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 노력의 일환으로서, 외교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두고 해당 국민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이번 대피를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대피 인원은 주이란대사관에서 임차한 버스 2대에 나눠타고 2일(월) 오전 대사관 직원들의 인솔 하에 출발했고, 중간 기착지에서 1박 후 3일(화) 저녁 이란-투르크메니스탄 국경을 넘어 안전하게 입국 수속을 마쳤다"라며 "현재는 주투르크메니스탄대사관에서 임차한 버스를 이용하여 수도 아시가바트로 이동 중이며, 내일 한국 또는 제3국으로 개별 출국 예정"이라고 밝혔다.

▲ 2일(현지시간) 주이란대한민국대사관에서 관계자들이 교민 대피를 위해 준비중에 있다. ⓒ외교부

이들 중에는 주이란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가족들도 일부 포함됐다. 또 전 여자배구 국가대표였던 이도희 이란 여자배구 국가대표 감독과 이란 프로축구 리그에 진출했던 전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이기제 선수도 함께 이동했다. 여기에 한국 국적자와 가족관계에 있는 5명 미만의 이란 국적자도 대피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동 경로와 관련해 3일(한국시간)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외국인이 입국하면 사흘 내로 출국해야 한다. 그래서 도착 이후 가장 빠른 항공편을 예약해 제3국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한국으로 오는 직항이 없어 수도인 아시가바트 국제공항에서 제3국으로 출국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행을 원하는 교민의 경우 튀르키예의 이스탄불로 이동한 뒤 귀국하는 경로를 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 당국자는 "(2일) 새벽에 교민들이 출발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테헤란에 공습이 있었다"며 "안전을 철저히 챙기면서 대피를 진행하고 있는데 안개가 많아 속도가 떨어지기도 했다"라고 긴박했던 대피 과정을 전했다.

그는 "지금 라마단 기간이라 해가 떠 있을 때 문을 연 식당들이 없어 식사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대사관에서 출발할 때 아침과 점심식사를 모두 준비해서 떠났다"라며 "이란의 인터넷도 거의 마비된 상태라 대사관이 가지고 있는 통신 장비 통해 이동하는 철수 인력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본부에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군 기지가 있는 다른 중동 국가들에 체류하는 교민들에 대한 대피 계획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바레인, UAE(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미군기지 소재 국가에 공격이 있는데 다행히 우리 국민 피해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라며 "국민 안전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 대비하면서 필요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지역에 단기 체류하고 있는 인원들이 항공편이 적어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에 외교부 당국자는 "가능한 항공 정보를 수시로 저희들이 제공하고 있다"라며 "항공편 재개를 기다려서 귀국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오만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영공 개방된 곳 감안하면서 어디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2일 투르크 메니스탄으로 대피하기 위해 현지 교민들이 주이란대한민국대사관에 도착해 물품 등을 수령하고 있다. ⓒ외교부

한편 이스라엘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과 동포 66명도 주이스라엘대사관 지원 하에 3일 늦은 오후 이집트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외교부는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공관원·공공기관 가족 9명을 포함한 국민 62명과 미국 국적 동포 4명 등 66명과 더불어 단체 관광객인 단기 체류자 47명 등도 국경에서 합류해 이집트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또 외교부는 바레인에서는 2일 오후 2명이 주바레인대사관에서 임차한 버스를 이용하여 사우디아라비아에 무사히 도착했으며, 이라크에서도 2일 오후 대사관 영사 동행 하에 2명이 튀르키예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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