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임박은 뉴스 속 얘기"…가자 카페 공습으로 41명 숨져

NYT 칼럼 "가자 고통 항의조차 반유대주의 선동으로 몰려" 지적

오는 7일(이하 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동할 것으로 보도되며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오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학생들이 몰린 카페를 공습해 수십 명이 숨지는 등 가자지구의 고통은 심화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지지하는 가자지구 제한적 구호 현장 인근에서 한 달간 500명이 넘는 가자 주민이 숨진 가운데 세계 170곳 구호단체는 유엔(UN) 주도 구호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반유대주의를 빌미로 한 하버드대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이어갔다.

미 CNN 방송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항구 근처에 위치한 한 카페가 이스라엘 공습을 받아 최소 41명이 숨지고 75명이 다쳤다고 이 지역 알시파 병원의 모하마드 아부 실미야 원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카페는 이스라엘에 의해 봉쇄돼 모든 물자가 부족한 가자지구에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드문 공간으로 학생, 언론인, 원격 근무자 등이 애용했다고 한다. 실미야 원장은 CNN에 인터넷 접속을 위해 카페를 방문한 많은 학생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사상자가 여성과 어린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다른 언론인들에 따르면 이 카페에서 작업하던 프리랜서 기자 이스마일 아부 하타브도 공습으로 숨졌다고 방송은 전했다. 가자지구 언론국은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래 이스라엘 군사 작전으로 인해 가자지구에서 언론인 22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살미야 원장은 병원에 중환자실 침상과 마취제가 부족해 부상자들이 병원 바닥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송된 부상자 일부가 숨지며 사망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 방송,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등 다른 언론에선 이 카페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소 20~39명에 이른다고 보도됐다.

알자지라는 목격자 야히아 샤리프가 "사람들이 갈기갈기 찢기는 모습을 봤다"며 "이 장소는 어떤 정치 및 군사 조직과도 관련이 없다. 생일잔치를 하는 아이들을 포함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해당 공격이 "아무 경고도 없이" 가해졌다고 덧붙였다.

CNN은 이스라엘군(IDF)이 해당 사건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으로 또 다른 수십 명이 숨졌다. <로이터> 통신은 가자 보건 당국을 인용해 30일 가자시티 남서부 및 자이툰에서도 각 13명, 1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이날 가자시티 폭격 대상에 수백 명이 피난 중이던 야파 학교도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흐에 위치한 알아크사 병원 안뜰에서도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인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병원 부지에 피난민 수천 가구가 몰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호단체 공동성명 "배급소가 학살 현장 돼이스라엘 주도 구호 끝내고 유엔 구호로 복귀를"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지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 구호품 배급소 인근에서 주민들이 숨지는 일도 이어졌다. <AP> 통신은 30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 배급소 인근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주민들의 주검이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나세르 병원은 최남단 라파의 가자인도재단 배급소 인근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알자지라는 나세르 병원 소식통을 인용해 칸유니스 배급소 인근에서 최소 15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AP>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칸유니스 가자인도재단 배급소에서 유일하게 허가된 경로를 따라 돌아오던 길에 총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는데, 배급소에서 3k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수십 명의 다른 주민들과 함께 걷고 있다가 다리에 총을 맞은 유세프 마흐무드 모키마르는 통신에 이스라엘군이 자신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발포했다"고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전차(탱크)와 다른 차량을 타고 그들을 향해 달려오며 경고 사격 뒤 발포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구하려던 한 남성도 총을 맞았고 이스라엘군이 어린이 3명을 포함해 6명을 구금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구호품을 가로챈다고 주장하며 기존 유엔(UN)을 통한 구호를 제치고 가자인도재단을 통한 제한적 구호를 허용한 5월 말 이래 구호품을 받으러 가던 팔레스타인인들이 배급소 인근에서 연일 숨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옥스팜, 국제앰네스티 등 세계 170곳 비정부기구(NGO)는 1일 공동성명을 내 가자인도재단을 포함한 이스라엘 주도 구호를 끝내고 유엔 주도의 구호품 배급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은 가자인도재단 배급 과정에서 채 한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팔레스타인인 500명 이상이 숨지고 거의 4000명이 다쳤다며 배급소 인근이 "반복적 학살 현장"이 됐다고 규탄했다.

성명은 400곳의 유엔 배급소가 4곳의 가자인도재단 배급소로 대체됐다고 지적하며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더 좁은 지역에 몰아넣는 것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계획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각국이 "군이 통제하는 치명적 식량 배급과 구호 전면 봉쇄 중 택하라는 잘못된 선택지를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P>에 따르면 30일에만 총 74명 이상의 가자지구 주민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숨졌고 알자지라는 그 수를 95명으로 집계했다.

가자시티 출신인 살라흐(60)는 <로이터>에 "뉴스에선 휴전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현장에선 죽음과 폭발음 뿐"이라며 "폭발은 절대 멈추지 않고 학교와 집이 폭격 당한다"고 토로했다. 공습 당한 가자시티의 한 학교 잔해에 서 있던 피난민 아마니 스왈하는 "우린 단지 숫자나 사진이 아니다. 매일 이렇게 죽는다"며 "우리에게도 존엄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호소했다.

트럼프, 7일 네타냐후 만날 듯…백악관 "가자 분쟁 종식이 트럼프 최우선 과제"

가자지구 휴전에 대한 기대는 이어지고 있다. 30일 <AP>는 복수의 미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7일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내로 가자지구 휴전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두 정상의 회동에서 휴전 관련 진전이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30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 당국자들이 이스라엘 지도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가 가자 분쟁 종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은 이번 주 미 워싱턴에 머물며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29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 사안에 정통한 아랍 외교관과 미 당국자를 인용해 더머 장관이 워싱턴에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가자 전쟁 종식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휴전 중재국들은 이스라엘이 이집트 카이로로 대표단을 보내 이견을 조율하기를 원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회담 전 미국과 미리 말을 맞추기 위해 더머 장관을 워싱턴으로 보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덧붙였다.

'가자지구 고통에 대한 항의가 반유대주의인가'

한편 30일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틀 전 세계적 음악 축제인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공연 중 "IDF(이스라엘군)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친 영국 그룹 밥 빌런의 미국 비자를 "혐오 발언"을 이유로 취소한다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밝혔다.

해당 공연에서 이 그룹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집단 학살"과 "전쟁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친 뒤 이스라엘군 반대 구호를 외쳤고 관람객들은 이러한 구호를 따라 외쳤다. 30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경찰이 밥 빌런에 대한 "혐오 범죄" 관련 수사를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관련해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미셸 골드버그는 30일 칼럼에서 밥 빌런의 행위는 "선동적"이었고 "정당화할 수 없"으며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느끼는 "혐오감과 두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왜 그토록 많은 이상주의적 젊은이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가자지구 파괴에 염증을 느끼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옹호자들은 이스라엘 옹호자들이 너무 자주 외면하는 가자지구의 비참한 삶과 고통 수준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이러한 고통에 항의하거나 단순히 묘사하는 것조차 반유대주의 선동으로 몰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버그는 배급소로 향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에 이스라엘군이 총격을 가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이스라엘 국가는 반유대주의와 무관한 이유로 비난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및 서방국들이 가자지구 전쟁 반대 및 팔레스타인 지지 목소리를 반유대주의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짙은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반유대주의를 정치적으로 적극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미국 전역 대학에서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가 일어난 것을 빌미로 유대인 학생을 보호해야 한다며 대학들에 유학생 정보를 요구하고 입학 및 고용, 다양성 정책(DEI)에 이르기까지 대학 정책을 정부 입맛에 맞춰 바꿀 것을 압박해 왔다.

30일 미 CBS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이러한 대학 통제 시도에 공개적으로 저항 중인 하버드대에 서한을 보내 이 대학이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를 만연하게 해 인종, 피부색, 출신국에 따른 차별을 금하는 시민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연방 자금을 잃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버드대는 대학이 반유대주의 보고서를 공유하고 관련 정책을 강화했다며 정부 의견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6월3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한 카페의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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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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