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네타냐후 닮아가나…부통령·국무장관은 아니라는데 이란 '정권교체'까지 언급

트럼프 핵 시설 공격, 위헌적이라고 지적한 공화당 하원의원에 "내쫓아야 한다" 격앙된 반응 보여

이란을 공격한 미 정부 당국자들이 더 이상의 공습이 없다며 상황 안정에 나섰지만, 이들의 입장 발표가 무색하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권 교체를 언급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으로부터 어떤 대가도 받지 않았다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도 계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22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계정에서 "'정권 교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없다면 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겠나"라며 "미가!!!(MIGA·MAKE IRAN GREAT AGAIN,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게재했다.

앞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의) 정권 교체는 우리가 추진하는 목표가 결코 아니다"라며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한지 몇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와는 반대되는 발언이다.

또 J.D 밴스 미 부통령이 이날 미국 방송 NBC의 <미트더프레스>에 출연해 미국이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미국의 개입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일축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이란 측에 여러 채널을 통해 직접 및 비공개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이란 측으로부터 간접적인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미 당국자들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대화나 협상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이란 핵 시설의 피해는 '기념비적'"이라며 "타격은 강력하고 정확했다. 우리 군은 뛰어난 기술을 보여줬다"라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국민이 일어나야 하며 이스라엘 작전이 정권 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이것이 불안정과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부통령, 국방장관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왜 정권 교체 가능성을 시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일찌감치 군사 행동으로 마음을 정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국 방송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부터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에 강하게 기울어 오다가 고위 참모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언론에 2주 안에 행동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자신의 진짜 의도를 감추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시설 공격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언론 보도에 불만을 가졌다"며 "2주간의 유예 기간 발표가 이란을 혼란에 빠뜨리고 자신의 계획을 은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미국의 개입에 공개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스티브 배넌과 점심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성명을 발표했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지시를 알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신호였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그가 이란에 대한 행동에 대해 며칠 전부터 이미 마음을 정해 놓은 것으로 믿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공격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매일 국가안보보좌관들과 직접 만나고 있으며, 하루 종일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일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선거 구호) 운동가들에 대해서도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을 두고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던 공화당 소속의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마가가 아니다"라며 "마가는 그를 원하지도, 알지도, 존중하지도 않는다"며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시설 공격에 대한) 수많은 찬사에도 불구하고 이 '경력 없는' 하원의원은 이란에서 훌륭하게 이뤄낸 성과에 반대한다. 매시는 약하고 무능하며, 아무리 좋은 제안이라도 거의 모든 것에 '반대'를 표한다"며 "그는 우리 군대와 그들이 대표하는 모든 것에 무례하며, 어제 공격에서 보여준 그들의 탁월함과 용맹함을 인정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가는 이 한심한 패배자 토마스 매시를 내쫓아야 한다"며 "좋은 소식은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훌륭한 미국 애국자가 매시와 맞붙을 것이고, 저는 켄터키에서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할 것이라는 것"이라며 매시 의원을 의회에서 쫓아내겠다는 발언까지 하기도 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이란의 포르도 핵 시설이 실제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현지 및 외신 기자들과 사전에 녹화된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 시설이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지만, 피해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상황을 검토할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핵 시설로 인한 위협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방송 CNN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폭격을 사전에 통보받았으며, 이번 작전에 어떠한 조건도 부과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미군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하는 대가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의 전쟁 종식을 약속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란의 400kg 농축 우라늄 저장고가 어디에 있냐는 CNN의 질문에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저장고 위치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 정보를 매우 면밀히 추적해 왔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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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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