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내란종식·국민통합 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최창렬 칼럼] 절제와 협치가 성공의 필요충분조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내란 종식, 경제 회복, 국민 통합은 일견 별개로 보이지만 상호 연계되어 있는 영역들로서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핵심 국정 과제들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이념의 굴레에 갇힌 역사적 사건의 명확한 성격 규정과 진실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무수한 갈등과 편견을 야기했고 정치사회적 대립과 갈등 등 양극화의 원인이 됐다.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어 있고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자 미래는 현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내란 종식은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물론 내란 종식이 정권의 선명성을 높이고 상대를 옥죄는 도구로만 활용돼선 안 된다.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상황은 '과거'를 어떻게 대하느냐의 국정철학과 직결되어 있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 중이고 내란 관련자들 역시 구속재판 중이지만 계엄 모의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기획되었을 수 있다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내란 특검의 기간은 거의 6개월에 이를 수 있다. 특검이 본격화하면 '내란'과 관련한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릴레이 중계식으로 보도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다수를 점하고 있는 집권 세력이 내란 프레임을 활용하여 야당을 제압하려는 명분으로 삼고 싶은 유혹에 노출될 수 있다. 지난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수사는 지양하고 '짧고 좁게, 그러나 단호하게'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지표로 정했고,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핵심가치로 지향했다. 윤석열 정부의 지향점은 불분명했지만 종북세력과 전체주의 등의 카르텔 척결을 정권의 과제로 강조했다. 세 정권은 전임 정권을 부정하고 사정 정국으로 정권 초기에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이렇듯 한국 대통령제는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로 현재 권력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과거 정권을 악으로 규정했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목표로 했지만 정작 박근혜는 비정상의 극치인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폭망했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과거와 싸웠지만 무능한 정부로 낙인찍히고 과도한 수사로 윤석열이라는 '기괴한'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했다. 어설픈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임대차 3법, 비정규직 제로 등의 정책들은 부작용만 초래했다.

압도적 다수의 여대야소 정국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과반을 넘지 못하고 김문수 후보를 찍은 유권자가 41%에 달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반대자들은 언제라도 정권에 시비를 걸 채비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당장의 시금석은 야당이 반대하는 노란봉투법, 상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에서 여권이 어떠한 운영의 묘를 보일 것이냐가 될 것이다.

내란 수사와 경제 회복은 통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통합은 내란특검과 경제 회복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인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보수 진영의 거물들이던 김종필, 박태준, 이한동을 세 차례 총리에 기용했다. 그리고 노태우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김중권을 대통령비서질장으로 임명했다.

내각제는 다당제를 통한 연립정부가 가능한 권력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집권 내각이 여러 다양한 정파로 구성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내각제에서 극심한 진영 대결과 양극화가 극성을 부리지 못하는 이유이다. 대통령제에서 이러한 내각제 권력구조가 갖는 장점을 차용하기 위해서는 상대 진영 인사의 내각 참여를 통하여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비서실장 등의 인선이 있었지만 앞으로 많은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 검찰 위주 인사 등 독단적이고 민심과 동떨어진 인사가 초래한 지지율 하락과 야권과의 갈등이 무모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하지 않았는가. 이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인사의 다양성과 야당 인사의 국정 참여 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언론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다각도로 야권과의 접촉면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대야소 정권에서 '제도적 자제'와 함께 집권세력이 야당에 협치의 물꼬를 트는 발상의 대전환도 필요하다. 집권 100일 동안 이러한 기틀을 닦는다면 이재명을 반대했거나 방관했던 60%의 유권자(투표율 79.4%를 감안하면 적극적인 이재명 지지자는 40% 정도)는 정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개회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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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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