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뒤 당 수습 방안을 두고 9일 마라톤 의원총회를 벌였지만 당내 의견그룹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당장 당을 이끌 지도체제 재구성을 놓고 의원들 간 의견이 팽팽히 나뉘면서 장시간 난상토론에도 결론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거취 문제를 포함해 대선 패배에 따른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 애초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의총에서 같은 안건을 두고 논의를 벌였지만, 결론에 도달하지 못해 이날 의총을 다시 열었다.
의총은 안건은 크게 이달 말까지인 김 위원장 임기 연장에 관한 문제와 새 지도부 선출 여부 등이 꼽혔다. 김 위원장이 전날 제안한 '9월 초 전당대회 개최' 등 당 개혁 방안에 대한 의원들의 동의 여부도 논의 대상이었다.
친한동훈(친한)계는 대체로 김 위원장의 제안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특히 9월 초 전당대회까지 김 위원장이 직무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경태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에게 "친윤석열(친윤)계 성향 의원들은 김 위원장에 대해 상당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심지어 '빨리 물러나라'는 말도 있었는데, 저는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이 그나마 어제 혁신안을 낸 것이 우리 당을 살리고, 더 나아가서 내년 지방선거를 잘 대비할 수 있는 그런 안이다. (김 위원장) 임기를 다음 새 지도부가 구성될 때까지는 가야 한다는 입장을 (의총에서) 밝히고 나왔다"고 말했다.
우재준 의원은 "김 위원장이 잘했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며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개혁안) 디테일에 있어서는 각자가 조금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하는 분도 있는데, 전반적으로 잘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친윤계는 김 위원장 임기 연장은 물론, 김 위원장이 제안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강제 교체 논란에 대한 당무감사 등 개혁안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비공개 의총 발언 전문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강승규 의원은 "개혁안이라는 것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리 느껴질 수 있고,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무제한 토론 등의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당의 중지를 모아야 할 일이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비대위원장이 홀로 결론 낼 문제는 아니"라며 "부디 신중한 혁신안을 같이 원점에서 고민해 보자"고 말했다.
박덕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선거를 가급적이면 빠르게 진행하는 게 좋겠다"며 "(대선후보 교체 논란) 당무 감사는 반대가 엄청 많다"고 전했다.
의총 도중 장내를 나선 의원 다수가 '오늘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총에 앞서서는 3선 의원들과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각각 모여 당의 진로에 관해 의견을 공유했다. 다만 선수 단위의 논의 자리에서도 중지를 모으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제안한 당 쇄신 방안과 그의 거취를 포함한 당 진로를 전당원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형두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제안한 의제와 전당대회 일정 등을 신속한 당원투표로 결정하는 게 좋겠다"며 "당원투표가 당의 집단(적) 지혜를 모아주는 최고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본인도 이날 의총 도중 전당원투표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의총 모두발언에서 "어제 개혁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고, 심지어는 제 개인 신상에 대한 비난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제가 여기 계신 의원분들 중에 나이로는 막내지만, 비대위원장이라는 지도자답게 의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품고 희망을 녹여내겠다"며 "품격 있게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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