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와의 동행이라면서 10대 여성 내쳤다"…십대여성건강센터 폐쇄에 반발

'나는봄' 이용 청소년 "운영 종료 청천벽력…청소년 외면하는 정책이 행정인가"

전국 최초·유일 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운영 종료를 앞두고 청소년과 실무자들이 서울시에 항의 서한을 보내며 센터 폐쇄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폐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운영 종료는 청소년 건강권을 침해하고 실무자의 노동권을 파괴하는 비인권적 행정"며 센터를 지속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센터 종사자 이가희 씨는 "서울시는 전문성을 갖춘 수탁기관 공모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사업 종료를 선언하고 내년 1월 기능을 보강한 새로운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절차상 수탁기관 공모와 심사, 협약 체결과 운영 안전화까지는 최소 1년 이상 소요되는데 그사이 위기청소년들은 의료, 상담, 긴급지원의 공백 상태에 놓인다"며 "이는 단순 운영 전환이 아니라 청소년의 생명권과 건강권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이 씨는 "임신, 피임, 성폭력 피해, 정신건강 문제 등 고도의 민감 정보를 다루는 기관에 대해 시는 보관·파기·이관 절차, 이용자 고지 및 동의 과정에 대해 어떤 조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서울시가 말한 '정보 파기 및 동의에 따른 연계 방침 역시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는 사업 종료를 이유로 현재 일하고 있는 모든 종사자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미 종료를 계획하고 있으면서도 지난 4월 신규 직원을 채용해 단 3개월만에 해고한 것"이라며 "이는 노동자를 기만하는 행정적 사기이자 청년 노동자에게 자행한 인권 침해"라고 성토했다.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폐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운영 종료는 청소년 건강권을 침해하고 실무자의 노동권을 파괴하는 비인권적 행정"며 센터를 지속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박상혁)

청소년 시기 센터에서 치료받았던 대학생 A 씨는 "나는봄은 단순히 진료만 받는 병원이 아니다. 시험 기간에 무너진 몸과 마음을 다독여주고, 방황하던 나를 붙잡아준 유일한 공간이었다"며 "매번 방문할 때마다 대접받은 따뜻한 한 끼는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게 해준 위로와 지지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방학을 맞아 다시 자주 가보려고 했던 나는봄이 운영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들어 청천벽력 같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봄에 의지해 하루를 버티는 수많은 청소년들은 어디로 가야하느냐"며 "청소년을 외면하고, 현장을 무시하고, 사람을 버리는 정책이 과연 정치이고 행정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실제로 현장을 지켜본 적도, 이용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적도 없이 누구보다 절박한 청소년들과 선생님들의 삶을 지워버리는 결정을 내렸다"며 "시민으로서 분명히 요구한다. 서울시는 나는봄의 운영 종료를 백지화하라"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들은 센터 운영 종료 철회와 공청회 개최 등의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 오 시장 면담 요구서를 민원실에 접수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나는봄'은 성매매·성폭력·임신·탈가정 등으로 위기에 처한 십대 여성 청소년들의 건강 지원을 위해 2013년 전국 최초로 설립한 십대여성건강센터다. 전문의 20여 명이 십대 여성들에게 여성의학과, 치과, 정신건강의학과, 한의학과 진료를 무료로 제공하며, 필요에 따라 예방접종 및 상급의료기관 연계까지 지원한다.

센터는 의료지원과 더불어 심리검사, 성교육, 기초물품 제공 등 위기 여성청소년들의 일상회복을 지원하던 중 지난달 12일 서울시로부터 현 운영법인인 막달리나공동체의 위·수탁 협약 기간이 만료되는 7월 4일자로 센터 운영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통보받았다.

종사자들과 이용자들이 반발하자 시는 "온라인 성착취 문제 등 정책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 센터 기능에 온라인 상담 및 긴급구조 등의 기능을 담은 신규 센터를 내년 1월 설치할 계획으로, 신규 위탁 전까지는 현재 수탁 운영을 맡고 있는 법인이 청소년 사례관리를 이어갈 계획"고 해명했다.

고용 문제에 대해선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관리지침에 따라 고용승계가 적용되지 않는다"면서도 "향후 신규 시설 설치 시 기존 시설의 종사원들도 재취업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폐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운영 종료는 청소년 건강권을 침해하고 실무자의 노동권을 파괴하는 비인권적 행정"며 센터를 지속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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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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