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 러 군용기 파괴 강력 대응 밝혀"…이란·아프간 등 12개국 입국금지도

트럼프, 하버드 유학생 차단 재시도 "입국 6달 막고 재학생 비자도 취소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이하 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최근 러시아 내륙 공군기지 공격에 대한 "강한"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약 75분간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내 공군기지 공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매우 강력하게, 최근 비행장 공격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통화가 "좋은 대화"였다고 평가하면서도 "즉각적 평화를 이끌어 낼 대화는 아니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러시아로 밀반입한 무인기(드론) 117대를 통해 국경에서 4500km 떨어진 러 내륙 시베리아를 포함해 러시아 내 4곳 공군기지에서 전략폭격기 및 정찰기 등 러 군용기 41대를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우크라 쪽 주장에 따르면 이 공격을 통해 러시아 쪽 전략순항미사일 운반기의 34%가 손상을 입었다.

다만 4일 <로이터> 통신은 두 명의 미 당국자가 실제 손상된 러 군용기는 20대, 파괴된 건 10대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주장의 절반 정도다. 러시아 쪽은 비행장 5곳에 공격 시도가 있었지만 세 곳에선 격퇴됐고 두 곳에서만 여러 대의 군용기에 불이 붙었다고 밝혔다.

미 CNN 방송은 러시아 내 친크렘린 평론가 및 블로거 사이에선 이번 공군기지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공격이 언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전략핵폭격기에 대한 공격이 "핵 전력에 의한 대응을 방해"하는 "핵심적으로 중요한" 군 시설에 대한 공격을 핵 공격 조건 중 하나로 둔 러 핵 교리에 부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방송은 러 에너지부 차관을 지냈고 지금은 국외에 거주하는 블라디미르 밀로프에 따르면 러시아가 "야만적인" 재래식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을 통해 보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밀로프는 핵 보복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야만성과 복수에 의존"한다며 핵 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도 경계했다.

트럼프 "푸틴, 이란 핵협상 도움 제안"…이란 "미국안, 이란 정신에 전면 위배" 사실상 거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상을 돕겠다고 제안했다고도 밝혔다. 러시아가 "이란과의 논의에 참여"하면 "신속한 결론을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고 푸틴 대통령과 "이에 대한 동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란이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하고 "매우 빠른 시일 내" 확답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4월 시작된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은 최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4일 연설에서 미국 쪽 제안이 이란의 정신에 "100%" 위배된다며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생산 없이는 100개의 핵발전소도 쓸모가 없다"며 자체 생산이 막히면 "미국에 의존해야 하고 미국은 수십 개의 조건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 제안에 대한 거부로 풀이된다. 3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란과 유럽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이란에 핵발전소 건설을 지원하고 아랍국들과 협력해 발전소에 필요한 새 농축 시설을 만드는 동안 이란에 임시로 저농도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제안이 이란이 영토 내에서 우라늄을 전혀 농축할 수 없도록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두보라고 분석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농축 없인 협상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콜로라도 사건 구실로 12개국 입국 금지·7개국은 제한…"억압 피해 도망치는 이들 위험에" 비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이번 주 불법체류자에 의한 콜로라도주 가자지구 인질 석방 촉구 행사 공격 사건을 구실로 이란,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수단, 예멘, 리비아, 소말리아, 콩고공화국, 적도기니, 차드, 에리트레아, 아이티 등 등 12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포고문을 발표했다. 쿠바, 라오스, 베네수엘라, 브룬디, 시에라리온, 토고, 투르크메니스탄 등 7개국에서의 입국도 부분적으로 제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영상연설에서 최근 콜로라도주에서 불법체류자에 의해 발생한 공격을 이 정책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그는 이 사건이 "임시 방문자로 들어와 체류 기간을 초과하는 이들과 제대로 심사 받지 않은 외국 국적자의 입국이 우리나라에 초래하는 위험"을 보여준다고 했다.

지난 1일 콜로라도 볼더에서 가자지구 인질 석방 촉구 행사 현장에 화염병을 던져 12명을 다치게 한 용의자 모하메드 사브리 솔리만은 이집트 출신으로, 미국에 관광 비자로 입국해 체류 기간을 초과해 머물고 있었다. 다만 이집트는 이번에 발표된 입국 금지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입국 금지 목록에 추후 다른 국가가 추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인 2017년에도 리비아, 이란, 시리아 등 무슬림이 다수인 7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거부한 바 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아메리카의 회장 애비 맥스먼은 이번 조치가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 흑인 및 유색인종이 주로 거주하는 국가, 분쟁과 정치적 불안정의 한가운데 놓인 국가"를 겨냥했다며 이를 통해 "전쟁, 박해, 억압을 피해 도망치는 개인과 가족의 입국이 거부돼 이들을 위험한 상황에 머물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버드대 유학생 차단도 재시도…6달 입국 막고 재학생 비자도 취소 여부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하버드대 유학생 차단을 재차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백악관 누리집에 공개한 포고문에서 하버드대에서 학업 수행 혹은 방문 연구원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의 입국을 이날 이후 6개월간 중단 및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입국 제한 연장 여부는 법무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이 90일 안에 대통령에 제출할 "미국 이익"을 기준으로 한 권고안을 통해 판단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하버드대에서 공부 중이거나 연구 중인 유학생(F 비자), 방문 연구원(J), 직업훈련생(M)의 경우도 국무장관이 재량으로 비자 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제이슨 뉴턴 하버드대 대변인은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 보장)에 따른 하버드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정부의 또 다른 불법적 보복 조치"라고 비판하며 "하버드대는 국제 학생을 계속해서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번졌던 대학 내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를 빌미로 대학들에 외국인 학생의 불법 행위 관련 정보 제공 및 다양성 정책 변경 요구 등 대학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하버드대가 이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자 보조금 동결 등 보복 조치를 취해 왔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에도 국토안보부를 통해 하버드대 유학생 등록 차단을 시도했지만 법원에 가로막혔다.

한편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주 내 통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는 시 주석을 언제나 좋아했다"면서도 "그는 매우 강경하고 협상하기 극도로 어렵다"며 무역 등 중국과 합의 성사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낮췄다.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여름 파티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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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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