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여당' 복귀한 민주당, '통합'과 '내란종식' 양립하려면?

"새 정부 성공 가능성, 민주당이 '이견낼 수 있나'에 달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며 더불어민주당은 170석 단독 과반, 범여권 통합 189석에 달하는 '슈퍼 여당'의 자리를 되찾았다. 더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당과 새 정부는 '내란종식'이라는 강력한 정치적 명분을 획득한 상태고, 이는 앞으로의 국정에서도 강력한 동력원으로 기능할 것이다.

다만 김문수 후보가 획득한 41.15%의 지지율이 가리키듯, 그리고 이 대통령이 스스로 수차례 강조했듯, 신임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있어선 '통합' 의제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최소 40%가 정부·여당을 끝없이 비토한다면, 대통령 개인이나 국정상의 리스크가 불거질 때 이들은 외려 강력한 역전현상을 추동할 수 있다.

민주당과 이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내란종식'을 양립 가능한 개념으로 제시해왔다. 물론 내란의 수괴를 비롯해 그에 대한 동조·옹호 세력들을 확실하게 청산하는 것은 정치보복이 아닌 정치정상화에 가깝다. 문제는 명분이다. 최소한의 통합이 불발된 상황이라면 '내란종식'을 명분으로 강행되는 조치들도 자칫 '여야 간의 무한대치'만을 연상시킬 위험이 있다.

내란이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층이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아스팔트 극우'가 제도권 정치의 주류로 다시 떠오른 것은 민주당이 행해온, 특히 '이재명 일극체제'의 민주당이 행해온 '거대야당의 독주'가 일부 중도층에게까지 설득력을 갖춘 효과적인 프로파간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마지막 남은 정치적 동앗줄인 이 '독주 프레임'이 야당도 아닌 여당 민주당의 입장으로까지 이어질 때, 통합·협치의 최악의 반대급부가 된 '윤석열'의 이미지를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표피로나마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민석 의원(왼쪽),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강훈식 의원 등 첫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성공률은 50% 미만...'민주당이 이견 낼 수 있나'에 달렸다"

'모든 국민이 만족하는' 정부는 애초에 있을 수 없고, 그런 점에서 국민통합은 어쩌면 허상적인 개념일 수도 있다. 다만 여야 간의 강 대 강 대치 속에서 대화를 포기한 채 진영 간 적대의 극단으로 달려간 윤 전 대통령의 최후를 우리는 이미 목도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말대로 '내란종식'을 정확하게 수행하면서도 그 '내란'의 원인이 됐던 '대화의 실종'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와 마주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3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 과제를 '낮은 수준의 국민통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다소 간의 반발이 있더라도 "내란행위를 적극적으로 발본색원"해 지지층의 결속을 유지하되, 민주당을 매개로 한 "화합하는 정치 리더십"을 본인의 정체성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게 민주당의 정체성이다. 지난 정부에선 정부의 실정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소위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하며 4.10 총선 대패를 낳았다. 여소야대의 정국은 윤 전 대통령의 아집과 합쳐져 국정동력의 상실로 이어졌다. △대미 통상협상 △0%대의 경제성장률 등 어려운 현안이 산적한 와중에 새 정부·여당이 '윤석열의 전례'를 밟을 경우 "지금의 압도적 승리에 대한 '백레시 '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박 평론가는 "(민주당은 이제) 어차피 집권당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같이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윤석열식 '여의도 출장소'가 아니라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하고, 대통령 입장에서도 국회에 먼저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가 정국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견을 낼 수 있는가'가 새 정부 초반 이미지의 핵심이라는 진단이다.

다만 첫 여당 지도부로 이 대통령과 발을 맞춰 갈 이들은 모두 '친명' 일색으로 점쳐진다. 원내대표 후보론 4선의 서영교(서울 중랑갑) 의원과 3선 김병기(동작갑)·김성환(노원을)·조승래(대전 유성갑) 의원 등 친명계 의원들이 거론되고, 당대표 경선 구도로도 정청래(서울 마포을) 대 박찬대(인천 연수갑) 등 '계파 간 싸움'이 아닌 '친명 주도권 싸움'이 전망된다. 내부적으론 친명 중에서도 강경파 색깔이 짙은 정 의원이 당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박 평론가는 "(친명) 강성파가 당을 주도하고 그런 강성파가 (반대 쪽) 국민하고 싸우다보면 결국 국민들은 '이재명 정권도 별 볼 일 없다', '윤석열 때랑 똑같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그렇게 될 경우 윤석열의 김기현 체제나 이재명의 다음 당대표 체제나 차이가 없어진다. 그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라면서도 이 정부가 성공할 가능성은 50%도 안 넘는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당은 당장 오는 13일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원내대표 선거에 돌입한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취임 첫날인 이날 오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이 공식 공고했다. 이 대통령의 후임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도 당초 예정됐던 8월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서 박수 치고 있다. ⓒ연합뉴스

친명체제 민주당, '이재명 사법리스크' 관련 법안들 강행할까

윤석열 정부에서부터 이어진 쟁점법안 싸움도 통합행보의 관건으로 꼽힌다. 압도적 다수 여당으로서 '거부권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같은 정책과제는 물론, 수사기관·사법 개혁 등에 대해서도 온전한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다만 이 개혁엔 20대·21대 대선 국면 모두에서 이 대통령의 약점으로 불거진 본인 '사법리스크'가 연관된 만큼 강행 시의 역풍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4일 이 대통령의 통합 행보에서도 균열이 감지됐다. 취임식 이후 첫 공식행보로 이 대통령이 가진 야당 지도부들과의 오찬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일 여당이 본회의에서 하려는 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는 매우 심각히 우려 되고 있다"는 등 '여당의 입법독주'라는 취지 비판 의견을 냈다.

민주당은 "민주당은 내일 이들 법안의 처리를 추진하지 않는다"며 5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법안들이 "내란특검법 등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에 한정된다고 알렸지만, 당장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 회의에선 '대법관 수 증원'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즉시 "이 모습이 바로 5년간 앞으로 보여줄 민주당의 의회독재 모습"(유상범)이라며 반발했다.

윤석열 정부 비리 의혹이나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겨냥한 특검법들은 '내란종식'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대법관 증원을 포함한 사법부 개혁의 경우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대선 직전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에 대한 '보복법안'이라는 논란 소지가 인 바 있다. 더구나 선거법 및 형소법 개정안의 경우 이 대통령의 재판 내용 및 진행여부와 직접 관련된 법안들이다.

박 평론가는 "형소법 개정 등은 쉽게 말해 '이재명 셀프 입법' 아닌가. 여론에 굉장히 안 좋다"며 "(이 같은 법들은) 이후 국정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사법개혁을 본격화해 나갈 때 처리를 해야지 지금 초기에 해버리면 여기서 발목이 잡힌다"고 지적했다. 강하게 결집돼 있는 보수진영을 과하게 자극할 수 있는 법안이 정국의 핵심으로 떠오르면 "정국의 주도권이 여당이 아닌 야당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별다른 이변 없이 강성·친명 지도부가 민주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이 같은 법안들이 전면으로 쟁점화된다면, 윤석열 정부 초기의 '김건희 리스크'와 같이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민주당을 '이재명 출장소'로 부각시키는 악순환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크다. 이재명 대표 체제 당시 야당 민주당은 4.10 총선 승리에 의존해 '민의'를 명분으로 여러 쟁점을 돌파해왔다. 그러나 정국에 '무한 책임'을 지게 된 여당 민주당에겐, 여야 간의 대화 단절 또한 상대가 아닌 본인의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야당 대표들과의 오찬에서 "소통과 대화 등 모든 것을 혼자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타협해서 가급적이면 모두가 함께 동의하는 정책들로 국민이 더 나은 삶을 꾸리게 되길 소망한다"며 "전쟁과 같은 정치가 아닌 서로 대화하고 인정하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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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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