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으로 이어지려면

[서리풀연구通] 최저임금이 건강과 산업재해에 미치는 영향

제21대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는 동안 후보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매일의 헤드라인이었다. 그리고 단연 많은 사람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였다. 어떤 후보가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국내 기업을 살리고, 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재점화하며, 국민을 더 잘 먹고 잘 살게 만들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이 당연하게 여기는 듯한 이 사고의 흐름을 한 번 곱씹어보자. 어떤 사람들은 정말 기업과 거시경제 성장이 항상 개개인의 생활 수준 향상을 이끈다고 굳게 믿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민생"을 볼모로 기업의 이윤을 키우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국민의 관심이 쏟아지는 이 기회의 창에서 매번 성장을 모든 사회문제의 만능키로 여기는 논리에 휩쓸리고, 정작 그것을 발판 삼아 추구해야 할 본질적 가치들을 잊고 만다. 행복하고 존엄한 삶, 그리고 건강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어떤 사회경제 정책의 효과에 대해 논의할 때 그것이 개개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관점은 드물고도 귀하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단단한 근거에 기반한 논의의 장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경제 뿐 아니라 개인의 건강과 행복에 직결된 중요한 제도가 바로 최저임금이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미국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가 경험하는 산업재해 발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논문 바로가기: 최저임금과 산업재해)

산업재해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최저임금은 어떻게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 임금, 나아가 저소득 가구의 소득을 높인다. (☞참고논문 바로가기: 저임금 일자리에 대한 최저임금의 효과; 최저임금과 가구 소득 분포)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에게 더 높은 소득이 주어지면 의료 서비스를 비롯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다. 이는 최저임금이 영유아 및 아동 건강을 개선하고 건강한 식단을 가능케 하며 비만율을 낮췄다는 연구 결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소득이 높아지니 우울증도 줄어들고 정신건강도 나아졌다. (☞참고논문 바로가기: 최저임금이 (거의) 모든 것에 미치는 영향? 건강과 관련 행동에 대한 최근 증거 리뷰)

그러나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이러한 "소득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기업과 노동자가 합의하는 노동에 대한 보상 수준을 임금과 임금 외 근로조건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임금 외 근로조건이란 그야말로 임금을 제외하고 어떤 일자리가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모든 것을 지칭한다. 4대보험, 육아휴직, 유연 근무제, 상사 및 동료와의 관계, 업무 자체의 즐거움이나 고통까지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도 업무 강도와 작업장 안전은 대표적인 임금 외 근로조건이다. 문제는 다른 모든 요인이 동일한데 최저임금만 인상되어 기업이 똑같은 노동자에게 더 높은 임금을 주어야 한다면 그 사람에게 더 열악한 임금 외 근로조건을 제시해도 근로계약 합의가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돈을 더 받는 대신 일이 더 힘들고 위험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최저임금 인상은 산재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이 산재 발생률을 항상 높이는 것은 아니다. 임금이 높아지면 이직률이 낮아지는데 연구진은 그로 인해 근속 연수가 길어져 산재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른 한편 기업은 높아진 임금에 대응해 기존 노동자를 더 숙련된 노동자로 대체하거나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산재 발생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체로 숙련도가 높은 노동자는 산재를 덜 당하고 생산성 높은 신기술이 더 안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저임금이 산재 발생률에 미치는 영향은 이론적으로 단언하기 어렵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진은 캘리포니아 노동자 1300만 명의 2000-2019년 산재보험 전수 기록을 이용하여, 주정부 및 시 정책에 의해 지역 최저임금이 변화할 때 해당 지역에서 바뀐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직종일수록 평균 산재 발생률이 더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지 검증한다. 이때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란 최저임금의 1.3배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어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기업이 임금을 올려주어야 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결과는 놀라웠다. 어떤 직종 노동자가 전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지역 최저임금 10% 인상은 해당 직종의 산재 발생률을 11% 증가시켰다. 이러한 효과는 패스트푸드 식당 종업원, 청소부, 계산원, 농업 종사자, 간병인 등 50% 이상의 노동자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저임금 직종에서 두드러졌다. 이러한 저임금 직종 내에서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실제 비율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10%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연간 산재 발생률을 기존 4.4%에서 0.3%p(1000명 당 3건) 증가시켰다. 그 중에서도 원래부터 가장 위험하고 임금 수준도 낮아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업 종사자에선 1000명 당 연 7건, 건물 청소부에선 연 5건의 산재가 추가로 발생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연구진은 앞서 이론적으로 제시한 최저임금이 산재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경로 중 특히 업무 강도 변화에 주목한다. 손목 터널 증후군, 반복적 긴장성 손상 증후군과 같이 격렬하고 반복적인 신체 활동으로 인한 손상에 기인한 산재가 최저임금이 10% 증가할 때 무려 21% 더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사고로 인한 산재 또한 늘어났는데,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업무 강도가 강해짐과 동시에 안전 설비 투자가 감소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업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높아진 노동 비용에 대응해 노동자에게 장시간 더 강도 높은 근무를 요구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에도 투자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두고 누군가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기 위해 편리하게 인용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목적을 이루고자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연구는 정책의 정당성을 단순히 옹호하거나 반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경제 정책을 논의할 때, 임금이나 고용률뿐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 나아가 존엄한 삶이라는 더 본질적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함을 보여준다. 우리가 사회 속에서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의도치 않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지 함께 질문해야 할 때다. 새로운 대통령이 이러한 고민에 함께해주길 기대한다.

*서지 정보

Davies, M., Park, R. J., & Stansbury, A. (2024). Minimum Wages and Workplace Injuries. SSRN working paper.

*참고 문헌

Cengiz, D., Dube, A., Lindner, A., & Zipperer, B. (2019). The effect of minimum wages on low-wage jobs.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34(3), 1405-1454.

Dube, A. (2019). Minimum wages and the distribution of family incomes. American Economic Journal: Applied Economics, 11(4), 268-304.

Neumark, D. (2024). The effects of minimum wages on (almost) everything? A review of recent evidence on health and related behaviors. Labour, 38(1), 1-65.

▲지난달 5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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