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산재사망률, 젊은층 4배…단지 나이 때문이 아니다

[서리풀연구通] 고령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에 대한 연구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 '일하다 죽는다.' 여전히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다 다치거나 숨지는 노동자에 대한 기사를 마주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4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현황'에 따르면, 2023년 일터에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827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은 404명(48.9%),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한다.

2024년 12월,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서 노년기의 노동은 대개 '선택'이 아니다.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 불안정한 노후소득, 비정규직 확대 속에서 많은 고령자들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다시 일터로 향한다. 이들이 종사하는 분야는 건설, 청소, 경비, 운송 등 고강도∙저임금∙고위험 직종이며, 이번 통계에서도 사망노동자 827명 중 101명이 특수고용노동자로 확인됐다.

지난해 산업안전보건 국제학술지(Safety and Health at Work)에 출판된, 고령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현실을 수치로 증명하였다. (☞논문 바로가기: 한국 고령노동자의 업무 관련 치명적 부상의 특성)

이 연구는 2021년 한국 산업보상시스템에 등록된 노동자를 대상으로 고령노동자를 만 55세 이상으로 정의하고, 지역별 고용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산업군, 직업군, 고용형태에 따라 고령노동자와 젊은 노동자의 산재 사망률을 비교하였다.

연구 결과, 고령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젊은 노동자보다 약 4배 높았으며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고령노동자의 사망이 집중되었는데, 특히 일용직 고령노동자의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직무유형별로는 단순노무직, 기능직, 농림어업 관련 직종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는 많은 고령노동자들이 고용이 불안정하고 안전∙건강 위험이 높은 일자리에 몰려 있으며 이로 인해 더욱 높은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연구에서도 건설업과 농업의 단순노무직은 고령노동자들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직군으로 확인된 바 있다. 고강도 노동이 요구되는 현장에서 신체적 부담이 큰 일을 고령자가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 유형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낙상(49.2%)이었으며, 그 외에도 충돌, 물체에 맞음, 미끄러짐·걸림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고령자의 신체 기능 저하(근력·균형·민첩성 저하 등)가 적절한 안전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작업 환경에서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고령노동자의 사고를 유발한 주요 요인으로 건물 구조물 및 표면 (예: 바닥, 계단 등)이 4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고령노동자가 주로 이동하거나 작업하는 공간의 물리적 안전 설계가 미흡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고령 노동자는 단지 '나이가 많아서' 위험한 것이 아니다. 불안정한 고용구조와 고위험 작업환경, 신체적 취약성의 중첩이 이들을 산업재해 사망의 최전선으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산업안전보건 정책은 일률적인 예방 의무 강조에 그치고 있으며, 정작 고령자의 신체적 특성에 기반한 작업설계, 연령별 안전교육, 보호장비 개선 등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때로는 사고의 원인을 단순히 '나이 탓'으로 치부하는 무책임한 인식도 여전하다.

이제는 초고령사회에 걸맞게, 일터도 변해야 한다. 특히 고령노동자가 집중된 일터에서는 이들의 신체 능력과 직무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안전시설과 정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안전설비 강화, 휴게 공간 확충, 연령별 위험평가와 교육제도 정비 등 구조적 대응이 절실하다.

고령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는 결국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이다.

*서지 정보

Park, J., Park, J., Jung, Y., Na, M., & Kim, Y. (2024). Characteristics of Work-related Fatal Injuries Among Aged Workers in Republic of Korea. Safety and Health at Work, 15(2), 158-163. https://doi.org/10.1016/j.shaw.2024.03.002

▲ 노년알바노조, 노년유니온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4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적용 노인 제외 고령노동자 당사자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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