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북자치도당은 김문수 대선후보가 21대 대선에서 패배한 4일 오전 단 한마디의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그만큼 대선 패배의 충격이 컸다는 뜻이다.
전북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해온 한 원로 정치인은 "전북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간신히 두자릿수를 턱걸이했지만 그래도 부끄럽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한마디로 '쇄신하라'는 전북도민의 명령"이라고 덧붙였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21대 대선에서 전북 투표수 124만6099표 중에서 10.9%인 13만4996표를 얻는 데 그쳤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와 14.4%의 지지율을 확보했으니 3.5%포인트 추락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양지 텃밭인 전북에서 국민의힘은 보수 영토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2007년에 치렀던 17대 대선에서 지금의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전북에서 9.0%를 얻어 '꿈의 숫자'인 10% 진입을 목전에 두자 전북 여권에서는 가능성의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이 바람은 18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북에서 13.2%를 득표해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보수지지층의 강고한 기반으로 이어졌고 20대 대선에서 보수 후보가 14.4%를 얻어 '전북 20% 득표'까지 내다보게 되었다.
실제로 국민의힘 전북 선대위는 이번 대선의 전북 지지율 목표치를 20%로 내걸고 민주당 일당 독주의 독재국가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하게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온 민심은 내란옹호세력이라는 차가운 시선과 간신히 10&에 턱걸이한 지지율뿐이었다. 말 그대로 국민의힘의 전북시계는 2007년 이후로 되돌아간 셈이 됐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과연 어떤 쇄신과 혁신을 통해 전북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있다.
전북 보수지지층의 50대 K씨는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내란 옹호, 대선후보 경선 혼란 등 지난 6개월의 국힘 중앙당 모습을 보면 난리도 이런 난리는 없었다"며 "언론을 통해 대선승리를 기대한 듯한 중앙당 분위기를 접할 때마다 '제정신인가' 할 정도였다"고 한탄했다.
그는 "민심이 돌아선 상태에서 김문수 후보의 전북 지지율 10.9%도 김 후보를 지지하기 때문에 표를 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민주당의 일당독주를 견재하려는 차원에서 여권의 표를 나눠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북 지지율 10.9%를 온전한 자산으로 보고 우쭐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인 셈이다.
민주당은 내란세력 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전북에서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을 한 자릿수로 묶는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일찌감치 전북에서 '투표율 90%'와 '이 후보 득표율 93%'를 위해 지역 내 분위기를 몰아갔다.
압도적인 승리만이 내란을 완전히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지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10%의 득표율를 내주었다.
조배숙 국민의힘 전북자치도당위원장은 "김 후보의 10.9% 득표율에는 도민들의 준엄한 비판과 함께 앞으로 잘하라는 기대심리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북 민주당과 협치하며 앞으로 '든든한 야당'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볼 때 전북 공략 포인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조배숙 전북자치도당위원장은 대선 본투표 직전인 2일 전북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북은 오랜 세월 '민주당 일당독주'의 구조 안에서 희생을 감내해왔다"고 성토해 지역민들의 일정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중앙정치에서 늘 소외당했고 수도권 중심의 국책사업에서 전북은 매번 후순위로 밀려났으며 그 결과는 지역경제의 침체와 청년인구 유출이라는 조배숙 위원장의 논리는 전북 민주당의 폐부를 찌르는 위협과 같은 것이었다.
'묻지마 민주당'이 아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사람에게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민심은 크게 출렁이지 않았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선거 때 외에 전북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탓에 진정성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보수정당이 민주당 텃밭인 전북에서 생존하고 세를 키워나가는 길은 중앙당부터 시각을 교정하고 진정성을 갖고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표가 나오지 않는 '전북의 사막화'를 비난하며 포기할 것이 아니라 사막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정성을 기울이는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중앙당이 전북에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서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전북에 가서 '3중 소외'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라며 "중앙당이 끊임없이 전북 민심에 노크하고 전북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는 '서진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