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의 세상읽기] 누가 종중 대표자인가. 해답은 규약과 관례 속에 있다.

종중 재산을 둘러싼 분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쟁점 중 하나는, 종중 대표자의 대표권의 적법성 여부이다. 종중원 간 갈등이 발생하거나 종중이 외부와 소송을 벌일 때, 해당 대표자가 종중을 적법하게 대표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다툼은 소송의 전제가 되며, 치열한 법적 논쟁의 대상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즉, 종중의 대표자를 정함에 있어서는 해당 종중의 규약이나 관례가 먼저 적용되어야 하며, 법원도 이를 우선적으로 심리·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종중이 자연발생적 종족집단이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그 자율성과 독자성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법리적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예컨대, 종중의 규약이나 관례에 따라 매년 일정한 날, 일정한 장소에서 종중원들이 모여 대소사를 처리해 왔다면, 별도의 소집절차 없이 열린 총회라도 유효하다고 본다. 실제로 종중원들이 매년 시제일에 특별한 소집 없이 모여 시제를 지낸 후, 총회를 열어 재산관리나 대표자 선출 등의 사안을 논의해 왔다면, 그 결의는 종중의 관례에 따른 적법한 총회 결과로서 법적 효력을 가진다.

또한, 종중 총회의 결의에 관하여, 종중규약에 종원 과반수의 출석과 그 과반수의 찬성에 의하도록 규정되지 않고 출석 종원으로 개의하여 ‘출석 인원 과반수의 찬성’에 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하여 이러한 종중규약의 규정을 무효로 보지 않는다.

결국, 종중 대표자 선임의 적법성 여부는 획일적인 기준이 아니라, 종중의 규약과 관례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공동선조의 분묘수호, 제사, 종원 간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여 구성되는 종중에 대하여는 법원 역시 그 내부질서에 대한 사법심사를 신중하게 제한하고 있다.

‘누가 종중 대표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법전 속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오히려 오랜 세월 쌓여온 그 종중의 규약과 관례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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