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해 "미국의 기본 전략이 미국 국민들에게도 수용이 잘 안 될 것"이라며 "결국 어느 시점에서 제동이 걸릴 텐데 그때까지 잘 견디는 게 중요하다"고 대응 방향을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18일 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경제 분야 TV토론에서 '트럼프 시대의 통상 전략'을 주제로 토론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말 그대로 약탈이다. 인정하시나"라고 묻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질의에 대해 "외교적 언사(가 필요하다)"라고 거리를 두면서도 이같이 답했다.
이재명 후보는 "(미국이) 지금처럼 (자신들의) 소프트 파워를 다 갉아먹으면서, 미국에 대한 (타국의) 믿음도 다 갉아먹으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오래 못 갈 거라고 본다"며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가 나서되 관세 협상 자체만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요인들을 한꺼번에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 '친중 성향'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6.25 전쟁 때도 중국 공산당은 우리나라에 쳐들어 와서 적국이었다. 미국은 우리를 도와 대한민국을 지킨 당사자"라고 하는 등 강한 이념 성향을 드러낸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는 지난 총선 국면 당시 이재명 후보의 '대만에도 셰셰, 중국에도 셰셰' 발언 등을 꺼내 "이 후보가 지금 하고 있는 발언과 해왔던 발언을 보면 미국으로선 상당히 끔찍할 정도"라며 "이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과거 발언과 대비해서 걱정이 많다"라고 이재명 후보를 겨냥했다.
이재명 후보는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의존해선 안 된다. (셰셰 발언 등은)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배제하거나 적대적으로 갈 필요는 없다는 말"이라고 응수했는데, 이에 김 후보는 "중국은 6.25 때 우리의 적국"이라며 "(중국과 미국을) 비슷하게 보고 '중국도 중요하고 러시아도 중요하고 미국도 중요하다' 이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이 과정에서 "미군이 우리 한반도에 주둔할 때라야만 중국도 우리를 외교 상대로서 제대로 상대한다"며 "만약 미군도 없고 핵도 없다면 중국이 우리나라를 제대로 대접하고 상대하겠나"라고 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미국과 중국의) 비중이라는 걸 당연히 고려해야지 똑같이 한다는 게 아니"라며 "자꾸 (제 주장을) 극단화시킨다"고 맞섰다.

통상전략 외에 국제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김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한목소리로 '규제 완화'를 첫손에 꼽았다. 김 후보는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며 "규제혁파위원회를 만들고 규제혁신처를 만들어서 제가 규제를 완전히 풀겠다", "규제를 완전히 판갈이하겠다"고 장했다. 이준석 후보 또한 "규제를 화끈히 깨부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권 후보는 "이 나라에 부는 넘치도록 쌓였다", "성장에 가려진 불평등을 직시해야 한다"며 "부자감세가 아니라 부자증세를 해야 한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공정한 책임을 묻고 그 재원을 국민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며 '분배' 위주의 경제기조를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성장을 해야 분배도 있고 분배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없다"며 성장·분배 동반 기조를 주장했다. 그는 '규제혁파'에 대한 보수진영 후보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고 불필요한 건 해제하고 완화하자"며 "(규제'완화'가 아닌) 규제'합리화'"라고 중도 기조로 응수했다.
권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 '민주당도 부자감세에 협조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이 후보는 이에 대해선 "우리도 안 깎아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감세를)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이 온 동네에 난리가 났다"며 "결국 재벌만 깎아주는 건 우리가 막았지만 어쨌든 (정부가) 세금을 깎아서 재정이 부족해졌고, 또 내수시장이 죽고 국제 문제에 우리가 대응을 잘 못하다보니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진 것"이라고 반격했다.
이재명 후보는 저성장 극복 방안에 대해 토론하던 중 김 후보를 상대로 윤석열 정부 민생정책을 비판하며 "우리나라는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국가가 빚을 안 지고 국민에 돈을 빌려 줬다. 그래서 국민이 빚이 늘었다", "'채무조정' 정도를 넘어 일정 정도 정책자금 대출 부분은 '탕감'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코로나는 지나갔고, 코로나 이후 여러가지 어려운 점에 처했는데, 코로나 때 부채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있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소상공인에 대해선 여러가지 대출도 해주고 지원도 많이 하자고 말씀드렸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재명 후보가 "서민에 대한 코로나 극복 비용을 정부가 부담했어야 하는데 안 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정부가 그 부담을 떠안는 게 어떤가 동의하는지 묻는 것"이라고 재차 압박하자, 김 후보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소상공인을 살려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세우는 데 대해선 국가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걸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일부 동감을 표했다. 윤석열 정부 내각 출신인 김 후보가 질답 과정에서 윤 정부와 국민의힘 측이 강조해온 '재정 건전성' 중심의 경제기조를 관철하지 못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날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는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 도중 핵발전 문제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원전(핵발전)도 필요하고 재생에너지도 필요하고 다른 에너지도 복합적으로 필요하다"면서도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지속성에 문제가 있다. 가능하면 원전을 활용하되 과하지 않게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해 가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 후보는 "나가사키·히로시마에 떨어졌던 그런 정도의 소형 원자폭탄이 떨어져도 원자로 부분이 파괴되거나 고장이 없다", "(핵발전은) 굉장히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맞받자, 이재명 후보는 "그렇게 안전하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왜 일어났나. 체르노빌은 왜 사고가 났나. 대한민국 원전은 영원히 안전할 거라는 걸 어떻게 보장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그러면서 "지금 당장 눈으로 보기에 안전할지 몰라도 사고가 날 수 있다. 위험하다. 더해서 폐기물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그 두 가지 문제 때문에 가급적이면 안전한 재생에너지로 가자, 대신에 그 사이(전환기)에는 섞어서 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좀 더 안전한 SMR(소형모듈반응로) 같은 것들을 연구개발하고 있는데, 안전하고 편의적이고 비용이 싸면 그런 것들은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거티브 공방전도 연출됐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유세 과정에서 나온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겨냥 "커피가 한 잔에 120 원이라고 해서 시끄럽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라며 "닭죽 파는 사람들에 비해서 커피가 굉장히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돼서 (자영업자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제가 말한 커피 원료 값은 2019년 봄 경이다. 그땐 120 원 정도 한 게 맞다"며 "인건비, 시설비가 감안 안 된 건데 '원료 값이 이 정도 드니까 (카페를) 새로 만들어 닭죽 파는 것보다 나은 환경에서 더 나은 영업하는 걸 지원하겠다'고 한 건데 그걸 떼서 왜곡한다"고 일축했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 중 하나인 대북송금 사건을 두고도 "(이재명 경기지사의) 바로 밑인 이화영 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받았다"며 "지사가 모르는데 부지사가 북한에 돈을 보내는 게 가능한가"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는 김문수 캠프에서 정치자금 수천만 원을 받을 때 본인은 모른다고 무혐의 받았지 않나", "2번이나 (본인의) 측근이 경기도 산하 기관에서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모금해서 처벌 받았는데 김 후보는 왜 몰랐나"라고 역공을 폈다.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공격을 본인의 정치적 동력으로 삼아왔다는 지적을 받는 이준석 후보는 이날도 세대(청년·노년)·직역(첨단산업·농업)·지역(차등임금) 간의 '갈라치기'를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재명 후보에게 한 질문에서 "정년 연장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는) 젊은 세대 일자리에 악영향을 주는 것", "AI에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면서 매년 5~15조 원에 달하는 농촌기본소득을 도입한다고 한다. 무엇이 미래를 위한 투자냐"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젊은 세대 일자리와 정년이 늘어난 (세대의) 일자리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농촌 기본소득은) 순차적으로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걸 왜 한번에 한다고 전제하고 공격을 하나"라고 역으로 지적했다.
그는 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주장한 권 후보에게는 "보편적 차별금지법에서 전과가 있는 사람은 기본권 제약이 되는 건가. 아니면 그 사람에 대해선 다르게 봐야 되는 건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성별·나이·인종·출신지역·성적지향성 등에 따른 차별을 폐지하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정신을 '형사 전과자의 공직담임권 제한'에 부적절하게 빗댄 것으로 시민사회의 강한 비판이 예상된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에게 "상대 말을 조작해서 왜곡해서 '네가 이렇게 말했지', 이건 토론이 아니라 싸우자는 것"이라거나 "뭐든지 극단적으로 단정하고 전제를 왜곡해서 질문하거나 주장을 한다"고 그의 토론 태도를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의 집요한 공격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얘기"라며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TV토론에 참여한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인 권 후보는 '성장보다 분배 우선' 기조를 표방하는 등 진보 고유의 의제를 설파했다. 권 후보는 "지금 이 토론은 사실상 1 대 3 구도다. 세 후보 모두 무조건 성장을 외친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말하겠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불평등 타파를 말하겠다"며 △부자증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4대보험·퇴직금 등 전면 적용 △여성·장애인·이주민 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주장했다.
권 후보는 특히 김 후보를 겨냥 "(김 후보는) 지금 윤석열을 감싸며 대선에 나왔다. (윤석열에게) 탈당하란 말도 못했고 '뜻대로 하시라'고 조아렸다. 그 대가로 윤석열의 지지선언을 받으니 기쁜가"라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사퇴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정면으로 공박했다. 김 후보는 이에 "(비상계엄이) 내란이냐 하는 것은 지금 현재 재판 중", "계엄으로 인해 지금 경제가 어려워진 점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민주당의) 계속적인 탄핵, 이런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고 반론했다.
두 후보는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계 숙원사업을 두고서도 대립했다. 김 후보가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악법'이라 규정하며 해당 법안들을 추진 중인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자, 노동운동가 출신인 권 후보가 이를 강하게 비판한 것. 권 후보는 "'진짜 사장'에게 교섭하자는 게 악법인가", "하루에 6명의 노동자가 출근해서 (산재 사망으로) 집에 못 돌아오는데 여야 합의로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법인가"라며 "제2의 윤석열을 보는 거 같다"고 몰아붙였다.
김 후보가 이에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위주의 법"이라며 "산업재해를 없애기 위해선 예방 위주로 가야 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는데, 권 후보는 이에 대해 재차 "예방을 하라고 하라고 해도 (기업이) 돈이 되니까 지금까지 안 해온 것이고,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어서 처벌하자고 하는 것"이라며 "이걸 무시하는 사람에게 노동부 장관 자격이 있나"라고 일갈했다.
권 후보는 이날 근로기준법·최저임금·퇴직금 등 노동자 권리를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는 이재명 후보에게 본인의 답변 시간 10초를 양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앞으로 당연히 그러한 방향으로 가야한다"면서도 "다만 경제력이 (해당 정책들을) 감당할 수 있냐는 문제가 있다", "경제력 수준을 좀 더 올려서 가야 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폈다.
이 후보는 이날 권 후보 외에 김 후보로부터도 답변시간 5초를 양도받았다. 김 후보가 대결 상대엔 이 후보에게 자신을 공격할 기회 5초를 부여한 것이어서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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