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민주, '대법관 100명 법', '조희대 특검법' 법사위 밀어붙이기

증도·진보誌 사설도 자제 촉구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 경위를 묻기 위해 '대법원 청문회'를 열고 '조희대 특검법' 입법 절차에도 착수했다. 이 후보에 대한 판결의 법적 근거가 된 허위사실 유포죄의 구성요건을 변경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법사위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를 앞두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재석 14인에 찬성 11인, 반대 3인으로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대한 사법 남용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일명 조희대 특검법)'을 상정하고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에 회부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각각 30명, 10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두 건의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같은 절차로 상정돼 1소위에 회부됐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차기 대통령이 증원 인원의 상당수를 임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넘어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의 구성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이날 법사위에서 재석 16인에 찬성 11인, 반대 5인으로 통과돼 본회의 표결을 앞두게 됐다. 앞서 대법원은 이 후보의 '골프 발언', '백현동 발언'을 '행위' 관련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민주당은 이날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유죄 판단을 내린 조 대법원장을 포함한 10명의 대법관을 상대로 '사법부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도 열려 했지만, 대법관 전원이 출석을 거부했다.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사유서에서 "사법부 독립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 103조, 합의 과정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에 반하는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재명 상고심만 34일…대선 개입 사법 쿠데타"

청문회가 대법관들의 출석 없이 진행된 탓에 이날 법사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법원을 향한 직접 질의는 법안 대체토론을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이뤄졌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21대 총선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국회의원 27명 중 (판결이) 확정된 26명의 상고심 선고에 걸린 평균기간은 119일이었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상고심만 유독 34일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대선에 개입하려는 검은 의도를 갖고 일으킨 사법 쿠데타, 법란"으로 규정했다.

천 처장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대법원장은 그럴 분이 아니다"라며 기일 지정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내규상 "재판장이 직권으로 정할 문제"이며 "중요한 사건, 시급한 사건, 법에서 신속히 처리를 명하는 사건은 우선적으로 변론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천 처장은 이 후보의 재판이 신속 진행된 경과와 관련 "헌법 84조 해석에 의해 만약 특정인이 당선되면 그 후에는 재판이 중지된다는 것이 헌법 교과서 여러 군데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 사건 재판은 결국 그 이전에 해야만 판사가 재판을 기피하지 않는 셈이 되는데, 그렇다면 선거운동기간 중에 할 것이냐 그 전에 할 것이냐 두 가지 선택지만 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사건과는 별개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형사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판사에 대해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1인당 100~200만 원 정도 비용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그 판사가 돈을 낸 적이 없다. 접대를 받았다는 매우 구체적인 제보를 받았다"라고 의혹을 제기하며 "당장 감찰을 시작해야 하지 않나"라고 천 처장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천 처장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 지금 답변 드리기는 어렵다"며 "돌아가서 사안을 확인하고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회의장 밖에서도 민주당은 대법원에 맹폭을 가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법관의 청문회 불출석에 대해 "대법관 스스로가 법을 지키지 않는데 어느 국민이 사법부를 신뢰하겠나"라고 비판한 뒤 "조 원장은 사법 쿠데타에 대한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 요구에 즉각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같은 공세가 당·선대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며 국회 상임위에서 이뤄진 의정활동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대변인은 '조희대 특검법' 등 법사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선대위에서 처리 관련 지침을 받거나 한 것은 아니다. 법사위에서 프로세스대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발의된 법안에 대해 절차에 따라 상정해 소위에 회부되는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안다"고만 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원조직법·공직선거법·헌법재판소 등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거수 표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만을 위한 입법", "법원 강압" 맹비난…중도·진보언론도 자제 당부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대체토론 시간을 활용해 '민주당이 이 후보를 위해 법을 바꾸고 사법부 독립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질타한 뒤 청문회 시작 전 퇴장했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현행 허위사실 유포 조항을 어겨 "선거권이 박탈돼 공직에서 사퇴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이날 민주당이 통과시킨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이 후보만을 위한 법"으로 규정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도 민주당에 대해 "법원이 사법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비난하며 법원의 신뢰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며 "그와 함께 '대법원장을 탄핵하겠다', '특검하겠다', '청문회하겠다'면서 거칠고 폭압적으로 법원을 압박하고 강압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법사위 개의 직전 당 법사위원들과 함께 긴급 회의를 열고 법사위 청문회에 대해 "3권 분립을 '3권 장악'으로 바꾸고 말겠다는 이재명 식 독재정치의 본격 신호탄", "범죄자 이재명의 대권가도를 위해 대법원을 범죄집단으로 몰아가겠다는 야만적 의회 쿠데타"라고 맹비난했다.

언론계에서도 법원 관련 민주당의 행보에 자제를 촉구하는 반응이 나왔다. 진보성향 <경향신문>은 이날자 사설에서 "이를 자초한 건 대법원"이라면서도 "대선 정국에 '조희대 특검법'과 사법개혁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정청래 위원장 입장도 수긍하기 어렵다"며 "특검은 최소한의 범죄 단서가 있을 때 도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이어 "사법개혁 법안들도 대선이 한창인 지금 서두를 일은 아니다. 대선 공약으로 제시해 유권자들 동의를 구한 뒤 추진하는 게 흔들림 없는 사법개혁으로 가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특히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에 당장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이 후보를 위한 소급입법·위인설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사법개혁 대의에 맞지 않을뿐더러 이 후보 대선에도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자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도성향 <한국일보>도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이 대선 이후로 연기됐음에도 대법원을 겨냥한 민주당 공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이 후보를 포함한 지도부도 사법부 압박용 또는 이 후보 방탄용 입법을 개별 의원의 자체 발의라며 뒷짐만 질 게 아니라 자제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민주당이 입법·행정·사법부까지 장악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를 것이란 중도·보수층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집권이 유력한 상황에서 절제 없는 입법 권력 행사가 대선에 실익이 있는 것인지 신중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신문> 역시 "재판을 정당한 이유 없이 지연시켰다면 몰라도 '신속재판' 원칙을 지키는 법원을 다수당이 힘으로 몰아 세워도 되는 건가"라며 "특검법안과 법원조직법, 헌법재판소법 등 민주당이 단독 강행하는 '사법개혁 법안'"은 "이 후보에게 '유죄를 내린 죄'를 묻겠다는 위협성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대법원이 일정 진행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절차로 시비의 소지를 줄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면서도 "판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수당의 지위를 남용해 삼권분립과 재판독립의 원칙을 무시해서는 민주당에 이로울 것이 없다. 입법 횡포로 비칠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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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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