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12.3 계엄, 퇴행의 결정판…종지부 찍을 때 됐다"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사에서 "尹정부 3년 총체적 실패, 평화 지향 새정부 기대"

문재인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된 윤석열 정부를 전방위적으로 맹비판했다. 윤석열 정부 3년 간 진행된 경제, 외교안보 분야를 조목조목 비판한 그는 "대통령 한 사람의 실패가 아니다"며 6.3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통한 민주당 정부의 출범을 희망했다.

2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4.27 남북 판문점 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 전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집권 세력의 낡은 이념과 낡은 세계관, 낡은 안보관과 낡은 경제관이 거듭해서 총체적인 국정 실패를 초래해왔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특히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퇴행의 결정판"이라며 "군부독재 시대에나 있었던 어둠의 역사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것을 보고 세계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심하면 언제든지 역사를 거스르는 퇴행적 시도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이후 "가짜뉴스와 그릇된 신념과 망상에 기초한 증오와 혐오, 극단의 정치가 국민통합을 해치고,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비정상과 몰상식이 판을 치며 민주주의를 근본에서부터 흔들고 있는 현실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남긴 경제적 손실 또한 엄청나다"며 "비상계엄으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두 달만에 자영업자 수가 20만 명이나 감소하는 등 민생경제에 준 악영향은 더욱 크다"고 했다.

또 "비상계엄은 국가 리더십 공백을 자초했다"고 윤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지목하며 "격변하는 국제질서와 격화되는 글로벌 통상전쟁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생긴 국가적 손실을 지금 우리는 겪고 있다"고 했다.

"尹 정부 3년, 반동과 퇴행의 시간"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추진한 경제,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서도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퇴임 후 3년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3년"이라고 회고한 문 전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함께 공들여 이룩한 탑이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고 했다.

특히 "지난 3년은 그야말로 반동과 퇴행의 시간이었다"며 "모든 분야에서 멈춰서고 뒷걸음질쳤다. 대한민국의 국격은 무너져 내렸고 국민의 삶은 힘겨워졌다"고 했다.

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중고에 민생경제는 더욱 어려워졌고, 잠재성장률 2%에도 미치지 못하는 1%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의 늪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기인)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수출실적은 19.2% 증가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2년부터 2024년 사이에는 증가율 제로를 기록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다"고 했다.

내수 소비에 대해서도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작년 말까지 소비지수가 역대 최장 기간인 11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토록 경제가 어려운 데도 국가재정은 제 역할을 못했다"며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회피했고 오히려 막대한 세수 결손을 초래했다"고 윤석열 정부의 긴축 재정을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같은 경제 위축과 정부의 역할 축소를 "윤석열 정부의 경제 실패와 무책임한 부자 감세에 기인한 것"이라며 "전임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을 비난하면서 거꾸로 간 결과"라고 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에서 한국이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강등된 점을 등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역시 지난 3년 간 크게 후퇴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법"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대북,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는 지난 3년간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다"며 "모든 대화는 단절됐고 평화의 안전핀이었던 9.19 군사합의마저 파기됐다"고 했다.

특히 "끝간 데 없이 대결을 부추기고 긴장을 고조시키며 남북이 언제 군사적으로 충돌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았다"며 "급기야는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위한 위기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려 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 수사가 주목되고 있다"고 했다.

외교 분야에 관해선 "(윤석열 정부가)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편협한 진영외교에만 치중했다"면서 "한반도는 신냉전 대결의 최전선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망쳐놓은 외교를 다시 정상화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핵무장론 위험천만새정부, 한반도 평화와 외교 복원에 총력 기울여야"

이날 문 전 대통령은 "역사는 때로는 후퇴하지만 결국 전진한다고 믿는다"면서 "퇴행과 전진을 반복해 온 역사도 이제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며 6.3 대통령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역대 민주당 정부는 역대 보수정권이 남긴 퇴행과 무능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을 다시 전진시켜내는 것이 운명처럼 됐다"면서 "국민이 선택하게 될 새 정부가 국민과 함께 훼손된 대한민국의 국격을 회복하고, 더욱 유능하게 자랑스런 나라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정권교체를 통해 새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주력해 주기를 당부하는 메시지도 담았다. 문 전 대통령은 "평화를 지향하는 유능한 새 정부가 한반도 평화의 역사를 잇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기를 기대한다"며 "남북 간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도저히 대화를 말할 분위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대화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며 "미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물밑 접촉이 시작됐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그 대화의 구경꾼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은 위험한 주장"이라며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경제 제재를 초래하며, 국가와 민족을 공멸로 이끌 수 있는 위험천만한 주장"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 개발에 면죄부를 주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이며, 동북아를 세계의 화약고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 정책으로는 "균형외교가 안보와 경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국가 생존전략"이라고 했다. 그는 "긴밀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주변국들과 협력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한반도에 평화의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한편, 호혜적인 경제협력과 민간교류를 더욱 활성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무모한 비상계엄으로 상당 기간 정상외교의 공백을 초래했고, 외교의 골든타임을 날려버렸다"며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서둘러서 국익과 평화를 최우선에 둔 전방위적 외교 복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네 번의 남북정상선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한반도 평화의 정상에 이르지 못했다"며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평화를 위해,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맬 시간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지킨 힘으로 더 굳건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경제와 민생이 다시 활력을 되찾길 바란다. 뜨거운 민주주의 열정이 평화를 향한 열망으로 모여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우원식 "위수령 해제, 文대통령 중요한 일 해놓았다"

행사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나 12.3 비상계엄에 대한 신속한 해제 의결을 이끈 국회에 감사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우 의장은 문 전 대통령이 폐지한 위수령을 언급하며 "(12.3 계엄 선포 당시) 위수령이 살아있었더라면 국회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했다"면서 "문 전 대통령이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해 놓았다"고 했다.

군병력을 주둔지 밖으로 동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였던 위수령은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발령할 수 있어 치안 유지를 명분으로 군사정부 시절 시위 진압에 악용됐다. 위수령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11월 국무회의를 거쳐 폐지됐다.

우 의장은 "(윤 전 대통령이) 위수령이 없어서 계엄령을 했고, 계엄령은 국회가 해제할 수 있는 절차가 있어서 우리가 해제할 수 있었다"면서 "위수령이 살아있고 그것을 발동했다면 제가 담을 넘어오기 전에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계엄 사태 수습 과정에서 국회가 정말 큰 역할을 해줬다"며 "계엄 선포만으로도 나라와 국민들에게 끼친 피해가 막심한데, 그나마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 해제를 의결한 덕분에 사건을 조기에 수습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 선포 소식을 듣자마자 의장님이 국회로 달려와주고, 담장까지 넘으면서 의원들을 신속하게 소집해줬다"며 "침착하게 절차에 따라 회의를 진행해서 아무도 시비 걸 수 없는 계엄 해제 의결을 이끌어낸 강인한 의지와 리더십 덕분이었다"고 했다.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 참석차 국회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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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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