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실수로 언론인이 초대된 민간 메신저앱 대화방에서 민감한 군사 정보를 유출하는 안보 사고를 일으킨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같은 메신저앱의 별도 대화방에서 배우자 등 가족들에게도 예멘 공격 정보를 공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의 안이한 보안 의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대화방에 대해 잘 아는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달 15일 있었던 예멘 후티 반군 공습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습 전 배우자, 형제, 개인 변호사가 포함된 민간 메신저앱(시그널) 대화방에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소식통은 이 대화방에 F/A-18 호넷 전투기의 후티 반군 공습 일정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공유된 정보가 언론인이 실수로 초대된 대화방에서 유출된 정보와 "본질적으로 같은 공격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JD 밴스 미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 고위 안보 관료들이 포함된 예멘 군사 작전 관련 민간 메신저앱에 실수로 미 매체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초대됐고 헤그세스 장관에 의해 "무기, 목표물, 시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포함한" 예멘 폭격 계획의 세부 사항이 사전에 노출됐다. 이 사건으로 헤그세스 장관을 포함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안보 관료들의 보안 의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신문은 미 폭스뉴스 제작자 출신인 헤그세스의 배우자 제니퍼는 국방부에 아무런 직함이 없고 형제 필과 개인변호사 팀 팔라토리는 국방부에서 각 장관 선임고문, 해군 법무관 등의 직함을 받아 놓은 상태지만 두 사람이 "예멘 후티 반군을 겨냥한 군사 공습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골드버그 편집장이 실수로 포함된 이전에 노출된 대화방과는 달리 이번에 드러난 대화방은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 1월 가족과 측근 10여 명을 모아 직접 만든 것으로 '국방 | 작전회의팀(Defense | Team Huddle)'이라는 대화방명을 사용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대화방 접속 땐 정부 통신수단이 아닌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 대화방에 대해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측근들이 예멘 공습 1~2일 전 헤그세스 장관에게 이러한 민감한 작전 세부 사항을 민간 메신저앱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신문에 전했다. 신문은 헤그세스 장관이 이 경고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군사 작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작전 세부 사항을 보고 받을 명백한 이유가 없는 배우자, 형제, 개인 변호사가 (대화방에) 계속 포함된 것은 헤그세스 장관의 보안 규약 준수에 대한 추가적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미 CNN, ABC 방송, <로이터> 통신 등도 이 대화방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보도 뒤 민주당은 헤그세스 장관 해임 주장을 강화했다. 태미 덕워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이 피트 헤그세스가 얼마나 더 많은 정보를 유출해야 그가 거짓말쟁이이자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을 깨달을까? 그가 자리를 지키는 날마다 우리 군의 목숨이 그의 어리석음 때문에 위험에 처한다"며 헤그세스가 "불명예 퇴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성명을 통해 "시그널 대화방엔 기밀 정보가 없었다"고 발뺌하며 "트럼프를 미워하는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 의제에 헌신하는 이를 파괴하려 집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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