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고위 안보 관료들이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최근 군사 작전을 민간 메신저앱에서 논의한 데다 해당 대화방에 실수로 언론인까지 초대해 민감한 정보를 노출하며 어처구니없는 안보 사고를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미 매체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내게 실수로 전쟁 계획을 문자로 보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JD 밴스 미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 고위 안보 관료들이 포함된 예멘 군사 작전 관련 민간 메신저앱(시그널) 단체 대화방에 자신이 실수로 초대돼 지난 15일 미국의 후티 반군 폭격을 미리 알게 됐다고 보도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후티 폭격 2시간 전인 15일 오전 11시44분께 헤그세스 장관이 "무기, 목표물, 시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포함한 계획" 등 예멘 공격 작전에 대한 세부 사항을 대화방에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화방이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예멘에 실제로) 폭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썼다.
미 백악관은 보도된 대화 내용이 진짜라고 확인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라이언 휴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보도된 메시지 묶음은 진짜인 것으로 보이며 우리는 어떻게 실수로 번호가 추가됐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안에 구멍이 뚫린 채 오간 해당 메시지가 "고위 당국자 간 깊고 사려 깊은 정책 협의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이날 미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몇 주 전" 왈츠 보좌관에 의해 이 메신저에 초대됐으며 곧 해당 대화방에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이를 "무시"했지만 대화방에서 자신을 "헤그세스 장관이라고 칭하는 인물"이 공유한 정보대로 15일 오후 2시께 예멘에 미군 폭격이 시작되자 비로소 대화방이 "진짜"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이전 정부에서도 안보 관료들이 해당 메신저앱을 사용했지만 회의 시간 등 일반적인 내용이 주로 공유된 것으로 알고 있고 "다른 나라 공격 여부 및 언제·어떻게 공격할지를 상업용 메신저를 이용해 논의하는 건 본 적이 없다"며 "상업용 메신저앱에서 이러한 일을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관료들이 실수로 해당 대화방에 후티 지지자가 아닌 "내 번호를 추가한 건 행운이었다"며 "왜냐하면 이들은 작전에 연루된 미군의 생명을 실제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정보를 배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고위 안보 관료들이 보안 통신 수단이 아닌 일반 상업용 메신저를 통해 민감한 군사 작전을 논의한 데 대한 경악과 비판이 쏟아졌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충격적 군사 정보 침해"라며 "아마추어 같은 행동"을 비판하고 "완전한 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이런 종류의 보안 침해는 사람들이 죽고 적이 이득을 얻으며 국가 안보가 위험에 빠지는 방법"이라며 "이 사람들은 분명히 이 일을 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잭 리드 민주당 상원의원도 성명을 통해 "사실이라면 내가 본 가장 심각한 작전 보안 및 상식에 대한 실패 중 하나"라며 "군사 작전은 승인된 보안 통신 회선을 사용해 최대한 신중히 처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내각이 보여준 부주의함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하원 정보위원회의 짐 하임스 민주당 의원은 성명을 내 보도를 보고 "공포에 질렸다"며 대화방에 있던 대화방에 있던 고위 관료들보다 "더 낮은 직급의 당국자가 여기에 묘사된 대로 행동했다면 허가를 잃고 범죄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6일 정보위에서 관련 청문회를 열 것을 촉구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우려를 표명했다. <AP> 통신을 보면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은 관련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초당적으로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수준의 "엄청난 실수"라며 "기관 간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기자를 대화방에 잘못 초대한 것에 앞서 민간 메신저앱에서 군사 작전을 논의한 것 자체가 보안 문제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조지타운대 컴퓨터과학 및 법학 교수인 맷 블레이즈는 사용된 메신저앱의 암호화 기술 자체는 강력하지만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근본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기기"에서 실행되기 때문에 민감하고 기밀로 분류되는 대화를 나누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메신저앱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사라지는 기능이 있지만 외국 정보 기관 및 다른 숙련된 기관이 대화가 이뤄진 휴대폰을 입수한다면 저장된 메시지에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및 국방장관을 지낸 레온 파네타는 미 CNN 방송에 대화방에 골드버그 편집장이 아닌 "다른 골드버그"가 추가됐다면 후티에 작전 정보가 새 "홍해 미군 시설이 공격 당해 우리군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이번 일은 "누군가가 해임돼야 할" 수준의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내부에서 월츠 보좌관이 해임돼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한 고위 행정부 당국자가 다른 정부 직원들과 월츠의 처분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결과 "절반은 그(월츠)가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고 살아남아선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귀띔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대화방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것, 상업용 메신저에서 그러한 대화를 나눈 것 모두 "무모했다"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무모한 사람을 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백악관과 긴밀한 다른 소식통이 "백악관의 모두가 한 가지에 동의한다. 마이크 월츠는 멍청이"라고 더 직설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이 문제를 회피 및 축소하는 태도를 보여 이 사건이 실제 조사나 문책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더힐>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취재진에 관련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주장하며 해당 보도를 실은 <애틀랜틱>을 "폐간돼야 할 잡지"라고 비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소셜미디어(SNS)에 <애틀랜틱>을 "아무도 읽지 않는" 매체로 폄훼해 이 사건을 축소하는 내용의 글을 인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함께 게시한 이미지를 통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또한 <애틀랜틱>이 "아무도 가지 않아 주검을 숨기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며 같은 글을 인용했음을 밝혔다.
당사자인 헤그세스 장관도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여러분은 시시한 거짓을 계속해서 퍼뜨리는 것을 일삼는 기만적이고 신뢰도가 낮은 '소위 언론인'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골드버그 편집장을 비하하는 답변을 했다. 그는 "아무도 전쟁 계획을 문자로 보내지 않았다"며 보도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관계자가 결국 월츠 보좌관 등에 대한 처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으로 국방 경험이 부족한 헤그세스를 장관으로 기용한 것으로 포함해 "아마추어"를 요직에 앉힌 것이 이러한 일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방송은 연방 정부 축소를 외치는 머스크의 정부효율부가 핵무기를 감독하는 국가핵안전청(NNSA) 직원들을 무작정 해고했다가 복귀시킨 사례 또한 "아마추어" 기용이 초래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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