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공약한 국민의힘, 직원들에겐 '과로' 강요

주 최소 55시간 '비상근무' 의무화했다가 '위법' 의식한 듯 철회

주 4.5일제 도입과 주 52시간 근로 규제 폐지를 대선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국민의힘이 당 사무처 당직자들에게는 '주 55시간 장시간 근무'를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총무인사부는 지난 7일 당 사무처 직원들에게 '최소 55시간 근무'를 의무로 하는 비상근무 체제 도입을 공지했다. 6.3 조기 대선 후보자 등록일인 다음 달 10~11일까지 하루 근무시간(평일 12시간, 주말 6시간)을 준수하고, 퇴근은 휴게시간을 포함해 평일은 출근 뒤 12시간이 지난 시각에, 주말은 출근 뒤 6시간이 지난 시각에 하라는 지침이다.

그러면서 평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할 것을,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또는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시간대를 택해 하루 이상 출근할 것을 기준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이를 적용하면 점심과 저녁 시간을 각각 1시간씩 제외하더라도, 주 6일 출근에 한 주 노동 시간이 최소 55시간에 달한다. 법정 최장 노동시간 한도인 주 52시간을 초과해 위법이다.

앞서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 55시간 이상 근무는 주 35~40시간 근무 강도와 비교해 뇌졸중과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인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침해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로'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총무국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16일 통화에서 '주 55시간 근무 공지가 있었나'라는 물음에 "맞다"며 "저도 적용을 받는 직원"이라고 밝혔다.

당이 비상근무 체제 필요 사유로 언급한 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다. 이 직원은 "대통령이 탄핵되면 선거 실시 사유 발생하니, 대선 기간에 임하는 비상근무였을 것"이라며 "지난해와 올해, 비상근무 체제는 없었던 거 같다.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에 대한 사실상 '장시간 노동 강요'는 국민의힘이 최근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주 4.5일제 근무제" 공약을 발표한 모습과 대비된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비대위 회의 중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은 유지하되, 유연근로제를 통해 실질적으로 주 4.5일제 도입의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서 대선공약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하루 8시간 기본 근무에 더해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4시간만 일한 뒤 퇴근할 수 있는 제도를 정책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권 위원장은 "워라벨 개선 효과"를 자신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를 방해하는 주 52시간 근로 규제 폐지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과로 조장 정책'이라는 논란을 자처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주 69시간 장시간 근무'를 초래하는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섣불리 발표했다가 여론의 역풍에 철회한 바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논란을 의식한 전날 '1차 비상근무 체제'를 종료한다고 직원들에게 다시 공지했다. 그러면서 "21대 대선 대비 사무처 당직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국민의힘 사무처협의회는 입장문을 내 "비상근무가 종료되면 그간의 근무 현황을 바탕으로 대체 휴무 등 관련 인사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이 몰릴 때는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적을 때는 충분히 쉬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근로 형태"라며 "남은 선거기간 동안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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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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