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교과서에도 헌법재판관 지명은 국가원수 권한"…법무장관 "동의 안 돼"

여야, 대정부질문서 한덕수 최근 행보 두고 공방…당사자 韓은 불참, 국회의장 격노

대선 출마가 점쳐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최근 행보를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방을 벌였다.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의 적법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눈 대선출마 관련 대화가 외부로 유출된 일이 도마에 올랐다. 정작 한 권한대행은 대정부질문에 불참했는데,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라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은 한 권한대행의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이 불법적 권한 행사라고 주장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일관되게 이를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EBS '법과 정치' 수능 특강,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 등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국가원수로서의 권한,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국가원수로서의 권한 중 하나가 헌법재판관 임명권"이라고 돼 있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이 적법하다'는 주장은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그 책 내용에 100% 동의하기 어렵다"며 "행정부에서 (헌법재판관) 3명을 추천하는 것이 국가원수로서 하는 것인지, 행정부 수반 몫으로 하는 것인지 판단이 다르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이에 "수능 문제에도 동의하기가 어렵다는 건가"라며 "어느 한 명의 국민으로부터, 단 한 표도 받은 적 없는 권한대행이 4400만 대한민국 국민이 불가분적으로 똑같이 가진 권한을 도둑질한 것"이라고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비판했다.

박 장관은 "헌법 규정에 따라 총리가 제한 없이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는 것도 헌법에 따른 것"이라며 "그 헌법은 국민의 의사가 모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둑질했다는 부분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도 "법제처가 헌법주석서를 발간했다. 거기에 보면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는 현상유지 위주로 해야 된다', '새로운 걸 하면 안 된다'고 돼 있다"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박 장관은 "지금 문제되는 부분(헌법재판관 지명)은 행정부 몫으로 된 부분이라 총리께서 필요성이 있다면 임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총리께서 판단하고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여당도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과 관련 한 권한대행 엄호에 나섰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시점부터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대행하게 됐다"며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는 데 대해 "동의하냐"고 박 장관에게 물었다. 박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여야는 이날 지난 14일 이뤄진 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를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를 궁금해했다'는 대화 내용이 외부로 흘러나온 것은 외교상 기밀을 유출한 불법행위라며 그 뒷배경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김기홍 외교부 차관에게 정상 간 통화 내용이 "흘러나온 것은 비밀 위반"이라며 "외교부는 수사를 의뢰하든 조사를 하든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조사하겠나"라고 물었다.

김 차관은 "거기에 대해 저희(외교부)가 밝힌 바 없다"며 조사 여부는 "외교부가 정할 사안이 아니고 정상 간 통화였기 때문에 총리실이 판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영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직후 '원스톱 쇼핑을 했다'고 이야기했다"며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적 세계관으로 볼 때 한 권한대행이 '뭔가를 거래하고 나서 유력 대선 후보라는 말을 들은 것 아니냐', '도대체 뭘 팔아먹었냐'고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차관은 "그날 통화는 세 가지 주제(한미동맹, 통상 문제, 북핵 문제)에 대해 앞으로 한미 간 어떻게 협의하고 협력해나갈지 이야기했고, 구체적인 거래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적극 옹호했다. 국민의힘 김기웅 의원은 "이번 통화에서 한미동맹, 경제협력, 북핵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양측 간 소통이 잘 이뤄졌고 트럼프 대통령도 만족을 표시하는 등 나름 성과가 컸다고 본다"며 양 정상 간 통화에 대한 김 차관의 의견을 물었다.

김 차관은 "내용이 충실하고 생산적인 대화였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호응했다.

▲14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대정부질문의 주인공 격이었던 한 권한대행은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에 대해 "오늘 국무총리가 일방적으로 불출석했다. 양 교섭단체 양해도 없었고 의장의 허가도 없었다. 기록으로 확인되는 한 국무총리든 대통령 권한대행이든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라며 "대정부질문은 진작부터 예정된 일정이다. 다른 일정 때문에 불출석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 시국 현안 처리와 민생현장 점검을 핑계대는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질타헸다.

이어 "대정부질문은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라며 "국무총리의 일방적 불출석이 헌법을 무시하는 것인지, 국회를 무시하는 것인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정부질문은 모레까지 진행된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의 국회 출석 의무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및 내란 상설특검 미임명과 관련 한 권한대행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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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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