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윤심(尹心. 윤석열 전 대통령의 뜻)'을 앞세워 강성 보수층에 대한 적극적 구애 행보에 나서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후에도 당 소속 정치인들을 관저로 불러 만나는 등 '막후 정치'에 나선 상황에서, 이들의 행보를 놓고 당 안팎에서 우려가 나온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왜 반대했나'라는 질문을 받고 "다른 좋은 방법으로 대한민국 헌정이 잘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는데, 탄핵은 불가피할 경우 정말 국민이 상당한 정도로 냉정하게 따져보고 해야 한다"며 "항상 대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비상계엄을 한 대통령을 파면하지 않을 방법이 있나'라는 진행자의 지적에 김 전 장관은 "(탄핵은) 우리 헌정사에서 도움이 안 된다"며 "이번에 (헌법재판소) 판결된 것을 승복은 하지만, 많은 논란이 계속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제명과 출당 필요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당원들의 생각이라든지, 윤 전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 국민의 민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될 문제"라고 했다.
지난 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루 앞두고 고용노동부 장관직을 사퇴한 김 전 장관은 자신을 임명한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도 공개했다. 김 전 장관은 "고생 많았다"는 윤 전 대통령의 말에 자신은 "대통령이 그동안 구속도 됐는데, 굉장히 많이 고생하셨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나경원 의원은 노골적으로 '윤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튿날인 지난 5일 한남동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과 한 시간가량 차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나 의원은 이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앞두고 출연한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이) 나라 걱정을 많이 하더라"라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차담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나'라는 질문에 나 의원은 "지금부터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한 나라 걱정도 하셨고, 그동안에 대통령으로서 국가 운영을 하면서 어려움에 대해 또다시 한번 말씀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대선 출마 결심에 영향이 있었나'라는 물음에는 "대통령과의 만남 때문에 대선에 출마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말씀 중에 새겨들을 부분도 있었다"고 답했다.
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발표한 출마 선언문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상기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무너지는 법치주의와 쓰러져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시민 여러분, 당원 동지들과 함께 간절하게 싸웠다"고 했고, "좌파 사법 카르텔을 혁파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사법부와 헌재가 국민의 최후 보루가 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철우 경북지사는 출마 당일 한남동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승리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대통령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이날 BBS 라디오에 나와서도 "그날 만나뵈니까 대통령이 굉장히 상처가 큰 것 같다. 쉽게 얘기하면 '믿은 사람들이 배신했다' 이런 것 같다"고 윤 전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풀이했다. 그는 "계엄은 찬성하지 않지만, 탄핵은 안 했어야 한다. 탄핵에 앞장선 사람들이 탈당해야 한다"며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에 통치 행위"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당 내에서는 이들을 향한 우려·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 일원인 김재섭 조직부총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관저에 들어가거나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서 정치활동을 이어가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더라"며 "매우 부적절하다", "그게 도움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김 부총장은 "후보들이 '윤심 경쟁'을 하고 있으면 그냥 이재명 선대위원장 되는 것"이라며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라면 '어떻게 하면 윤심과 거리를 두고 국민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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