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후 가짜뉴스도 사라질까

[안종주의 생명사회] 尹 탄핵 선고 후 국민 생명과 안전 보장을 위한 제언

4일 탄핵 선고 뒤 그동안 우리 사회를 혼란으로 몰고 갔던 가짜뉴스, 특히 부정선거 음모론을 비롯한 각종 음모론이 잦아들까 아니면 더 기승을 부릴까? 그도 아니면 큰 변화가 없을까? 물론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는 잦아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사례 등과 최근 보수가 극우 성향으로 방향을 틈에 따라 미국처럼 음모론이 잦아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기승과 무변화 사이 어느 지점에서 위치할 것으로 본다.

가짜뉴스와 가짜 음모론은 극우와 보수의 전유물은 아니다. 진보 또는 좌파 쪽에서도 종종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등장한다. 그러나 요 몇 년 사이에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극우와 보수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번성했다. 특히 일부 극우 매체와 여러 극우 유튜브를 통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윤석열 지지층을 파고들었다. 반면 진보 또는 좌파 쪽은 이에 대응해 사실 확인(팩트체크)을 하는데 몰두하기 바빴다.

보수‧극우 쪽에서는 윤석열을 ‘아시아의 트럼프’로 추켜세우거나 트럼프와 윤석열은 궁합이 잘 맞을 지도자로 평가한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막지르는 정책, 국민 소통 무시, 즉불통, 레거시 미디어와의 불협화음, 막말, 거짓말, 가짜뉴스 인용·퍼트리기 등 많은 부분에서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 왔다. 트럼프가 먼저 대통령이 되었고 부정선거 음모론 주장 면에서도 선배이니 윤석열 쪽이 트럼프 쪽을 따라갔다고 하는 것이 더 적확하겠다.

20세기 이후 자신의 집권 또는 재집권, 영구집권을 위해 음모론을 가장 잘 활용한 정치인을 꼽으라면 히틀러와 트럼프를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는 우리 현실과 맞닿아 있고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트럼프에 국한해 이야기하겠다.

미국을 바꾼 음모론, 트럼프 집권 뒤 진정세

미국에는 음모론 전문 온라인 단체인 큐어넌(QAnon)이 있다. 큐어넌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해인 2017년 말부터 등장해 급속히 세를 불린 극우세력이다. 큐어넌은 미국이 아동 성매매를 일삼는 소아성애자들과 사탄 숭배자에 의해 지배되며, 여기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속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밀 관료 집단인 딥스테이트를 통해 사실상 국가를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다. 모두 너무나 황당한 음모론이다.

마침내 큐어넌은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패배하자 선거가 조작됐다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했다. 이는 결국 2020년 1월 6일 미국 초유의 선거를 뒤집으려는 국회의사당 공격으로 이어졌다. 당시 트럼프는 트위터에 "내가 선거에서 이겼다."라며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트럼프는 열렬한 큐어넌 지지자이다.

큐어넌은 트럼프 2기 집권을 맞아서도 여전히 왕성한 음모론 확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지역 화재 당시 큐어넌을 중심으로 "극좌 성향의 반(反)파시즘 단체인 '안티파' 회원들이 방화를 저지르고 있다"라는 음모론이 퍼졌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전 세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넥서스>에서 "2020년 7월에는 한 큐어넌 추종자가 캐나다 총리 트뤼도를 체포하기 위해 총리 관저 습격을 시도했다. 2021년 10월에는 한 프랑스인 큐어넌 활동가가 프랑스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2020년 미국 의회 선거에서는 22명의 공화당 후보와 2명의 무소속 후보가 큐어넌 추종자로 밝혀졌다."(304쪽)라고 소개했다.

큐어넌이 뿌린 악의 씨앗이 얼마나 위험하고 해로운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가짜 음모론이 인간을 악령이 깃든 좀비로 만들어 국가 최고 지도자에게 해를 끼치려 하고 심지어는 민주공화국 정부를 뒤엎으려고 할 만큼 무모하고 비이성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가짜 음모론을 별것 아닌 일시적 현상 따위로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윤석열퇴진전국대학생시국회의

음모론 끝판왕 큐어넌 유사 조직 한국엔 없어

큐어넌을 중심으로 한 미국 극우 음모론자의 영향력에서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부정선거 음모론과 관련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만든 메시지를 그대로 빌려와 그 어느 나라에서보다도 가장 모범적(?)이고 오랫동안 열성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큐어넌과 같은 음모론 수괴 노릇을 하는 전문사이트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음모론은 극우 언론매체, 인터넷매체와 극우 성향 커뮤니티, 극우 유튜브 등 다양한 갈래에서 나와 퍼지고 있다.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이란 이 구호는 트럼프가 패배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대통령 선거 때 국민의 힘 윤석열이 당선되어 이런 구호를 극우‧보수 쪽이 외치지 않다가 202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하자 이 구호를 미국 극우 음모론자들한테 '원조'받아 본격적으로 거리에서 외치기 시작했다.

트럼프와 윤석열의 유사점이 많긴 하지만 서로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트럼프는 군대와 경찰 등 총칼을 동원한 친위쿠데타, 즉 내란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차이다. 또 트럼프는 숱한 비난과 거짓말, 사기에도 불구하고 다시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윤석열은 누가 부추기지도 않았음에도 스스로 내란을 일으켰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파면될 가능성이 100%라는 사실이다. 이 또한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의 트럼프라는 말은 헛소리인 셈이다.

4일 윤석열이 탄핵 되면 5월 말 6월 초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질 것이고 60일 이내 치르는 대통령 선거는 그야말로 이전투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혼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윤석열이 21세기 대표적 민주공화국이자 경제선진국에서 한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친위쿠데타를 일으켰고 그에 동조하는 파시즘 세력이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 가짜뉴스, 음모론이 없는 선거를

따라서 새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선거 때보다 각종 거짓말과 가짜뉴스, 음모론으로 심각하게 오염이 된 토양 위에서 치러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사전선거의 조직적 부정 가능성과 같은 대형 음모론은 너무나 오랫동안 극우 쪽에서 써먹은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이를 재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는 미국의 큐어넌 같은 악명 높은 음모론 전문 조직도 없다. 결국 잔챙이 음모론과 거짓말, 가짜뉴스로 재미를 보려 하겠지만 큰 재미는 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정말 우려하는 부분은 선거 때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경제, 노동, 교육, 복지, 과학기술 등 국민의 삶과 생명, 그리고 안전, 국가의 안정과 미래에 대한 설계와 비전이 튼실하게 제시‧논의되지 않고 헐뜯기와 비난, 그리고 불통으로 점철되어 진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다시 도약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작기는 하지만 거짓말, 가짜뉴스, 음모론이 없는 선거를 치르고 그 후 대한민국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민주공화국으로 우뚝 서는 기적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비 온 뒤 땅이 더 굳고 위기 뒤 기회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양극단보다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거짓말에 속지 않고 가짜뉴스를 멀리하며 음모론에 혹하지 않는다면 분명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과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국가 존재 이유와 정치 추구 목표는 같아

국가는 국민 안전과 인권, 그리고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이는 정치가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가짜뉴스와 가짜 음모론은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국민의 뇌에 오물을 집어넣는다. 이것들은 정치 오염의 주범이다. 결국 가짜뉴스와 음모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단히 해로운 위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짜뉴스와 가짜 음모론을 만들어 퍼트리고 또 이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믿는 신봉자들은 모두 매국노이자 반국가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재해나 공중보건‧환경보건 전문가들은 관련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유해요인(hazard)에 노출(exposure)되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은 주로 유해요인 자체보다는 노출을 줄이기 위한 예방 전략에 초점을 맞춘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의 경우에도 이를 퍼트리는 유해 매체, 즉 <스카이데일리>와 같은 극우 매체, 인터넷매체와 디시인사이드 등 국내 극우 성향 커뮤니티, 그리고 극우 유튜브에서 가짜로 판명 난 것을 올릴 때 이를 원천 봉쇄하거나 이미 올린 것은 완전히 삭제하는 등 노출 빈도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사회악으로 판명된 가짜뉴스와 음모론 생산‧유포에 대해서는 원천 봉쇄와 징벌적 처벌, 특히 과감한 금전적 징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관련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물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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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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