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시위 상징 '키세스 시위대'가 尹 지지 세력으로 무단 둔갑

尹 계엄 옹호 책에 이정헌 작가 '키세스 시민단' 그림 무단 도용

지난 겨울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눈을 맞으며 시위한 이들을 가리키는 '키세스 시위대' 그림이 엉뚱하게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로 둔갑했다.

23일 만화가 이정헌 작가 페이스북을 보면, 이 작가가 지난 1월 초 그린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응원합니다' 글귀와 함께 그린 그림 '키세스 시민단'이 무단으로 윤 대통령 내란 혐의를 부정하는 <혁명과 반혁명>이라는 책의 뒷표지에 사용됐다.

북저암이라는 출판사에서 지난달 출간된 이 책 홍보 문구에는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은 없다. 반국가 세력과 종합범죄자 이재명이 손을 잡고 자유민주 정부의 권력을 강탈하기 위한 반역이 있을 뿐이다"라고 적혀 있다.

또 이 책 인세는 전액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에 기부된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책이 '키세스 시민단' 그림을 무단 도용했다. 뒷표지 그림에는 "한남동에서 그를 기다린다.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땅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얼어 죽는 길을 택하겠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윤 대통령 계엄을 지탄하며 일어난 시민 모습이 정반대로 계엄 옹호 의미로 둔갑한 셈이다.

이 작가는 이를 두고 "무단으로 내 그림이 어떤 책의 뒷표지로 사용되었다는 소식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개탄했다.

이 작가는 이후 "단지 내 그림이 도용당하는 정도의 일이라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날뛰었겠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며 "추운 겨울밤에 눈과 바람을 맞으며 지새운 시민들의 마음. 내가 그렸더라도 그건 나만의 작품이 아니고, 이번 일은 그곳에 함께 있던 분들의 진심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작가는 24일 진보당과 함께 이 사태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진보당에 따르면 '키세스 시민단'의 그림 속 모델이 된 이는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 소속 천승훈 비서관이다.

천 비서관은 이 책의 무단 도용 사실을 확인하고 X(옛 트위터)에 "국회도서고나에서 제 그림이 윤석열 책에 쓰여진 걸 봤다. 너무 불쾌하다. 한남동 응원봉연대 투쟁이 부러웠나. 진짜 '스틸(STEAL)'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지적했다.

현재 출간을 준비하는 만평집에 이 작가의 '키세스 시민단' 작품을 싣기로 한 도서출판 혜윰터도 이번 사태에 강경 대응키로 했다.

▲이정헌 작가 페이스북 캡처.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대희

독자 여러분의 제보는 소중합니다. eday@pressian.com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