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안을 세대간 전쟁 몰아가는 건 위험한 '포퓰리즘 정치'"

김성주 전 전북의원 "청년세대 독박쓴다 주장은 사실 아냐"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전북 전주병)이 24일 연금개혁안과 관련해 "일부에서 주장하는 '86세대는 꿀 빨고, 청년세대는 독박쓴다'는 것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전북의 재선 출신이자 제16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국민연금 전문가'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에 관심이 쏠린다.

김성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200자 원고지 20장 분량의 장문을 올리고 "세대 간 연대로 성립하는 연금제도를 세대 간 전쟁으로 몰아가는 위험한 포퓰리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전북 전주병)이 24일 연금개혁안과 관련해 "일부에서 주장하는 '86세대는 꿀 빨고, 청년세대는 독박쓴다'는 것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김성주 전 의원 페북

그는 "모처럼 여야 합의에 의한 '연금개혁안'에 대해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주로 여권의 대선 주자인 안철수, 유승민 의원이 포문을 열더니 '86세대는 꿀 빨고 청년세대는 독박'이라는 한동훈 전 대표의 노골적인 세대 선동까지 나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성주 전 의원은 "여야 3040 의원들이 '혜택은 기성세대가 누리고 부담은 미래세대의 몫'이라는 입장문을 보고서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이들의 주장은 연금제도의 본질과 사회보험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실제 사실과도 전혀 다르며 노골적으로 세대 전쟁을 부추기는 너무나 위험한 발언이라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주 전 의원은 "이번 여야 합의 연금개혁의 가장 큰 특징은 '더 내고 더 받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시작된 1988년 최초 보험료는 3%였고 두 차례에 걸쳐 9%로 인상된 후 2025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단 1%도 인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선진국의 보험료율이 18~20%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9%는 너무 낮은 것이라는 말이다.

그동안 여러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어떤 정부나 정당도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에게 보험료 더 내라는 말을 할 용기를 갖지 못했다.

김성주 전 의원은 자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접근법은 '기금이 소진되니 더 내라'가 아니라 '더 편안한 노후를 위해 더 부담하더라도 더 받을 수 있는 연금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설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이 과연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2016년 캐나다 연금개혁 사례를 들 수 있다"며 "캐나다는 '개혁(Reform)'이 아니라 '개선(Enhancement)'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국민연금 개혁안 ⓒ김성주 전 의원

'개혁' 하면 무언가 희생을 강요하고 손해를 봐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캐나다 2016년 연금개혁은 노후보장을 위한 연금제도를 더 좋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추진했다는 말이다.

2016 캐나다 연금개혁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보험료율 9.9%를 11.9%로 2%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25%에서 33.3%로 8.3%로 크게 올리는 것이다.

캐나다 연금제도는 한국의 기초연금과 비슷한 세금으로 지급하는 OAS(Old Age Security)와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인 CPP(Canada Pension Plan)로 이뤄져 있다.

OAS는 거의 모든 국민 상대로 매월 약 60만원을 지급하며 CPP는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내고 받는 비례연금이다.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30·40세대 여야 의원들이 3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 나은 연금개혁을 요구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국민의힘 김재섭, 개혁신당 이주영,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개혁신당 천하람,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 ⓒ 연합뉴스

캐나다 역시 개인연금 활성화에 많은 지원과 투자를 해왔지만 실제로는 노후빈곤율이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노후소득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노조 등이 공적연금인 CPP를 강화하라고 요구를 하게 되었다.

기업들도 사적연금보다 공적연금인 CPP가 더 효율적인 제도라고 여기면서 구태여 기업연금에 대한 추가 기여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캐나다 연금개혁은 공적연금 강화 방향으로 이뤄지게 된 것이라는 김 전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주목할 점은 캐나다 연금개혁의 수혜자가 누구냐는 것"이라며 "CPP(국민연금) 강화의 혜택은 2016년 현재 현재 60세인 가입자들은 별로 영향이 없고 20세인 가입자들의 상당한 급여 인상이 예상된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즉 이미 보험료 납부를 끝내고 연금을 받게 되는 세대는 별 혜택이 없고 오히려 젊은 세대가 연금개혁에 따른 연금액 인상 효과를 누리게 됐다는 주장이다.

김성주 전 의원은 "캐나다 사례를 보면 소득대체율 인상의 효과는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세대나 곧 은퇴를 앞둔 세대에게는 미미하며 미래 세대의 혜택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86세대는 꿀 빨고, 청년세대는 독박쓴다'는 것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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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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