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가 '기각' 결론을 점치고 있다. 탄핵소추서에 나열된 탄핵 사유가 총리직 파면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한 총리 탄핵심판이 기각으로 결론이 난다 하더라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총리가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에서 '계엄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계엄 전 국무회의에 대한 '실체적 흠결'을 언급해 온 만큼 계엄, 또는 내란의 동조 세력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틀 앞으로 다가 온 헌정 사상 첫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둘러싼 쟁점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모아봤다.

쟁점 1. 국회 탄핵안 의결 정족수 문제
일각에서는 국회의 한 총리 탄핵소추 의결 당시 정족수가 미달었다며 '각하'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국회는 한 총리 탄핵안을 192표로 통과시켰는데, 한 총리 측은 당시 신분이 대통령 권한대행이었으므로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 의결 기준 또한 대통령 기준인 200표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한 총리 탄핵 여부를 가를 첫 관문인 국회 의결 정족수 문제에 대해 재판관 의견이 나뉠 것이라면서도 절차적 적법성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봤다.
노희범 변호사는 21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의결 정족수 151표, 즉 총리와 공무원 탄핵안 의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맞는다고 본다"며 "탄핵 과정의 절차적 적법성이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 변호사는 다만 한 총리의 탄핵 사유를 총리 재직과 대통령 권한대행 재직으로 나눠 짚을 경우 "탄핵 사유 중 일부에 대해서는 의결 정족수가 200표가 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즉,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대통령 탄핵 의결 요건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총리 탄핵 사유 5개 가운데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발표'는 총리 재직시에 해당하며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및 채상병 특검법 거부' 등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 해당한다.
김성수 변호사는 이날 YTN <뉴스UP>에 출연해 "대통령이 아닌 총리라든지 국무위원(장관) 등에 대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 부분(탄핵안) 의결을 할 수 있다"며 "(한 총리 탄핵안의 경우 과반수인) 150명을 기준으로 해서 탄핵소추 의결을 한 것 자체가, 이 부분에 대해서 만약에라도 헌재에서 200명을 기준으로 했어야 한다라고 한다면 인원 자체가 맞지 않는 의결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면 각하 판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차진아 교수는 이날 YTN <뉴스퀘어 2PM>에서 의결 정족수 문제에 각하 의견이 나올 경우 "탄핵소추 의결을 위한 정족수를 충족 못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탄핵소추 의결 자체가 무효라는 얘기"라며 한 총리 탄핵 심판 기간 중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가 결정한 국법상 행위도, 예를 들면 재판관 2명을 임명한 것 등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의 한 총리 탄핵소추안 통과 당시에도 의결 정족수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는데, 헌법학자들은 한 총리는 직무상 대통령 역할일 뿐 신분은 국무총리라며 현상 유지 수준의 '단순 대리자'라는 점을 강조, 국무위원 탄핵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만 채우면 된다는 해석이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 시 정족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151명)다. 다만 대통령 탄핵의 경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쟁점 2.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여야 합의안을 앞세워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했다. 당시 헌법재판관은 6명으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이 통과됐음에도 한 총리는 이들에 대한 임명을 거부했다.
야당은 한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지연 의도가 있다며, 한 총리의 탄핵 사유로 명시했다. 헌법 제113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탄핵을 인용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차진아 교수는 "마은혁 재판관 등 당시 후보자 3인에 대한 임명을 하지 않은 행위, 이것에 대해서는 헌법 위반은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한 법 위반이 파면할 만큼 중대성은 없다고 해서 결론은 기각 결정이 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변호사도 "국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상대로 제기한 마은혁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 심판에서 위헌이고 권한침해라는 결정을 했기 때문에 같은 결정(위헌)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총리직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위반으로 결론이 나오지는 않을 듯하다"고 했다.
관련해 "헌법재판관 구성상 6명의 파면 결정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8인 체제'인 재판관 성향은 일반적으로 중도·보수 5명과 진보 3명으로 구분된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국회의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청구인(국회)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해당 결정으로 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생겼지만 현재까지 임명하지 않고 있다.

쟁점 3. 韓 탄핵심판 결론이 尹 탄핵심판에 미칠 영향
헌재의 '선(先) 한덕수 후(後) 윤석열' 선고 예고에, 한 총리 선고를 윤 대통령 선고의 '예고편'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두 탄핵 사건을 '별개의 사건'으로 보고 있다.
이헌환 교수는 전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통령 탄핵소추가 있고 난 후에 (총리) 탄핵소추가 다시 이루어졌는데 그건 탄핵소추가 이루어진 다음에 권한대행으로서 권한 행사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시 또 탄핵이 된 것"이라며 "그 자체로는 서로 엄밀하게 말하면 별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가 (탄핵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했을 때에 대통령 탄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대, 이런 입장에서 (정치권에서) 언급이 되는 것인데 사실은 전혀 그건 무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 與 불 지피는 '각하설'…"오히려 탄핵 부인할 수 없음을 방증")
노희범 변호사도 "(두 탄핵 사건은)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한 총리 계엄 공모 여부에 대해 판단할 때도 윤 대통령 계엄 위헌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연계해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 변호사는 한 총리가 국무위원 반대와 우려를 전달해 계엄을 막고자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고 한 점, 국회와 헌재 등에서 일관되게 '계엄 반대' 입장을 밝히며 "통상의 국무회의와 달랐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한 점 등을 들어 "사실관계가 그렇다면 한 총리는 계엄을 반대한 것이지 찬성하거나 동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만약 한 총리 탄핵사유인 계엄 공모를 위헌이라고 판단한다고 해도 그로 인해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인지, 위헌인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진아 변호사는 "(두 사건이) 관련될 수 있는 지점은 한 총리의 내란 행위 부분 '계엄 선포의 방조 내지는 가담했다', 내지는 '적극적으로 막지 못했다' 하는 점"인데 "(한 총리는) 계엄 선포 계획을 미리 알았던 것도 아니고 적극 찬성했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만류했을 뿐만 아니라 군대를 보내는 계획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고 그것에 오히려 반대한 사람이고, 그리고 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니까 거기에 대해서 나중에 계엄 해제를 지체 없이 하라고 오히려 조언했다고 한다"면서 "이렇게 보면 전혀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했다.
차 변호사는 따라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에 있어서는 계엄 선포 행위, 군대를 국회에 보낸 행위, 이런 것들이 내란 행위에 해당하느냐 해당하지 않느냐를 (헌재가) 판단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그것이 내란 행위에 해당하는가는 별론으로 하고, '한 총리는 거기에 대해서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 이렇게만 결정문을 내면 되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에 있어서의 쟁점을 직접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尹 탄핵 선고는 4월 초? 마지노선은 4월 18일?
그렇다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언제쯤 결론이 내려질까.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가 더 지연될 수도 있다고 봤다. 헌재가 한 주에 국정 1인자와 2인자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최종 변론 이후 3주가 지난 현재까지 평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재판관들의 장고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수 변호사는 "한 총리 사건과 윤 대통령 사건을 헌재에서는 이 부분(탄핵사유) 관련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고 (두 사건을) 독립적으로 진행을 한다고 한다면 한 총리의 선고 자체가 결국에는 윤 대통령의 평의가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는 해석의 단서가 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 선고 지연 가능성을 내비쳤다.
차진아 변호사는 "국정의 2인자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선고를 월요일에 하면서 금요일에 국정 1인자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선고를 한 주에 같이 한다는 것은 그 사건 하나하나가 국운을 좌우할 만큼 굉장히 중대한 사건이고 파급 효과가 (큰 사건)"이라며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사건은 정말 큰 사건인데, 그것을 같은 주일에 한다고 한다면 ‘(헌재가) 도대체 대통령직에 대해서 얼마나 가볍게 여기기에 그 사건을 그렇게 동시에 2개를 일주일에 다 처리하느냐’라고 하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크다"고 했다.
차 변호사는 "사건의 무게라든지 중대성이라든지 이런 측면, 그다음에 지금 평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지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정황들을 보면 아마도 다음 주 금요일까지 선고를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뭔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이런 생각도 든다"며 "빨라도 다음 주 금요일에 선고하거나 아니면 4월 초로 넘어갈 가능성도 지금으로서는 배제하기가 어려워보인다"고 했다.
김광삼 변호사는21일 YTN <뉴스나우>에서 "평의가 아무리 늦게 끝난다 하더라도 다음 달 18일 전에 끝나야 한다"며 이미선·문형배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날인 4월 18일을 마지노선으로 봤다. 그는 현 상태로 계속 평의를 이어갈 수만은 없다면서 "평결을 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투표를 해야 한다. 다수 가결로"라고 조언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