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통해 30일 간 부분 휴전을 이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환상적인" 통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내 광물 채굴에 필요한 핵발전소를 미국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데 일정 부분 합의를 이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은 공동성명에서 "오늘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환상적인 전화 통화를 가졌다"며 "양 정상은 에너지 분야에 대한 부분적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이들은 "기술팀이 향후 며칠 안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나 완전한 휴전을 위해 흑해로 휴전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그들은 이것이 전쟁의 완전한 종식과 안보 보장을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의 전기 공급과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미국이 전기 및 유틸리티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이러한 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이러한 발전소를 미국이 소유하는 것이 인프라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을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광물 채굴에 필요하기 때문에 발전소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처리 과정에서 광범위한 에너지가 필요한 우크라이나 광물에 대한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중요한 광물 거래는 해당 광물을 추출하고 처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유럽 최대 규모의 6개 원자로를 갖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가 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리튬·티타늄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의 미개발 중요 광물 개발을 두고 몇 주 동안 협상해 왔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2명의 우크라이나 소식통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은 미국에 광물을 가공‧처리하려면 자포리자 발전소가 통제 하에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우크라이나 관리에 따르면, 이 문제는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 최고위급 회담에서 다시 제기"됐으며 이에 따라 잠정적 휴전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와 푸틴 간 전화통화에서 양측은 에너지와 기반 시설에 대한 30일 휴전에 합의하기도 했다.
신문은 "이 발전소는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인 자포리자에 위치하고 있으며, 발전소가 최전선 전투 지역과 가깝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며 미국이 에너지 시설에 대한 잠정 휴전을 주장한 배경을 설명했다.
신문은 "자포리자 발전소가 광물을 추출하고 처리하는 데 필요하다는 주장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광물 거래를 협의하면서 최근에 제기됐다"며 이 과정에서 "석유와 가스, 광물을 포함하는 새로운 자원 추출 프로젝트에서 수익을 모으는 공동 소유 기금 설립"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제시했으며, 전쟁 중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사용한 수십억 달러를 미국에 갚을 기금"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은 지난달 28일 미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와 젤렌스키 간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시 회담이 파행되면서 서명이 연기됐다.

신문은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국의 원자력 기술 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하는 연료와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포리자) 발전소가 우크라이나의 통제하에 있는 것이 미국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빅토리아 보이치츠카 전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은 자포리자 발전소에 연료와 기술을 공급하는 것이 웨스팅하우스에게 "큰 계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지난 3년 간 전쟁 동안 웨스팅하우스는 우크라이나에서 입지를 넓혀왔으며, 우크라이나 발전소에 사용되는 러시아 국영 원자력 대기업 로사톰의 기술을 점차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게도 자포리자 핵발전소의 통제권을 되찾는 것은 분명한 이점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에 위치한 케넌 연구소의 에너지 전문가인 안드리안 프로킵은 신문에 러시아의 전기 시설 공격으로 인한 전력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이 발전소가 우크라이나에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 발전소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2021년 우크라이나 전기 수요의 약 4분의 1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발전소를 우크라이나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해 러시아에 어떤 제안을 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신문은 짚었다. 이와 관련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해제와 같이 경제적인 부문에서의 미국의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자포리자 핵발전소와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포리자 핵발전소를 미국이 소유할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가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한 발전소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고 말했는데, 통제권을 미국에 넘기는 등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광물 채굴과 발전소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으로부터 무기 지원을 약속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러 대의 F-16이 우크라이나로 왔다. 몇 대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이날 통화에서 "아무런 압력을 느끼지 못했다. 사실이다"라고 말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측에 특정한 양보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 방공 시스템, 특히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서 이용 가능한 시스템을 찾기 위해 협력하기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