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3년간의 행적을 해부한 책…"尹정부는 가장 독특하게 이념화된 정권"

[프레시안 books] 박세열 기자가 쓴 <윤석열과 그 공범들>

12.3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프레시안> 등에서 20년차 기자로 일하고 있는 박세열 작가가 윤석열 정부 3년간의 행적을 분석한 책 <윤석열과 그 공범들> (모비딕북스)를 출간했다. 저자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정치적 혼란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프레시안>에서 정치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는 박세열 작가는 정당 및 청와대 출입 기자로 시작해 정치팀장, 편집국장을 거쳤고, 현재는 정치선임기자로서 '박세열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난 탄핵 정국, 그리고 윤석열 정부, 12.3 비상계엄까지 그는 권력의 작동 방식과 그 이면을 가까이에서 취재해왔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2년 반 동안 연재해온 '박세열 칼럼'을 '내란수괴 윤석열'의 프레임으로 다시 구성하고 조합한 기록이다. 윤 대통령의 통치 방식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을 끈질기게 추적했다.

저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 정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용산 정부'로 상징되는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 '바이든-날리면' 논란부터 '검찰 공화국'의 민낯 그리고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저자는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윤석열 정권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분석했다.

냉철한 분석에서 비롯된 유머도 이 책의 또 다른 캐치 포인트다. 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을 재치있게 풀어내기도 한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석열이 형'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저자는 "'석열이 형 서사'는 두가지 성질이 공존한다. 이를테면 '친근한 형님'과 '무서운 형님'은 동전의 양면이다. '형님'과 '꼰대'는 다르면서도 같을 수 있다"며 "후배와 동생들을 '챙겨온' 형님이 후배들을 '거느리는' 선배, 동생들에 '호통치는' 형님이 되는 순간 '형님 리더십'의 서사는 곧바로 전복된다. 특히 한국사회 '남성의 세계'에 몸담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다"고 풀어낸다.

독립영웅인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도 저자는 반공 만화영화인 '똘이장군'을 소환하며 유쾌하게 비튼다. "뜬금없이 반공 애니메이션 얘기를 꺼낸 것은, 지금 한국의 모습과 겹치는 부분이 묘하게 많아서다. 21세기 하고도 23년이 지난 요즈음에도 이런 번안물이 판을 친다. 주인공은 국방부다. 국방부에 홍범도 장군은 한때 일제시대 독립운동의 영웅이었지만, 지금은 무시무시한 빨갱이 공산주의자로 변모해 있다. 일제 독립군에서 군의 뿌리를 찾던 국방부는 갑자기 '반공 영웅 서사물'로 방향을 틀고 홍범도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 청사에서 제거하기 위해 공산당 홍범도를 때려잡고 있다. 최근 '이념 전쟁'을 선포한 군통수권자는 국군의 서사를 독립운동에서 반공영웅으로 급변침한다."(181p)

윤 대통령이라는 인물 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세계가 어떻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렸는지를 추적하는 저자는 기존의 문법대로 윤석열 정부를 평론하거나, 분석하려 하지 않는다. 아주 구체적이면서, 참신하게 그러면서 또 적확하게 이들을 펼쳐본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자주 하는 말이 '지지율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말이다. 내가 하는 것이 옳은 것이고, 옳은 것은 인기가 없다는 신념이다. 이런 상태라면 견제가 불가능하다. 남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합리적 대안의 존재 가능성을 항상 의심하기 때문이다. 검찰 통치와 결단주의, 그리고 무지에서 비롯한 '상상의 질서'를 향한 강한 추동력, 세 가지 키워드는 모두 연결돼 있다. 윤석열 정부는 어쩌면 한국 역사상 가장 독특하게 이념화된 정권일 수 있다."(124p)

저자는 정치적 경험과 통찰력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를 기록할 뿐만 아니라 일어서 가야 할 방향도 제시한다. 저자는 윤석열 집권 기간 벌어졌던 결정적인 사건들은 모두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12.3 계엄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한 극우 세력의 준동, 그리고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몰락이다.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것, 그리고 시장과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 대통령은 지금의 재난 상황에서 스스로를 타자화하고, 재난은 정부의 '자유 이데올로기' 자장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흔한 대통령의 '사과' 타령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린 지금 우리가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인식하고 있던 '대통령직'이 아주 낯설게 변하고 있는 풍경을 목격하고 있다.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는지 모른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이 '자유호'는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정권에 대한 관찰자로서 한 '시민'이 제기하는 의문이다."(26p)

이 책의 부제는 '우리는 윤석열을 다시는 뽑지 않을 수 있을까?'이다. 저자는 독자들, 그리고 시민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지, 다가오는 대선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끼고 있는 시민이라면 <윤석열과 그 공범들>의 일독을 권한다.

▲박세열 <윤석열과 그 공범들> ⓒ모비딕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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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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