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9000여 명 채팅방서 폭력선동해도 방치…시민들 직접 제재 나섰다

허위정보·폭력선동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최소 수십 곳…시민들 직접 수색·신고 나서

"빨갱이들 다 쓸어버리자", "윤통(윤석열 대통령) 복귀하면 좌파 학교 싹 다 도려내야죠", "선관위는 테러당해서 다 죽여야 합니다", "헌재로 가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9000여 명에 달하는 극우세력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수십 곳에서 허위정보와 폭력선동을 함에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자, 일부 시민들이 모여 폭력선동 주동자들을 신고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극우세력의 폭력선동을 추적·고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극우추적단'은 지난 7일부터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폭력선동을 부추기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들을 찾아 신고하고 있다. 13일 현재까지 극우추적단이 확인한 극우단체방은 20여 개, 총인원 9000여 명이다.

오픈채팅방에 모인 극우세력은 '국회의원 간첩 명단'이나 '반국가 카르텔 범죄집단'과 같이 출처가 불분명한 허위정보를 공유하며 분노를 키운다. 더불어민주당·중앙선거관리위원회·헌법재판소·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모두 반국가 세력이며, 민주당은 물론 탄핵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으로서 윤 대통령을 부당하게 공격하고 있다는 식이다.

이를 근거로 탄핵 찬성 측에 대해 "일거에 척결", "빨갱이는 죽어도 돼", "여자들 머리 좀 깨져야 돼" 등 극단적인 언행을 가하는 것은 물론, 탄핵 찬성 집회에 물품을 보낸 연예인을 두고 "집이 가까우니 길 가다 만나면 빨갱이X이라고 외치겠다" 등 위협적인 발언을 한다.

특히 선관위와 헌법재판소 등 주요 기관에 대해 "테러당해서 다 죽어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한 학교에도 "윤통(윤석열 대통령) 복귀하면 좌파 학교들 싹 다 도려내야 한다"고 위협한다.

▲12일 극우세력이 모인 채팅방에서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을 잡아서 죽여야 한다는 대화가 나오고 있다.ⓒ극우추적단
▲12일 극우세력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시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청년 남성들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극우추적단

극우추적단은 이들 채팅방에 잠입해 폭력선동을 일삼는 극우세력을 신고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카카오는 채팅방에서 벌어지는 '증오발언'(차별에 기반해 특정인과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발언)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검토 후 일정 기간 발언자의 채팅방 이용을 중단시킨다. 특히 채팅방 개설자(방장)의 활동이 정지된 동안에는 외부 이용자가 채팅방에 입장할 수 없는데, 극우추적단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우 채팅방의 폭력선동과 규모 확장을 막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에는 13일 기준 43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신고가 며칠간 이어지면서 제재당하는 극우 이용자들이 증가하자 채팅방 내부에 직접적인 증오발언과 폭력선동을 주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게 극우추적단의 설명이다.

극우추적단은 왜 자발적으로 극우세력을 제재하려고 나섰을까. 자신을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극우추적단 계정주 A 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지난 1월 서부지방법원 폭동 당시 우리가 만들어온 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공포를 느꼈다"며 "전광훈·손현보·극우 유튜버 등 극우세력의 행동방식을 추적하다 최근에는 오픈채팅방에서 폭력과 혐오를 거리낌 없이 선동하는 이들을 보고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신고 활동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A 씨는 극우 반여성주의 단체 '신남성연대'가 2만9000명의 극우세력을 모아 탄핵과 관련한 기사에 댓글을 대량으로 작성해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부대'에 대해서도 시민 차원에서의 반격을 주도하고 있다. 신남성연대가 여론을 조작한 기사들을 대상으로 댓글 작성이나 추천·비추천 등 의견을 개진하는 식이다.

그는 "사회시스템이 극우의 난동을 제재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제도적 대책이 나오려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동안 시민들이 할 수 있는 하자는 차원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고 활동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극우세력의 난동을 막기 위해서는 전광훈, 손현보, 유튜버 등 허위정보와 폭력선동을 퍼트리는 수괴들을 처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며, 장기적으로는 출처 없는 자료들을 그대로 믿지 않게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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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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