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는 주장에 대해 "헛소리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 번 검증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무효라는 주장을 해온 보수 논객과의 대화에서다.
이 대표는 12일 채널A 유튜브 인터뷰에서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과 대담을 했다. 정 전 주필은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에 불복하며 '탄핵 무효'를 주장해온 이다.
이 대표는 그와의 대화 과정에서 "최근에 정 전 주필의 생각을 조금 이해하게 됐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사유인) 개인의 부정부패 문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인) 국가의 헌정질서를 통째로 파괴하는 행위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비교하니까 전혀 다른 분이시더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 비해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더 심각한 행위라는 취지다.
이 대표는 다만 정 전 주필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계속 주장하자 이를 회피하려는 듯 "제 입장에서는 아직은 진실을 정확하게 모른다. 저희는 공식 결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하여튼 (박 전 대통령 탄핵사유는) 일부는 무죄, 일부는 뭘 파괴한 건 아니고 누군가의 부정행위를 방치 또는 묵인·동조했다는 정도인 것 같다. 그것도 대통령으로서는 책임져야 될 일이라는 게 그때 당시 결론이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그런데 이게 '팩트가 다르다'는 주장들이 있는 것 같다. 저도 누군가 그런 얘기하는 것을 봤고, 우리 당에 있는 주요 인사도 그 주장을 한다. '문제 있는 것 같다. 한 번 따져보자.' 그래서 제가 사실 '이게 그냥 하는 빈말이거나 전혀 근거 없는 헛소리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 번 검증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다가 지금 중단돼 있는 상태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너무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라서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이제와 '검증'하겠다는 것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극우 음모론에 자칫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면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당이 추진한 공직자 탄핵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는 "좀 많은 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우리가 그거 뭐 좋다고 했겠느냐"며 "비판이 있을 것은 저희도 알지만 우리로서는 나름의 할 말은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1극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에는 "그런 지적을 하기는 하는데, 사실 이건 공격이 너무 거세서 스스로 결집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당내 계파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저는 최대한 없애려고 한다"며 "기존에 있던 게 있는데 그 경계선이 단단하지는 않다. 거의 허물어져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이 한 유튜브 방송 인터뷰에서 '2023년 체포동의안 가결은 검찰이 당내 일부와 짜고 한 것'이라고 주장해 통합 행보의 진의가 의심받은 데 대해 "제가 얘기한 것은 지금 현재 얘기를 한 게 아니고, 다 지난 일이고 전사(前史)를 쭉 얘기하면서 일종의 회고를 한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 문제가 심각한 의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제가 얘기한 대상이 아닌 분들이 좀 섭섭해했던 것 같다. 그건 저의 부족함"이라고 에둘러 유감을 표했다.
그는 박용진 전 의원이 '나만 바보 된 느낌이다'라고 꼬집은 데 대해 "제가 (박 전 의원에게) 전화했더니 그런 표현을 하시더라"며 "그 분은 내가 얘기한 그 분도 아니다", "아쉽고 미안하다"고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중도 보수 선언' 등 이른바 우클릭 행보와 관련, 거시적인 정치전략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2017년) 촛불혁명 후 대혼란이 있을 때 사실 개헌도 했어야 하고, 세력 재편도 해서 합리적 보수, 합리적 진보 진영이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갔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며 "그 기회를 놓쳤다. 이번에는 그 기회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저번 촛불혁명 이후 구조적 소수의 입장에 있던 민주당 또는 민주세력이 실제로는 진보 세력이라고 하기가 좀 어렵기 때문에 그때 구조적 다수로 전환했어야 한다. 그러니까 소위 '탄핵 세력'의 연합이 필요했다"며 "그래서 그것을 안정적인 이 사회의 주류로 만들었어야 되는데 그걸 못 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보수 일부가) 다 되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되돌아간 분들이 돌아가서 학대를 많이 당했고 결국 다시 원위치되는 바람에 이번에는 (계엄이라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그렇다고 어떡하느냐', '그럼 다시 그때처럼 괴멸당하자는 말이냐'는 얘기를 한다고 들었다"며 "이런 점에서 우리의 잘못이 크다. 이런 실수를 다시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정확하게 얘기하면 제가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고 현실이 그렇게 됐다는 말"이라며 "현재 상황은 보수를 참칭하고 있던 정치세력이 아예 보따리를 싸서 보수의 영역을 떠나서 가버렸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보수의 영역을 버리고 갔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은 지금 경제 상황이 너무 나쁘고 외교안보 상황도 위태로운 이 문제에 대해서 좀더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그러니까 (민주당은) 중도인데, 원래는 중도 중에서도 왼쪽으로 살짝 가까운 중도인데 점점 오른쪽 영역이 비어 있고 책임져야 되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정당은) 왼쪽을 볼 수도 있고 오른쪽을 볼 수도 있다.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라면 그건 오락가락이 아니라 유연성"이라며 "제가 요즘 재벌 해체 얘기를 안 한다. 재벌의 병폐가 더 커지지 않았고 사실 많이 완화됐고, 지금 국제 경쟁이 더 중요해지면서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래서 지금 재벌 해체의 중요성보다는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지고 국제 경쟁에서 이겨서 대한민국 국부를 늘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변화와 관련해 "저의 위치가 좀 바뀐 측면이 있다", "제 생각이 일부 변한 것도 있고 상황이 변한 것도 있다"며 "예를 들면 일선 사령관의 입장에 있을 때와, 전체를 다 총괄해야 되는 전략 사령관일 때는 사물을 보는 시각도 다르고 책임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한편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당시를 회고하면서 "윤 대통령이 만나기 전에 모 교수를 통해서 이런저런 제안을 많이 했다. 예를 들면 '총리 추천하라', '장관도 추천해라' 등등이 있었는데 '추천한들 그가 실권이 있을 것이며 과연 제대로 할 여지가 있겠느냐. 임명 추천한다고 구조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협력체계가 만들어진다는 보장이 없어서 그거 안 한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 추천했다가 사고 날 수 있다' 그래서 안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선물이라면 선물이고 합의 가능한 두 가지 의제를 들고 갔다. 하나는 연금 문제로, 보험료를 13%로 올리는 것은 대충 합의가 됐고 소득대체율을 민주당은 50% 국민의힘은 42~43% (주장)하고 있을 때 제가 45%로 갔다"며 "저는 대통령이 '이거 44%로 합시다' 이러면 받으려고 준비를 하고 마음먹고 갔는데, 이 분이 '다음 국회로 넘기자'고 하더라. 저는 '아 이거 하실 생각이 없나보다'(했다)"고 했다.
그는 "또 다음 남아 있는 게 의료개혁 문제"라며 "당시 의료계는 10년간 500명씩 늘리는 것 정도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저희는 한 600명(…정도로) 타협이 될 줄 알았는데 더 이상 얘기가 진척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그 후에도 '만나자'는 얘기를 형식적으로 몇 번 했지만 실제로는 그때 이후로는 만나고 싶지 않더라. 그때 한 2시간 만나고 나니까 만날 필요를 못 느꼈다"며 "그것도 저희가 좀더 매달렸어야 하나, 그래서 이만큼이라도 합의를 끌어냈어야 하나 이런 반성도 한다. 그런 아쉬움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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