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락가락' 관세, 경기 침체 우려로 미 증시 급락…테슬라도 15% 폭락

3년 만 최대 낙폭 보인 나스닥에 JP모건 "미 극단 정책이 침체 가능성 키워"…머스크 '이미지'로 유럽 판매 급감하고 매장 공격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미 경기 침체 두려움이 커지며 10일(이하 현지시간) 미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미 투자은행들은 "극단적 미국 정책"으로 인한 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15% 넘게 빠지며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 활동에 경계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10일 미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27.9(-4%) 급락한 1만7468.32에 거래를 마쳤다. 2022년 9월13일(-5.16%) 이후 일일 낙폭이 가장 컸다. 지난주 나스닥은 지난해 12월16일 기록한 고점(2만173.89)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이날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55.64(-2.7%) 급락한 5614.56,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890.01(-2.08%) 하락한 4만1911.71에 거래를 마쳤다. S&P 500은 지난 6일, 다우지수는 이날 지난해 대선 뒤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컨설팅사 RSM의 수석경제학자 조 브루수엘러스가 "일어나고 있는 일은 매우 단순하다. 관세가 시장 전반에 걸친 매도세와 미 경제의 성장 속도 둔화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관세 정책에 일희일비하던 시장은 지난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일괄 부과에서 자동차 면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품목 면제 등으로 매일 변덕스럽게 뒤바뀌자 불확실성에 더 집중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미 위기감이 치솟은 시장에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전환기"이고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경기 침체를 배제하지 않는 발언을 해 시장이 이날 크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를 예상하냐는 질문을 받고 "난 그런 걸 예측하는 걸 싫어한다"며 "우리가 아주 큰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환기가 있다"고 답해 침체 가능성을 명확히 부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린 미국으로 부를 되돌리고 있다. 이는 큰일이고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는 우리에게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4일 의회연설에서도 관세가 경제에 "약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극단적 미국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이피(JP)모건체이스 경제학자들은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을 40%로 보고 있다. 올 초 30%에서 전망이 악화된 것이다. 이들은 "극단적 미국 정책으로 인해 올해 미국이 침체에 빠질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봤다.

지난주 골드만삭스 경제학자들도 12달 내 경기 침체 확률을 종전 15%에서 20%로 높였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정부가 "훨씬 좋지 않은 (경제 관련) 수치에 직면하더라도 정책을 고수한다면" 침체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도 올해 말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주 캐나다, 미국, 멕시코 경제학자 74명에게 물은 결과 거의 모든 응답자(70명)가 이들 각국 경제의 침체 위험이 증가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통신에 따르면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수석 미국경제학자 조나단 밀러는 "매시간 새 발표가 나오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침체 위험이 심화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10일엔 중국과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미국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가 발효되기도 했다. 중국은 이날부터 닭고기·밀·옥수수에 15%, 대두·돼지고기·쇠고기·과일에 10% 등 미국산 농축산물에 관세 부과를 개시했다. 지난달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에 15%, 원유·대배기량 차량·픽업트럭 등에 관세 10%를 부과한 데 이은 2차 보복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에 이어 이달 4일 10% 관세를 더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조치로 2023년 14.5% 가량이던 중국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약 35%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인접한 미국 북동부 3곳 주 일부에 전기를 공급하는 온타리오의 미국으로 향하는 전기 요금 25% 인상 조치도 10일 시작됐다. 캐나다 CBC 방송은 이를 통해 발생한 추가 수입이 미국 관세로 인해 타격을 받은 노동자와 사업체를 돕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조치는 온타리오에서 전기를 공급 받는 뉴욕, 미시간, 미네소타주의 150만 가구 및 사업장에 영향을 미친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는 "관세가 테이블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온타리오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않고 전기를 완전히 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4일 발효 예정이었던 캐나다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를 한 달 미룬 끝에 3월4일 발효를 밝혔고 이어 5일과 6일에 일시 면제 범위를 점차 넓히며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포드 주지사는 "관세를 부과하고 마지막 순간에 면제하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혼란을 한 번에 모두 끝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관세 관련 캐나다와 멕시코 정상이 트럼프 정부와 소통을 시도한 데 반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식적으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이 6월 미국에서 양국 정상회의를 갖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4월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 효율부 몰두하며 테슬라 이미지 추락…매장 공격 일고 '혐오감 탓' 유럽 판매 급감

10일 나스닥 시장에선 애플(-4.85%), 엔비디아(-5.07%), 알파벳(-4.41%) 등 대형 기술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웨드부시 증권의 선임분석가 댄 아이브스가 "침체 공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월가는 트럼프 아래 게임의 규칙을 알지 못하는 것을 견딜 수 없다"며 "이는 기술 투자자들 사이에 작은 공황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는 10일 15.42% 폭락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투자자들이 머스크가 효율부 탓에 테슬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CNBC 방송은 이날 테슬라 주가 하락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불확실성과 연관이 있다고 봤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넘나들며 생산되는 자동차는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로 타격을 받을 대표적 업종으로 평가된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대선 이후 급등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고전을 면치 못하며 거의 반토막 나 최근 대선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테슬라 주가가 당장의 실적보다 머스크가 제시하는 '비전'과 '이미지'로 인해 고평가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의 '얼굴'로 나서 비판을 한 몸에 받는 것도 주가에 악영향을 비친 것으로 보인다.

CNBC는 10일 미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보고서를 통해 1월 유럽에서 테슬라 신차 판매가 전년 대비 약 50% 감소한 이유를 부분적으로 브랜드 자체에 대한 혐오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을 지원해 지난달 치러진 독일 총선에 간섭했다는 비판을 받는 등 유럽 각국의 극우 지도자들과 접촉해 유럽 내정에 간섭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에선 테슬라 매장 앞에서 머스크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데 더해 테슬라 차량, 매장, 충전소 등에 대한 일련의 공격도 발생 중이다. CNN은 지난 6일 오리건 포틀랜드 테슬라 매장에 대한 총격으로 창문이 깨지고 차량 3대 등이 파손된 사건에 대해 경찰이 "해당 사건의 동기는 확인되진 않았지만 정치적 이유로 오리건과 이 나라 전역에서 테슬라 매장이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을 인지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시위 참여자가 "테슬라 불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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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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