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 민간인까지 위협 "인질 즉시 석방 않으면 죽는다"

석방 인질 면담 뒤 밝혀·미, 하마스와 직접 교섭도…영·프·독 "이스라엘, 구호품을 정치 도구 이용 말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인질 "즉시" 석방을 촉구하며 가자지구 주민들에게까지 죽을 수 있다고 위협해 파문이 일고 있다.

5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모든 인질을 나중이 아닌 지금 즉시" 돌려 보낼 것을 요구하고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하마스 조직원 중 단 한 명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마지막 경고"라고 강조하며 하마스 지도부를 향해 "지금 아직 기회가 있을 때 가자지구를 떠날 시간"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인질을 붙들고 있지 않으면 아름다운 미래가 기다린다. 붙들고 있으면 당신들은 죽는다"며 가자지구 민간인까지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일을 끝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날 앞서 하마스로부터 풀려난 인질 8명을 만난 뒤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에도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지연시키자 모든 인질 즉시 석방을 촉구하며 지키지 않을 땐 "가자지구에서 지옥이 터질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과 관련, 지난 주말 1단계 기한이 만료된 상태에서 연장을 주장하는 이스라엘과 2단계 협상 시작을 요구하는 하마스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휴전 지속이 위태로운 상태다. 전투가 재개되진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휴전 만료 다음날부터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품 반입을 봉쇄해 주민들에 고통을 안기고 있다.

그간 휴전 협상은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을 통해 진행돼 왔지만 최근 미국이 테러 집단과 직접 교섭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깨고 하마스와 직접 회담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1997년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5일 미 매체 <악시오스>는 이 사안에 대해 직접적 지식이 있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몇 주간 트럼프 대통령의 인질 문제 특사 애덤 볼러가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 당국자들과 비밀리에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회담 초점은 미국인 인질 석방이었지만 남은 모든 인질 석방과 장기 휴전도 논의됐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까지 타결된 합의는 없다고 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계 미국인 인질 5명을 억류 중인데 그 중 4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간주된다.

<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다른 외신들도 이스라엘 당국자, 서방 당국자 등을 인용해 최근 미국인 인질 석방 관련 미국과 하마스가 직접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부인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5일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왜 미국 정부가 하마스와 교섭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볼러가 "누구와도 대화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스라엘이 "미국에 하마스와 직접 소통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고만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러한 접촉 내용을 미국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다른 창구"를 통해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오피르 아쿠니스 미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는 5일 미 폭스뉴스에 관련해 "그들(백악관)은 하마스와 회담할 수 있다. 괜찮다"며 환영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는 대신 하마스를 압박하고 있다.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당초 합의에 따르면 2단계 휴전 협상은 지난달 초에 시작됐어야 하지만 1단계 휴전 기간이 끝날 때까지 시작되지 않았고, 하마스는 2단계 협상 시작을 요구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1단계 연장을 요구하며 대치하고 있는 상태다. 1단계는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에 초점을 맞춘 반면 2단계에선 영구 종전 및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를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정권 입장에선 인질만 추가로 돌려 받고 극우가 반대하는 영구 종전에 대한 약속은 미루는 1단계 연장이 더 유리하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단계 휴전 만료 다음날인 지난 2일 백악관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의 제안이라며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2월28~3월30일), 유대교 명절인 유월절(4월12~20일)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총리실은 위트코프가 현재로선 전쟁 종식에 대한 양쪽의 입장 차가 좁아질 가능성이 없어 영구 휴전을 위한 추가적 시간을 벌기 위해 이 같은 제안을 했고 이스라엘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이 밝힌 이 안에 따르면 휴전 연장 땐 생존한 인질과 사망한 인질 절반이 석방되고 협상 중 영구 종전이 합의될 경우 나머지 인질도 석방된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현재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인질은 59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같은 날 하마스가 이 제안을 거부했다며 가자지구에 모든 물자 반입을 중지했다.

5일 <악시오스>는 위트코프가 이번 주 카타르 도하로 향해 카타르 총리와 휴전 협상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하마스 쪽에서 진전이 발견되지 않자 4일 일정을 취소했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구호품 반입 중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5일 프랑스·독일·영국 외무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물품 반입 중단이 "국제법을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인도적 지원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3일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는 "가자지구 구호품 전달 중단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가자지구 전역의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4일 이집트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미국이 소유해 개발하고 주민들은 이집트와 요르단 등으로 이주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에 대한 대안으로 아랍 세계의 지지를 받는 가자지구 재건 계획을 발표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AP> 통신 등을 보면 이 계획에서 가자지구 주민은 2030년까지 이어질 재건 기간 동안 가자지구를 떠날 필요가 없다. 가자지구 통치는 일단 독립적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집단이 맡아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할 길을 닦는다.

다만 이 제안 또한 수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오렌 마모스타인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구상을 지지하고 이집트 계획은 "구식"이라며 거부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통치에 대한 거부감도 표명했다. 브라이언 휴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이집트 계획이 "거주 불가능한" 상황인 가자지구의 "현실"과 거리가 멀다며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

하마스는 일단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알자지라는 하마스가 기술관료 정부엔 동의할 수 있으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통치까지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계획엔 하마스의 무장 해제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이스라엘은 이를 요구하는 반면 하마스는 반대하는 입장으로 이 또한 합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봤다.

▲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자선 주방에서 식료품을 받기 위해 모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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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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