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27일(이하 현지시간) 가자지구 휴전 1단계 인질·수감자 교환을 마무리했지만 1단계 종료 시한을 불과 이틀 앞둔 상황에서 2단계 휴전 협상은 개시 여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2단계 돌입 대신 1단계 연장에 대한 전망이 나오지만 이스라엘이 짧은 연장 뒤 전쟁 재개를 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하마스는 27일 오전 가자지구에 억류하고 있던 인질 4명의 주검을 이스라엘로 보냈다. 매체는 이스라엘 총리실이 이스라엘군(IDF)이 적십자사를 거쳐 하마스로부터 이들의 주검을 돌려 받았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주검으로 돌아온 인질들은 가장 고령인 슐로모 만추르(85)를 포함해 납치 당시 기준 40~80대 남성 4명으로 추정되는데, 이스라엘 쪽 법의학 조사를 거쳐 신원이 확정될 예정이다.
이에 맞춰 이스라엘도 연기했던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600명의 석방을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은 석방된 수감자들을 태운 버스가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 도착하자 군중이 환호했다고 전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도착한 수감자들이 쇠약해진 상태로 유럽병원에서 가족과 재회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교환으로 1단계에서 양쪽이 약속한 인질과 수감자 석방이 마무리됐다. 하마스는 주검 8구를 포함해 약속된 이스라엘인 인질 33명에 더해 태국인 인질 5명을 석방했고 이스라엘은 약 19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했다. 가자지구엔 아직 인질 59명이 억류돼 있고 팔레스타인 수감자 인권단체 앗다미르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기소나 재판을 거치지 않은 행정구금자 3000명 이상을 포함해 1만 명가량의 팔레스타인인을 구금 중이다.
지난 주말 하마스의 "굴욕적" 인질 석방 행사에 분노한 이스라엘이 수감자 600명의 석방을 미루며 휴전 붕괴 위기감이 치솟았지만 이번 교환 성사로 당장의 위험은 줄었다. 하마스는 이번엔 별도의 행사 없이 인질을 넘겼다.
그러나 1단계 휴전 만료 기한인 3월1일을 불과 이틀 남긴 시점에서 원래 이달 초 시작됐어야 할 2단계 휴전 협상은 개시 여부조차 불분명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27일 하마스는 2단계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며 남은 인질을 석방할 유일한 방법은 휴전 준수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마스와 가까운 가자지구 분석가 이브라힘 마드훈이 하마스가 전쟁 재개를 꺼린다고 봤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날 가자지구 상황은 극도로 심각하다"며 "하마스의 우선 순위는 팔레스타인을 보호하고 그들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하마스가 휴전 뒤에도 연료와 텐트, 불도저 부족에 시달리고 여전히 매몰된 가족의 주검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불만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현시점에선 2단계 휴전보다 1단계 휴전 연장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재자들이 현재 1단계 휴전 연장을 추진 중으로, 2단계 협상에서 다룰 더 까다로운 문제는 나중으로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재자들이 1단계 연장을 통해 추가 인질 및 수감자 교환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전투가 재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1단계 연장이 이뤄지더라도 반드시 2단계로 향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당국자가 하마스가 1단계에서 확립된 규정대로 인질을 계속 석방한다면 현 단계 휴전이 연장될 수 있지만, 다음 달 8일까지 이러한 시간을 가진 뒤 전면전으로 돌아가는 대안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데이비드 마코프스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문제는 연장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겠냐는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는 전략적 신념과 정치적 계산의 혼합이다. 내 생각에 그는 하마스를 상대하는 유일한 방법이 무력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 같고 이는 (전쟁 재개를 원하는 극우) 재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가 정부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정치적 계산에 의해 강화된다"고 분석했다. 마코프스키 연구원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2단계와 전투 재개 중 "전투를 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국방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이미 가자지구에서의 새 강도 높은 작전을 위한 광범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변에서 작전 준비 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1단계 휴전이 연장될 경우 휴전 합의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지대 필라델피 회랑에서 군을 물리기로 한 시한인 다음 주말이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것을 지적하며 이때 이스라엘이 휴전 조건을 위반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스라엘 국방 당국자들이 이스라엘이 휴전 조건을 위반하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해 이스라엘이 보복 명분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단계 휴전 협상이 진행된다 해도 심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단계에선 남은 생존 인질 석방 및 수감자 교환과 함께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영구 휴전안이 논의돼야 하는데,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대한 양쪽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구 휴전안 수립은 쉽지 않아 보인다.
양쪽은 2단계 협상 개시 조건에서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당국자가 이스라엘이 2단계 협상으로 넘어가기 전 하마스의 무장 해제 및 가자지구 민간 통치 이양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지만, 하마스는 반발 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하마스 정치국 위원 수하일 알힌디가 "저항의 무기는 협상이나 토론의 대상이 아니다. 이는 신성하며 포기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현직 서방·지역 당국자들이 하마스가 전쟁 재개를 두려워하지만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와 협상 경험이 있는 한 외교관은 "하마스는 잃을 게 없다"며 이스라엘 조건을 수용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가자지구 소유 및 주민 이주 구상을 밝히며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미국의 의향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직 미 당국자가 협상하는 "시늉"이 머지않아 끝나고 "전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움직임을 지지할지 아니면 1단계 휴전 때 그랬던 것처럼 네타냐후 총리에 2단계 합의를 도출하도록 압력을 가할지 여부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짚었다.
스티브 위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는 23일 미 CNN 방송에 "1단계 휴전 연장을 얻어내야 한다"며 "2단계를 시작하고 마무리하고 더 많은 인질을 돌려 받을 적절한 시간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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