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읽는 이유는 과거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거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반복되기 때문이라는 이도 있지만. 미래를 읽는, 예측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예측을 통해 준비하려는 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읽어야할 시대는 바로 당대다. 오늘이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그래야 아침에 나갈 때 우산을 가지고 갈지 양산을 가지고 갈지를 결심할 수 있다.
오늘을 읽는다는 것은 시대의 징후를 읽는 일이다. 시대를 직시하고 시대의 소리를 경청하고 시대의 냄새를 맡고 시대의 진동을 온 몸으로 느끼는 일이다. 정치를 읽는 것 만큼이나 경제를 읽는 것이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기업과 기업가를 읽는다는 것은 곧 우리 시대를 읽는 핵심 방편이 됐다.
타이완의 반도체 생태계, TSMC와 모리스 창을 읽어야 하는 일이 딱 그러하다. 비교는 제일 쉬운 접근법이다. 특히 삼성에 대비한다면. 한 기자가 모리스 창에게 삼성과 TSMC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회장님께서 예전에 삼성이 존경할 만한 상대라고 말하신 적이 있습니다…."
기자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창 회장이 말을 잘랐다.
"난 삼성이 존경할 만한 상대라고 하지 않았소. 삼성은 '위협적인' 상대요. 영어로 'formidable' 바로 이 단어요."
10여 년 전, 타이완의 어느 반도체 기업인이 창 회장에게 삼성이라는 강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삼성이 설령 고릴라라고 해도 약점은 있는 법이에요. 예를 들어 발가락이 약점이라면 발가락을 힘껏 밟으면 승리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2021년 창 회장이 어느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건희 회장을 만났던 이야기를 꺼냈다. "이건희는 비록 반도체 전문가가 아니지만 반도체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고, 휴대폰의 잠재력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주도한 영웅입니다."라고 말한 뒤 "한국에 이건희가 있다면 타이완에는 내가 있습니다. 과감하게 실행하고, 용감하게 리스크를 감당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한 사람이 바로 나입니다."라고 했다.
타이완의 칩 스페셜리스트인 저자 린훙원에게 <TSMC, 세계 1위의 비밀>을 출간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자꾸 물어왔다.
"미국, 일본의 학자와 분석가가 쓴 책은 많지만 국제정치와 미·중 반도체 전쟁을 중심으로 분석한 책이 대부분이고, 기업과 산업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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