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민의힘이 보수냐, 민주당이 그 자리 차지해야"

사법리스크 지적엔 "문제되지 않는다"…"개헌, 대선 확정 전에 얘기하면 블랙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자리를 차지해아 한다는 생각"이라며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 역할도 우리 몫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지난 18일 '중도 보수 선언' 입장을 재강조한 셈이다.

이 대표는 19일 밤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유럽 기준으로 하면 민주당이 소위 좌파 또는 진보라고 할 수 있느냐? 전혀 거기에 못 미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한 유튜브 채널에 나가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민주당은 중도 보수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했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이날 토론에서 "'보수정당이 되겠다'는 게 아니고, 우리는 보통 중도 진보라고 불려왔는데 진보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오른쪽이 다 비어 있는데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 역할도 우리의 몫이 되지 않겠느냐, 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른쪽이 비었다'는 부분에 대해 "국민의힘은 과연 보수냐, 범죄집단으로 전락해 가는 것 같다"면서 "국민의힘이 보수냐, 저는 아니라고 본다. 보수를 참칭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 민주당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 역할을 상당 정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우측, 진짜 보수라고 하는 것이 있느냐"며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친위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을 비호하고 같이 몰려다니는 게 보수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 "범죄 집단에 가깝다"고 국민의힘을 맹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론 머스크가 자기는 원래 자리에 있었는데 세상이 바뀌어서 좌파였다가 중도가 돼버렸다고 했더라. 민주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트럼프 행정부 실세로 떠오른 머스크를 언급하기도 했다. "우클릭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냥 원래 제자리에서 자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원래 평소 소신이, 민주당의 입장·위치는 중도 보수쯤에 있다는 판단"이라며 "중도 좌파 또는 진보, 이건 새로운 영역이 맡아야 된다고 본다. 그게 우리 사회 발전의 한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 보수 정당"이라며 "우리가 원래 진보정당이 아니다. 진보정당은 정의당, 민주노동당 이런 쪽 아닌가"라고 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전통적인 진보진영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한 듯 "상황에 맞게 하는 것이지 우리가 기본적 가치를 버린다, 진보적 가치를 완전히 버린다? 그렇지 않다"며 "그 가치를 유지하는데 중점을 실용적 측면에 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내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꿨느냐? 저는 바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보적 가치,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기본적 가치를 버리자는 얘기를 한 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과제는 많은데 지금은 성장 또는 보수적·안정적 가치, 기본적 헌정질서의 회복과 유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도 했다.

세금 정책 등에서 민주당의 정책이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이 대표는 "유연하다고 봐주시면 좋겠다.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입장과 태도를 전혀 바꾸지 않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문제 아니냐"고 했다.

그는 "저희가 최근에 경제성장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까 '우클릭 아니냐'고 하는데, 성장을 해야 분배도 하고 분배가 정상화돼야 성장도 하는 것"이라며 "(기존) 보수정권은 분배 문제를 너무 신경을 안 쓰니까 우리가 분배 얘기를 많이 했던 것이고 '성장 얘기는 필요없다'고 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렵고 많이 망가져서 경제에 집중하지 않으면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생겼는데 분배고 공정이고 얘기할 틈이 어디 있느냐. 살아남아야 복지도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법리스크, 문제 안 돼…대선 확정 전 개헌 논의, 블랙홀에 빠진다"

이 대표는 이날 토론에서 대선을 향한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사건 2심 재판과 관련 "(2심 결과를) 낙관한다"고 했다.

이 사건 2심 판결이 대선 구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가정적 얘기라 말씀드리기 부적절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헌법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돼있지만 이미 소추된 사안에 대한 재판이 계속되는지 여부는 논란이 있다'는 한 토론 패널의 지적에 그는 "(재판이) 정지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대장동·성남FC 사건 재판을 의식한 듯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느냐"며 "'국민의힘이 고발했으니까', '국민의힘 정권이 기소했으니까' 하는 것 말고 이재명이 돈 10원짜리 하나 받았나, 업자들하고 만나서 뭘 한 근거라도 있나. 하나도 없다"고 하기도 했다.

앞서 선거법 1심 유죄판결에 대해 일부 민주당 소속 정치인과 지지층이 '미친 판결', '판사가 서울대 법대 나왔나' 등 법원을 조롱하고 희화화한 것이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그 지지층의 사법부 부정과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 대표는 "제가 알았더라면 못하게 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비난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 언론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저한테 불리한 건 정말로 열심히, 신속하게 보도하는데 제가 무죄판결을 받아도 별로 반응이 없더라"며 "검찰이 공소장을 몇 번씩 바꿔도, 오늘도 바꿨는데, 그런 데 대해서 아무 반응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보가 정상적으로 유통돼야 주권자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하는데 가짜 정보를 걸러주지 않고 심지어 왜곡하고 일부에서는 가짜뉴스를 퍼뜨린다"고 비판했다.

언론 관련 토론은 이 전 대표가 전날 페이스북에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에 대해 "악의적 프레임이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대체 민주당과 이재명에게 왜 심하게 하나 했더니"라고 썼다가 삭제한 일로 번졌다.

민주당은 앞서 이 글에 대해 "계정 관리자의 실수"라고 설명했으나, 이 대표는 이날 토론에서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생각하니까 그렇게 올린 것"이라며 본인이 쓴 글이 맞다고 했다. '실무자 실수'라는 당의 해명에 대해서는 "최종 확정을 안 받고 한 것인데, 내 뜻에는 사실 부합했는데 '별로 안 좋다. 내리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고 했다.

가짜뉴스나 팩트 왜곡이 아닌 평론·논평에 대해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에 이 대표는 "아니다. 그 사진에도 보면 '이재명=북한' 이렇게 만들어놨지 않느냐"며 "그건 악의가 있다. 팩트 왜곡"이라고 했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정치평론가가 여야 대표회담을 남북회담에 비유한 데 대한 얘기였다.

이 대표는 또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만약 개헌 얘기를 하면 블랙홀이 된다"며 "탄핵, 헌정질서 회복, 헌정 파괴에 대한 책임 추궁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우리로서는 그 문제(개헌)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현재의 어려운 국면을 해결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지금은 내란 극복과 탄핵 문제를 포함한 헌정질서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선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헌정질서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대선 국면이 되면 (개헌 논의를) 하는 게 맞다"며 "민주당이, 또는 이재명이 어떻게 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 다 정리돼 발표돼 있다", "저번 대선 때 명확히 낸 개헌안이 있다. 임기를 1년 단축할 생각이 명확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연한 19일 MBC <100분 토론>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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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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