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진의 아름다운 우리 가락] 해금과 아쟁, 우리가 헷갈렸던 국악 형제?

해금과 아쟁, 닮은 듯 다른 두 줄의 이야기

“사ᄉᆞ미 지ᇝ대예 올아셔 ᄒᆡ금(奚琴)을 혀거를 드로라(사슴이 장대에 올라 해금 켜는 소리를 듣노라)”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한 구절이다. 사슴이 솟대에 올라서 해금 연주하는 모습이라니 다소 기이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 문장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게 이뤄지지만 이는 당시 해금이 신비롭고 감성적인 악기로 여겨졌음을 보여준다.

해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찰현악기이며 아쟁과 함께 국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악기는 크기와 음색, 연주 방식이 다르지만 비슷한 찰현악기라는 점에서 종종 혼동되기도 한다.

이번에는 해금과 아쟁의 차이와 매력을 깊이 있게 살펴보려 한다.

해금과 아쟁, 무엇이 다를까?

해금과 아쟁은 모두 활을 이용해 줄을 긋는 찰현악기지만 그 구조와 소리, 연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해금은 크기가 작고 동그란 울림통 위 가느다란 두 개의 줄 사이에 말총 활을 끼워 연주하는 악기로 높은 음색을 낸다. 맑고 섬세한 소리가 특징이며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한 느낌을 주어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고 조옮김도 자유로워 근현대에 들어서 더욱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순우리말로는 ‘깽깽이’, 혹은 ‘깡깡이’라고 하는데 공명통에서 울리는 특유의 비성(鼻聲)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었다.

반면 아쟁은 크기가 크고 줄이 여러 개 있으며 해금보다 훨씬 낮고 깊은 음색을 갖고 있어 웅장한 울림이 특징이다. 말총 활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송진을 바른 나무 막대를 사용하기도 한다.

해금과 달리 가로로 눕혀서 연주하며 저음역대의 힘 있고 깊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대규모 합주나 극적인 음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금을 바이올린에 비유한다면, 아쟁은 첼로나 콘트라베이스에 가까운 악기라고 할 수 있다.

▲ 죄: 해금 연주 모습, 우: 아쟁 연주 모습 ⓒ 손혜진

왜 사람들이 헷갈릴까?

해금과 아쟁은 연주 방식과 역할이 확연히 다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두 악기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혼동이 생기는 이유는 크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두 악기 모두 활을 사용해 줄을 문질러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연주 원리가 유사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해금은 두 개의 줄을 사용하고 활을 줄 사이에 끼운 채로 움직이며 연주하는 반면 아쟁은 여러 개의 줄을 눕혀놓고 활이나 나무 막대를 문질러 소리를 내기 때문에 연주법의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로 연주하는 악기’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두 악기를 같은 부류로 묶어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과거 일부 음악 교과서에서 두 악기의 명칭이 잘못 표기된 사례가 있었다. 이런 오류가 반복되면서 당시 이 교과서로 음악을 배운 세대에서는 해금과 아쟁의 이름을 반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잘못된 정보가 지속적으로 유통되면서 두 악기에 대한 대중의 혼동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셋째 국악에 대한 전반적인 대중적 인식 부족도 원인 중 하나이다. 해금과 아쟁뿐 아니라 전통 음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국악기를 접할 기회가 적은 사람들은 단순히 외형적 요소나 연주 방식만 보고 유사하다 느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더욱이, 서양 악기처럼 학교 교육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악기의 개별적 특징을 배울 기회가 적다.

넷째 대중문화 속에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된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가수 비타스(Vitas)의 고음 창법이 한국에서 화제가 되면서 ‘아쟁총각’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사실 그의 음악 스타일과 목소리는 해금에 더 가까워 ‘해금총각’이 더 적합한 별명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별명 덕분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아쟁이 고음을 내는 악기라 오해하기도 한다.

▲ 고음을 내는 창법이 특징인 러시아 가수 비타스의 공연 모습. ⓒ 유튜브 fibber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인해 해금과 아쟁은 자주 혼동되지만 실제로는 크기, 연주법, 역할, 음색 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국악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된다면 이런 혼동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해금과 아쟁, 새로운 시대를 만나다

해금과 아쟁이 혼동되는 이유 중 하나는 국악이 대중적으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양 클래식 음악이나 대중음악은 쉽게 접할 기회가 많지만, 국악은 특정한 공연이나 교육 과정을 거쳐야 접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악을 새롭게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해금과 아쟁은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기존의 정악과 민속악뿐만 아니라 서양 악기와 협연하거나 전자음악과 융합하는 등 실험적인 무대에서도 자주 사용되며 최근에는 재즈나 현대음악에서도 활용되며 연주의 가능성이 넓어지고 있다.

해금은 특유의 가느다란 음색이 현대 음악과도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며 아쟁의 깊고 울림 있는 소리는 다른 악기들과 어우러지며 묵직한 감성을 더해 줍니다.

특히 두 악기 모두 다양한 연주 기법을 시도하면서 더욱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해졌다.

이런 변화는 한국 전통음악이 단순한 전통의 보존을 넘어 새로운 시대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 있는 음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전통음악이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면서, 해금과 아쟁 역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국악기에는 단순한 소리를 넘어 깊은 역사와 문화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해금과 아쟁 외에도 우리가 잘 몰랐던 전통 악기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점차 잊혀져 가는 악기들, 혹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악기들이 어떻게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전통 음악이 지닌 다채로운 색채와 깊이를 더욱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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