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는 멈추지 않는다

[경제뉴스N시선] 다주택자 혜택 부활? 임차인 보호 허물기?

광장의 시민들은 윤석열의 파면을 기다리며 다양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국토교통부는 규제 완화로 점철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을 하나씩 하나씩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국 사회의 부동산 카르텔은 여전히 막강한 힘을 행사하며 투기 친화적인 법과 제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려되는 점을 중심으로 짚어보자.

'틈새상품' 도생 규제완화

"이게 아파트야, 도생이야"...국민평형 도생 지을 수 있게 법 개정(25.01.20 머니투데이)

'도생'도 '국평'으로 짓는다...면적제한 전용 60㎡→85㎡ 완화(25.01.20 노컷뉴스)

지난달 국토부는 조용히 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이하 도생)의 건축면적 제한을 완화해 전용 85㎡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의 8.8대책(8·8주택공급 확대방안)에 포함되었던 내용이다.

도생은 원래 이명박 정부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1~2인 가구를 위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면서 신설한 주택 유형이다. 요즘에는 '나홀로 아파트'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며, '더샵○○리버파크' '○○자이더스타' '○○AK푸르지오' 같은 이름을 달고 공급된다. 하지만 1~2인 가구의 주거 안정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투자자들의 투자 대상이었다. 왜? 각종 규제의 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 아파트에 적용되던 대출 규제, 다주택자 중과세가 도생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청약통장 없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한 데다 당첨되더라도 전매 제한이나 실거주 규제가 없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었다.

분양가가 높아도 다 팔려나가던 때가 있었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0~2021년에는 도생이든 오피스텔이든 분양만 하면 청약자가 몰려들었다. 대부분 투자 수요였으므로 청약에 당첨되자마자 전매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2021년에 오피스텔과 도생 건축 규제를 완화했다.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주택 매매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니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아파트를 신규 공급하려면 5년 이상 걸리니까 더 빨리 지을 수 있는 오피스텔이나 도생의 공급을 늘리려고 규제를 완화한다는 논리였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원룸형 도생의 명칭을 '소형주택'으로 변경하고, 가구별 주거전용면적을 기존 50㎡에서 60㎡까지 넓히고, 침실 3개+거실 1개 유형을 허용했다.

주택가격 상승기에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가 올바른 해결책이었을까? 당시 도생에 몰렸던 투자 수요까지 모두 '수요'로 본다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맞겠지만, 끝없는 자산 증식의 욕망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던 시기에 실물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가수요인 투기 수요까지 채울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언론도 문재인 정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서울경제>는 정부의 건축 규제 완화가 투기 수요를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도생 규제를 완화해 봤자 시장의 수요(아파트)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아파트 규제를 푸는 데 힘써야 한다"고 훈계했다.

'규제완화'에 틈새 부동산 더 난리…정부, 또 집값 올리나(21.09.18 서울경제)

오피스텔·호텔에 이어 '도생' 규제 푼 정부... "아파트 놔두고 변죽만 울리나" 지적도(2202.11 조선비즈)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아파트 규제까지 풀었다. 마침 금리도 인상되면서 주택 매수 심리가 낮아지자 도생과 오피스텔 등 '틈새상품' 투자 열기는 빠른 속도로 식었다. 도생 중에서 분양가가 높게 나온 상품은 미분양으로 남거나 미입주 대란이 발생했다. 그런 가운데 2024년 윤석열 정부가 도생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니까 2021년 도생이 잘 팔려나갈 때도 도생 규제 완화가 이뤄졌고, 2024년에는 도생이 미분양되어 골치였는데도 도생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 어떤 경우든 규제 완화를 원하는 세력은 규제 완화의 논리를 만들어 낸다.

하나 더. 이미 완화된 도생 규제를 또 완화하는 것은 국토부가 전세의 대안으로 밀고 있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정책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이 비싸고 전세가율은 낮아서 기업이 들어오기 어려우니 비아파트 시장에서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모델을 먼저 활성화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앞서 정부는 장기임대사업을 하는 기업에게 임대료 규제도 풀어주겠다고 밝혔다. 주의해야 한다. 민간 기업이 도생이나 오피스텔을 대거 사들여 장기임대 사업에 나서게 된다면, 한국의 1~2인 가구 임차인들은 더 비싼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니까.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들의 모습. ⓒ연합뉴스

6년 주택임대사업자 부활

비아파트 시장 되살린다, 6년 단기 등록임대 도입[부동산백서](25.02.01 뉴시스)

비아파트 '6년 단기임대' 부활...고가 2주택자 전세보증금에 과세[세법시행령](25.01.16 헤럴드경제)

올해 6월부터 의무임대기간 6년의 단기 등록임대 제도가 도입된다고 국토부가 밝혔다. 이 역시 8·8대책에 수록되었던 내용이며, 지난해 여야 합의로 민간임대주택법의 관련 조항 개정이 이뤄졌다.

6년 단기 등록임대 도입에 대해 국토부는 "전세 사기로 망가진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기에 부동산 투기를 불렀던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주택임대사업자 세금 특혜였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포함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주어졌으므로, 비아파트의 경우 자기 자본이 많지 않아도 전세 끼고 주택을 10채, 100채도 쉽게 사들일 수 있었다. 이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이 '투기의 꽃길'이고 '전세 사기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자 2020년 문재인 정부는 단기(4년) 등록임대를 폐지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4년이 아닌 6년 등록임대를 다시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6월 이후에 공시가격 수도권 4억 원 이하, 비수도권 2억 원 이하 오피스텔을 사들여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이라도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을 받는다. 게다가 거주주택에 대해 양도세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까지 준다. 투자자들에게는 '절세'의 기회가 된다. 재개발 지역에서 빌라를 몇 채 사들여 6년만 보유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도 있다. 건설사들의 입장에서는? 오피스텔과 도생을 마음껏 지어 임대사업자들에게 분양하라는 신호가 된다.

비아파트 시장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은 과거 집값 상승기에 '과열' 상태였을 가능성이 있다. 과열이 있으면 조정도 당연히 온다. 지금 빌라 전세 기피, 토지비와 공사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과거보다 시장이 침체했다고 해서 투자자 혜택을 확대해 가며 주택 매입을 부추기는 것이 온당한지 의문이다.

6년 등록임대 도입 내용이 포함된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위를 통과하던 날인 2024년 9월 26일, 국토위 위원 중에 이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2명밖에 없었다. 그 2명 중 손명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발언을 인용해 본다.

"이게 지금 빌라를 몇백 채씩 건설을 해 가지고, 더구나 이 제도가 부활하면, 지금 현재도 HUG의 보증 사고 대부분이 많게는 수백 채 적게는 수십 채를 가진 소위 여러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사기를 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이것을 아예 더 도와주는 모양새가 되는데, 이 수조에 해당하는 돈을 차라리 매입임대를 하거나 공공기관에서 건설해서 임대를 주면 임차인도 지원이 되고 이 재원이 소위 나쁜 사람에게 갈 일이 없는데 지금 이런 식으로 가면 결국 국가가 관은 수조씩을 악덕 임대업자나 결국은 건설업자까지 포함이 되지요. 그 사람들에게만 결국 이게 지원되고 (…)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왜 이런 식으로 지금 이거를 하는지, 저는 굉장히 의문이 들고 차라리 이 큰 재원을 좀 합리적으로 썼으면 좋겠다." (손명수 의원, 24/09/26 국토위 회의록)

임대차 2법 폐지까지 거론하다

임대차 2법은 계약갱신청구권(2+2),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인상률 5% 상한)의 3가지를 가리킨다.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동시 폭등으로 민생의 어려움이 컸던 시기에 문재인 정부에서 여당 주도로 통과시켜 2020년 7월부터 시행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이 법을 손질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최근 국토부가 국토연구원의 ‘주택 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 연구’라는 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완전 폐지냐, 수정 보완이냐...갈림길 선 '임대차 2법'(25.02.06 한국경제)

"임대차2법, 전세가 이중가격 부작용... 폐지까지 검토해야"(25.02.07 동아일보)

"완전 폐지" vs "부분 개편이 현실적" 갑론을박[기로에선 임대차 2법 ②](25.02.10 이투데이)

<한국경제>는 기사 제목에서 임대차 2법이 '갈림길에 섰다'는 표현을 사용했고, <동아일보>는 "폐지까지 검토해야"라는 문구를 기사 제목에 넣었다. <이투데이>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서 임대차 2법의 폐지 또는 개정에 무게를 실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는 임대차 2법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과 개정(보고서에서는 '개선'이라 표현)하는 방안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개정 방안은 △지역지정제도 또는 지자체 위임(지역별로 다르게 운영) △임대인과 임차인 자율 적용(계약 시 합의하는 경우에만 적용하자) △상한요율 등 조정(현행 5%인 임대료 인상 폭을 높이자) 등이다. 하나같이 임대차 2법의 본질을 훼손하는 내용이다.

첫째, 지역별로 실정이 다르다고 해서 임차인 보호 제도를 지역별로 다르게 운영하자는 것은 서울과 수도권만 남기자는 이야기다. 나중에는 서울에서도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둘째,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하는 경우에만 임대차 2법을 적용할 경우 임대차 2법은 형해화한다. 당연히 임대인은 적용하지 말자고 하고 임차인은 적용해 달라고 해서 갈등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전세가격 상승 국면에서는 임대인에게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셋째, 상한요율 재설정은 전세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의 5% 상한선도 어떤 임차인에게는 부담인데, 이 상한선을 높이자는 것은 오직 임대인을 위한 제안이다. 보고서는 임대차 2법의 본질인 임차인 보호를 망각 또는 무시하고 있다.

현재 국회 구성을 생각하면 당장 임대차 2법 개정은 쉽지 않을 텐데, 지난해 4월 완료되었다는 보고서를 국토부가 손에 쥐고만 있다가 뒤늦게 공개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동안 파장을 우려해서 공개를 못 했던 걸까? 아니면 정말로 법 개정을 추진해서 임차인 보호를 완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걸까? 너무 늦었다. 윤석열 정부의 숙원사업은 이제 깔끔하게 포기해야 한다. 임대차 2법에 손을 대고 싶다면 선진국 수준으로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마땅하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사이에 서울시가 강남권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그동안은 해당 구역 내에서 실수요자만 매매가 가능했지만, 이제 실거주용 주택이 아니더라도 전세 끼고 매매가 가능해졌다. 강남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서울시는 대체 왜 이런 '전격적인' 조치를 발표했을까? 19일에는 기재부, 국토부, 금융위 합동으로 건설시장 정상화 방안을 또 내놓는다고 한다.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이번에는 또 무슨 혜택을 준다고 할까? 부동산 정책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주권자들이 감시를 게을리하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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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이

안진이 the삶 대표는 '더 나은 일과 삶'을 위해 플랫폼 기업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노동 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the삶 공식 뉴스레터(33레터) 구독 링크 https://the3together.ghost.io/#/portal/sign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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