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이뤄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도 윤석열은 증언자 다수의 일관된 주장들을 부정하거나 침묵하며 탄핵 인용을 회피하기 위해 발악했다. 주장의 앞뒤가 안 맞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탄핵을 피하기 어렵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불안감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이 부결됐고, 헌재의 아홉 번째 재판관이 될 마은혁의 임명이 온갖 색깔론 공세로 인해 더뎌지고 있다. 국회 결정까지 부정하고 있는 최상목 권한대행을 '내란 동조자'로 보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여전히 윤석열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은 훨씬 높다. 우리는 계속 헌재와 내란죄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광장 투쟁에 힘을 실고, 동시에 윤석열 퇴진의 주도성을 평범한 사람들의 사회대개혁 목소리가 쥘 수 있도록 싸워야 한다.
이준석의 반지성주의
우리는 많은 것이 불분명한 채로 조기 대선을 마주하고 있다. 가장 먼저 깃발을 올린 것은 당내 지분 다툼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개혁신당이다. 지난 2월 2일 이준석은 홍익대 인근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며 "반지성과의 전면전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지성주의 포퓰리즘이 문제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준석이 할 말은 아닌 듯하다. 3일 밤 그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동덕여대 사태의 본질은 (…) 반지성·반문명적 행위로 본인들의 의견을 표출한 '야만적 폭력'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의 총체 중 의도적으로 일부를 생략하고 '선택된 특정 사실'을 침소붕대(針小棒大)하는 것일 뿐이다.
동덕여대 재학생 절대 다수가 몇 번이고 총회를 성사시키고, 나아가 완강하게 점거 농성을 이어갔던 이유는 학교당국이 일방적이고 반민주적으로 남녀 공학을 추진하면서 학생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학 내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것은 사학비리로 얼룩진 동덕여대 당국이었다. 진실을 왜곡하고 사회 담론을 훼손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이준석이야말로 반지성주의의 첨병이다.
국민의힘의 극우화
국민의힘 역시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었다. 겉으로는 탄핵심판의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주도면밀하게 정권 연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국민의힘은 설 연휴 직전 각 시·도당에 시·도별 정책 의제를 발굴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고, 이재명 비호감 여론에 편승하며 반대급부를 챙기려 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압도적 1등을 차지하는 것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지만, 어느덧 20퍼센트까지 다다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한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한 수치는 이재명 지지율을 초과한다. 이들은 조기 대선 역시 결국엔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힘은 이제 내란 사태에 아무 책임감 있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뻔뻔함이 무기인 것처럼 행동할 뿐이다. 광장의 힘으로 국힘을 실질적으로 해체시키는 투쟁이 계속 필요하다.
지지율 정체에 쫓기듯 우경화하는 이재명
한편, 민주당은 이재명 지지율의 박스권 정체와 국민의힘-민주당 지지율의 역전에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의 갑작스러운 우경화 행보가 이를 방증한다. 설 연휴 전인 지난 1월 23일,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나 다름없는 기본사회 공약의 재검토를 시사하고, 분배보다는 성장을 강조했다. 연휴 직후인 1월 31일에는 "정부나 여당이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 하겠다고 한다면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면서 철 지난 낙수효과론에 힘을 실었고, 급기야 2월 3일에는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의 주52시간 상한제 예외 적용을 목적으로 하는 토론회까지 열었다. 이날 이 대표는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자신의 우클릭 행보를 포장했다.
우클릭한다고 정체된 지지율이 오를까? 이는 거대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민주당과 국힘 사이에 있는 '중도층'일 거라는 단정이 만든 착각일 뿐이다. 이재명 대표의 조기 대선 첫발은 스텝이 꼬여도 한참 꼬였다. 이용우·이인영 의원 등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고, 그간 민주당 지지를 표명해온 한국노총 역시 '지지 철회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더구나 이번 반도체특별법 개정은 이후 더 많은 업종에서의 노동시간 상한 제외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높다. 노동시간 감축과 양질의 일자리 확충을 사회대개혁의 중요한 요구로 내세울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입장에선 심각한 '배신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광장이 더 힘차게 기세를 모으기를 주저했던 바로 그 순간, 극우 세력이 등장해 가짜뉴스로 대중을 조직했고, 이내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이후 이들은 세력 다툼으로 자중지란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대중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차기 대권 지지도가 비상계엄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로서는 매우 초조했을 것이다. 이 초조함이 광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수준의 우경화를 낳았다. 하지만 이는 시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는 뒷걸음질일 뿐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본격적인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광장을 채웠던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광장 집회를 굳건하게 유지해야 한다. 극우 집회에 뒤지지 않는 기세와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여정의 핵심 자산이다. 광장이 흔들리면 퇴진도 흔들리고, 민주주의도 위협받는다. 둘째, 사회대개혁을 위한 논의를 풀뿌리에서부터 전면화해 광장의 요구가 단순히 '윤석열'만 끌어내는 게 아니라, 윤석열들이 만든 비뚤어진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이었음을 환기해야 한다. 오늘날의 불평등과 혐오, 노동권 후퇴를 넘어서기 위한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셋째, 악무한과 이전투구만 반복하는 거대 양당을 넘어, 사회대개혁 요구와 새로운 대안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대선 구도가 어떻게 펼쳐질 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위기는 얄팍한 대책으로는 해소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광장과 일터, 일상으로 확대할 때, 비로소 우리가 마주한 구체적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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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이하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에서 발행하는 <윤석열 퇴진 시키고 평등으로>에 실렸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에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에 함께 하는 다양한 사회운동단체들, 노동운동단체들,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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