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이재명 자리 파고드는 김동연…"쥐 없이 고양이 무슨 소용?"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정체성 분명히 유지해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생회복지원금 포기, 주 52시간 상한제 후퇴 발언 등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하면서 선명한 색깔을 내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우클릭'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김 지사가 "실용적인 접근은 좋지만 그 자체 목표가 바뀌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당내 대선 경쟁 구도와 관련해 전선이 보다 선명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지사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AI 기술 진보 시대에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본질인가? 시대를 잘못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지금 대한민국 반도체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핵심은 첫째 재정을 포함한 과감한 지원, 둘째 전력과 용수 문제 해결, 셋째 반도체 인프라 확충이다.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현행 근로기준법의 예외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실제적인 사유가 있다면 현행 제도를 수정·보완하면 된다. 다른 데 시간 허비하지 말고 인프라 확충과 용전·용수 문제 해결 방안부터 빨리 논의하라"고 했다.

이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개최한 민주당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의 고액연봉자와 주요전문가에 한해, 본인이 동의하는 조건에서 한시적으로 주52시간 예외를 만들어보는 것에 대해 논의하자"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다.

김 지사는 또 이재명 대표의 '흑묘백묘론'을 두고 "쥐는 사라지고 고양이만 남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쥐를 제대로 쫓아가서 잡아야 한다. 민생회복지원금 포함한 민생 추경,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 정부를 향해 "만약 정부와 여당이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하겠다는 태도라면 우리는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으로 읽힌다.

김 지사는 이날 MBN <나는 정치인이다>에 출연해서도 "민생회복지원금 같은 경우를 하자고 추경을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빼자고 하면 '그럼 무슨 추경이지?'하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라며 "실용주의적 접근을 우리가 해야 될 가치와 목표로 치환할 수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지사는 "제가 적어도 이번 추경에서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 한 15조, 그다음에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해서 한 15조, 민생회복지원금에서 10조 이상의 투자 얘기를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까 금투세도 그렇고 52시간도 그렇고 민생회복지원금도 그렇고 우리가 가려는 방향과 가치는 분명히 하되 방법 면에 있어서의 실용적인 접근은 좋지만 그 자체 목표가 바뀌는 것은 맞지 않다. 또는 아주 신중히 검토해야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핵심가치가 실용주의다'라고 밝힌 데 대해 김 지사는 "저는 각도를 달리 본다. 진보의 가치나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서 푸는 거는 저는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가치가 실용주의냐 실용주의자냐 하는 거는 좀 다른 얘기"라며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보의 미래'라는 책에서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다. 그러면서, 진보와 보수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뢰다, 이런 얘기를 했다"며 "(차기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리더로서의 자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민주당에 지금 어떤 후보가 되더라도 함께 단합해야 한다. 그리고 또 민주당뿐만이 아니다. 내란과 계엄에 반대했던 그리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던 모든 세력들이 합쳐서 만든 후보 내지, 그 힘이 (다음 대선에서) 반드시 이기리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보스포럼 일정을 마친 뒤 2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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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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