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장파 김재섭 의원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변론을 두고 "지금도 국회 본회의장에 가게 되면 저 뒤쪽에 부서진 의자들을 막 쌓아놓은 게 있다"며 "계엄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이지 계엄이 벌어진 사실이 없던 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김 의원은 5일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 나온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변론에서 계엄 당시 상황을 두고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계엄에 대한 비판 및 수사 등을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는 느낌"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에 "(윤 대통령의 발언은)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맥락"이라며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은 아니다", "군이 국회에 들어왔었고, 헬기가 떴었고, 유리창이 부서졌던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 국민이 포고령을 확인했고, 군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까지 확인했기 때문에 이 말은 저한테는 약간 공허하게 들린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전날 변론의 효과에 대해서도 "더 불리하게 된 것"이라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특히 그는 윤 대통령 측의 '의원이 아니라 요원' 주장과 관련해 "홍장원 국정원 전 차장 같은 경우에도 '(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받았다(고 했다)"며 "당사자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아무래도 좀 걱정은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의 적극적인 '거리두기'를 당에 주문했다. 김 의원은 "찬탄파(탄핵찬성파)부터 반탄파(탄핵반대파)까지 보수진영에 넓게 스펙트럼이 있다"며 "이 분들을 다 아우를 수 있으려면 계속 대통령이랑 유착되는 모습이 좋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접견한 자리에서 민주당을 '나치'에 비유해 비판했다고 전해졌는데, 김 의원은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주장하며 이 비유를 뒤집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나치와 결별해 보수의 부활을 이끈 독일 보수정당처럼 국민의힘 또한 '계엄세력'인 윤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나치가 패망하고 나서 (독일) 보수정당이 다시는 집권을 못 할 줄 알았는데 한 2~3년 만에 다시 집권했다", "정말 뼈를 깎는 쇄신을 당시에 많은 보수진영 정치인들이 했다"며 "나치와 확실하게 결별하고, 정말 집권여당이고 독일을 안정시킬 수 있는 세력으로서의 보수당을 보여주는 게 사실은 지금 우리가 새겨야 되는 나치의 교훈"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국민의힘 또한 적극적인 조기대선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기대선이라는 말이 사실은 (당에서) 금기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법원의 판단을 예단할 수 없고,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고 인용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보수진영 내에서 대통령 자체보다 보수의 가치에 동조하는 유권자들을 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 공간은 늘 확보해놔야 된다"고 말했다.
조기대선 준비를 위한 당의 구체적인 과제로는 △서부지법 폭동 옹호 △부정선거론 주장 △계엄 옹호 등을 주도하는 강성지지층과의 결별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얼마 전에 서부지법 폭력사태 이런 것은 우리가 이만큼도 옹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폭력사태를 용인하거나 내지는 비호하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윤리위에 제소해서 징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은 우리가 단호하게 강성지지층의 말을 들어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부정선거 담론 이거는 그냥 선거시스템 자체를 못 믿게 하는 것"이라며 "(부정선거) 내지는 계엄을 옹호한다든지. 이 세 가지는 제가 동의할 수 없고요. 여기는 당 지도부 차원에서 끊어주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도 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선 '부정선거 증거 확보를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 측 입장을 "도둑을 잡으러 담장을 넘어 (남의 집에) 들어갔다"는 비유로 설명하는 등 사실상 계엄 및 부정선거 음모론을 사실상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자당 의원들이 이같이 부정선거론 질의에 집중한 것을 두고도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서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이 제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니까 그거라도 일단은 좀 밝혀보자라는 취지인 것 같다"면서도 "이 부정선거라는 것은 제가 계속 우려가 되는 게, 국민의힘에서 공식적으로 '아니다'라고 얘기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께서 2022년 본인 대선에서 사전선거를 하셨고, 사전선거 독려 캠페인을 국민의힘에서 반복적으로 했다"며 "그러면 우리 국민의힘이 자주 얘기하는 당론은 부정선거가 없다는 것이 맞을 것", "새삼 우리가 부정선거 의혹을 다시 밝혀보자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부정선거 음모론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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