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잘못 열면 엔진 빨려들 수도"… 에어부산 화재, 전문가 조언은?

"보조배터리, 몸에 지니고 직접 관리해야…기내 반입 기준 마련은 필요"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의 원인이 보조배터리 발화로 점쳐지는 가운데, 항공 전문가가 보조배터리를 기내에 반입할 경우 승객이 직접 소지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화재 발생 직후 승객이 직접 비상구 문을 열고 탈출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선, 자칫 다른 승객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동이라며 기장과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탈출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기내 보조배터리 반입과 관련 "'핸드 캐리지(hand carrige)' 또는 '캐리지 온(carrige on)'이라는 표현을 쓴다. 내가 직접 들고 몸에 소지하는 상태를 뜻한다"며 해당 표현에는 "내가 확인하고 관장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배터리를 위쪽 선반에 넣어놓고 (선반 문을) 닫아버리면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 과거에도 이런(선반에 넣어놓은) 보조배터리나 휴대폰에 불이 난 적이 있다"며 "대부분 휴대폰은 자기 몸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불이 나면 인지하고 바로 소화해 문제가 없는 상태를 많이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정 교수는 "그런 차원에서라도 보조배터리 또는 리튬 메탈 배터리는 내가 볼 있는 식탁 위나 의자 밑에 놔두는 것이 맞다"며 보조배터리 기내 반입을 허용하는 데는 "'내가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주 깊게 포함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교수는 '보조배터리를 기내에 반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휠체어, 심장박동기 등 보조배터리를 의료용으로 갖고 다니셔야 하는 분들도 있다"며 "보조배터리를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승무원에게 이야기해 따로 보관하거나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수조 옆에 보관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항공기에 반입시킬 수 있는 보조배터리의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 이상의 보조배터리만 반입"을 허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직후 승객이 직접 비상구 문을 열고 탈출한 데 대해서는 "본인은 물론 다른 승객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며 "기장이나 객실 승무원의 지시 없는 상태에서 임의로 문을 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승객은 외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태"라며 자칫 항공기 엔진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상구 문을 열고 고무튜브로 된 비상탈출 슬라이드로 탈출을 시도할 경우 "슬라이드가 엔진 쪽으로 흐르면서 사람이 그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휴대폰 등이 떨어지면서 엔진으로 빨려들어가 엔진 뒤쪽으로 불꼿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화재 발생 직후 "기다리는 승객 입장에서는 왜 (기장이나 승무원이) 지시를 안 하는지, 모르고 있는 거 아냐? 착각할 수 있다"며 "조종석 내에서는 기내 화재 절차와 탈출 수행 절차를 시행하고 있고 관제사와 교신하며 구조 인력을 보내달라는 등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승무원이 화재 발생 직후 아무것도 안 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질문에 정 교수는 "승무원들도 기장이 지시할 때까지 자리에서 뜨지 않는다. 왜냐면 (승객과) 동일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탈출 지시가 나올 때 비로소 승무원도 벨트를 풀고, 손님들에게 '지시에 따라달라'고 명령을 하고, 문을 열고 슬라이드를 펴는 등 탈출 작업을 한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28일 밤 10시 15분경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으로 출항하려던 에어부산 항공기 후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후 김해공항 소방대가 출동해 화재는 사고 발생 약 15분 만인 10시 30분경 진압됐고, 탑승자는 전원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 상황과 관련 승객들은 기내 뒤편 수하물을 두는 선반에서 '타닥'하는 소리가 났고 그 후 연기가 관측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경찰청 등은 사고 항공기를 제작한 국가인 프랑스의 항공조사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이르면 이날부터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을 위한 합동감식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와 사고기 위험관리평가를 한 뒤 현장 감식 일정을 정할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항철위는 "항공기에는 약 3만5천900파운드의 연료와 승객용 비상 산소 용기 등 위험물이 실려 있는 상태"라며 "폭발 등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동체 화물칸 손상 여부, 항공기 연료 제거 필요성, 비상 산소 용기 분리 등 안전조치에 대한 점검이 먼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에어부산 사고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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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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