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김경수 작심 비판' 다음날 이재명에 "통합·포용 행보" 당부

김경수 언급은 없었지만 "당 안팎 통합·포용 동시 진행해야"…李 "그런 행보 하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통합·포용 행보가 민주당의 앞길을 여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가 설 명절을 맞아 30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하자 1시간 30분가량의 차담을 통해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민주당과 이 대표가 통합하는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도 잘해줬으면 좋겠다"며 "특히 지금 같이 극단적으로 정치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선 통합·포용 행보가 민주당의 앞길을 여는 데 매우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차담 종료 직후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큰 정치적 변화가 생겼을 때에도 포용하고 통합하는 행보가 갈등을 치유하는 방안일 것"이라고 각별히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대표는 "크게 공감하고 있고 그런 행보를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조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전날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정당사유화'를 언급하고 친명계를 겨냥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등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판한 직후 이뤄진 터라 관심을 모았다.

김 전 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일극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며 지방선거, 총선 과정에서 당을 떠난 인사들에 대한 사과와 복귀 여건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재명 지도부의 '친문 탄압'을 공식적으로 주장·비판한 셈이다.

조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문 전 대통령은 김 전 지사에 대한 언급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최근 외연확장 행보를 보이는 이 대표에게 '포용 행보를 당 안팎으로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김 전 지사 또한 전날 글에서 이 대표의 외연확장 행보를 언급하며 "그런 원칙이 우리 당 안에서 먼저 구현된다면 그것이, 크게 하나 되어 이기는 길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조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의 현재 정책의 저변을 넓히는 활동, 당의 지반을 넓히는 활동을 높게 평가했고, 그런 걸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통합·포용 행보를 (당 안팎으로) 동시 진행해야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구체적으론 "당 내든 바깥이든,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 상대로도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포용하려는 행보 보이는게 좋겠다"고 말했고, 이 대표 또한 그에 공감을 표했다고 조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다만 "포용과 통합의 원칙은 말 그대로 정말 원칙적이고 기준이 돼야 할 말씀을 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현상과 상황에 대해 딱 집어서 '이건 이렇게 해라, 저건 저렇게 해라'라고 말은 안 하신다"고 덧붙였다.

또 문 전 대통령은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란이 벌어져 자영업자를 비롯해 서민들이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며 "추경 편성을 위해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에 이 대표는 "우리가 제시한 안을 고집할 생각이 없고, 정부가 추경을 빨리 결정해주면 논의하고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문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당시의 트럼프 행정부와의 소통 노하우 활용,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비전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 등 당부사항을 이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최근의 탄핵국면에 대해서는 "국민이 위대했고 국민이 대단하다", "민주당 의원들도 역할을 잘했다", "문제를 조기에 수습한 것에는 국민들의 힘과 야당의 힘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계엄·탄핵 등) 그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역시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도 주문했다.

▲3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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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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