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거부한 KT직원 숨진 채 발견…노조 "명백한 타살"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다"…구조조정 중단, 경영진 사과 등 촉구

KT에서 구조조정을 거부하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났다. 사내 2노조인 KT새노동조합은 강압적 구조조정이 비극의 원인이라 주장하며, 구조조정 중단 및 최고 경영진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사측에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KT새노조는 22일 서울 종로 KT광화문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KT 구조조정 거부로 토탈영업TF로 발령받은 한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며 "회사가 강행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매우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KT는 지난해 2800명 희망퇴직, 1700명 자회사 전출을 통해 45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시행하며, 고인을 포함 구조조정을 거부한 직원을 영업부서인 토탈영업TF에 배치했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겪는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회사 측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망은 회사가 추진한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결과"라며 사측에 △유가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구조조정 중단 및 토탈영업TF 인사발령 철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구조조정과 관련 "안창용 부사장은 지난해에 직원들 모아놓고 '(구조조정에서 버티면) 자괴감 들고 모멸감 들 것'이라고 했다. 그 사람 지금도 KT 경영진이다. 최시환 KT자회사 대표도 젊은 직원 다 모아놓고 '회사가 결정했는데 안 나가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며 "그 결과 직원이 목숨을 끊었다. 이건 명백한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누구 하나 책임 지는 사람이 없다.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지 않나"라고 호소했다.

고용노동부가 KT의 구조조정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내 1노조인 KT노동조합 내 모임인 'KT민주동지회' 소속 이원준 씨는 "작년에 회사의 구조조정에 대한 불법적 압박 행태에 대해 노동청에 진정을 넣으며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두 달이 넘도록 아무런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고 노동부는 방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행태를 벌인 정부 또한 고인의 죽음을 불러온 공범에 다름 아니다"라며 노동부에 KT 구조조정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KT 측은 해당 직원이 "본인의 선택으로 직무를 전환해 배치가 이뤄졌고, 새 직무를 수행하게 된 직원들의 조기 안착을 위해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KT새노동조합이 KT민주노동지회, 공공운수노조 방송통신협의회 등과 함께 22일 서울 종로 KT광화문빌딩 앞에서 '반복되는 낙하산, 다시 시작된 죽음의 KT'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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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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