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과 저주, 파괴와 증오의 시대에 읽어볼 만한 책

[최재천의 책갈피] <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 :증오의 역습>

지금 우리 시대는 상식의 시대가 아니다. 폭력의 시대다. 야만의 시대다.

합리성의 시대가 아니다. 주술의 시대다. 저주의 시대다.

이성의 시대가 아니다. 파괴의 시대다. 증오의 시대다.

정치적 양극화가 아니다. 갈등의 양극화도 아니다. 이미 '감정의 양극화(최장집)'다. 아무리 포장하더라도 '비토크라시(Vetocracy, 프랜시스 후쿠야마)' 정도다. 한국 사회는 증오의 정치가 지배한다. 암울하고 극단적인 증오의 그림자 말이다.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법정신의학자 라인하르트 할러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 :증오의 역습>(라인하르트 할러 글, 김희상 번역, 책사람집)에서 '나쁜 정치인들의 수법'을 정리했다.

"주로 종교 지도자와 세속의 정치가인 이들은 선동적인 말과 글로 증오에 불을 지르고, 거리낌 없이 폭력을 조장한다. 뛰어난 언변과 탁월한 선동 능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주로 쓰는 증오 세뇌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끊임없는 구호로 부정적 생각 심어 주기. /개인이 자신의 위상을 의심하고 상대화하는 것을 차단하기. /증오 대상과 그룹에 잘못 전가하기. /모든 공감의 거부. /증오의 합리화와 찬미."

증오는 이들이 가진 최고의 무기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책갈피를 뒤적이고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 대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이 고통의 시대에. 이 증오의 시대에.

"증오는 인간의 모든 감정 가운데 가장 원초적인 것이다." 그리고 "증오는 상대의 존엄성을 짓밟고 조롱하고 경멸하며 공감과 소통을 방해하고, 낙인을 찍어 고립시킨다." 그러면서 "증오는 집요하게 목적을 추구한다. 증오는 흔히 특정 인물이나 물건, 집단이나 민족, 성향이나 이데올로기를 향하지만, 세계 전체 또는 심지어 자기 자신을 겨누기도 한다. 증오는 사랑을 상실한 반응, 공허함 탓에 빚어진 자포자기 또는 절망으로, 자기혐오로도 표출된다."

이런 증오의 위험성을 누가 모를까. 그럼에도 증오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며 우리의 존엄과 이성과 헌법을 파괴 중이다. 이런 위험성을 다 알면서도 증오를 신으로 추앙하며 인간의 이성을 먹잇감으로 내어준다. 이것이 바로 2025년 1월 현재의 한국 사회다.

고통스럽더라도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증오는 생명을 마비시킨다. 사랑은 생명을 자유롭게 풀어 준다. 증오는 인생을 혼란에 빠뜨린다. 사랑은 균형을 잡게 해 준다. 증오는 인생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며, 사랑은 인생을 환하게 밝혀 준다."(마틴 루터 킹)

▲ <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 :증오의 역습> 라인하르트 할러 글, 김희상 번역ⓒ책사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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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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