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에서 러시아로 향하던 여객기가 항로를 바꿔 카자흐스탄에서 25일(현지시간) 추락해 탑승자 절반 이상이 숨졌다. 여객기가 항로를 크게 바꾼 것이 이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 공격에 대응하는 러시아 방공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당국은 25일 오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러시아 체첸공화국 그로즈니로 향한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가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 인근에서 추락해 승무원 5명을 포함한 탑승자 67명 중 38명이 숨지고 29명은 목숨을 건졌다고 밝혔다. 카자흐 당국에 따르면 탑승자 대부분인 42명이 아제르바이잔인이고 16명은 러시아인, 6명은 카자흐스탄인, 3명은 키르기스스탄인이었다.
추락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러시아 <인테르팍스>에 따르면 카자흐 당국이 사고 항공기의 블랙박스를 발견했다고 밝혀 관련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추락 전 항공기가 카스피해를 건너는 방식으로 항로를 크게 변경한 데 여러 추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추락 원인을 추측하기는 이르지만 "내게 전달된 정보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는 기상 조건 악화로 항로를 변경해 악타우 공항으로 향했고 착륙 중 추락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항공 감시 기관은 항로 변경에 대한 초기 분석으로 "조류와의 충돌"을 내놨다. "조류 충돌로 비상상황 발생 뒤 대체 비행장으로 악타우가 선택"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는 비행기가 새와 부딪힐 경우 일반적으로 더 가까운 비행장에 착륙을 시도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항공 전문 컨설팅사 에어로다이나믹자문의 분석가 리처드 아불라피아는 새와 부딪히면 "비행기가 통제력을 잃을 순 있지만 결과적으로 항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로즈니는 바쿠 사이 거리는 460km 가량으로 비교적 가깝고 인접 지역으로 바다를 건널 필요가 없다. 평균 비행 시간도 1시간 이내다. 그러나 추락한 악타우는 비행기의 원 항로인 이 지역과 카스피해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다. 그로즈니와 악타우 사이의 거리는 445km 가량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항로 변경이 이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무인기 공격에 대응하는 러시아 방공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로이터>는 사고 항공기가 향하던 그로즈니는 체첸 당국이 이달 수 차례 우크라이나 무인기 공격을 받았다고 밝힌 곳임을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쪽은 이 지역에 대한 공습을 인정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항공기 추락 당일인 25일 오전에도 지역 당국이 그로즈니와 인접한 러시아 인구셰티아 및 북오세티아에서 무인기 공격이 일어났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추락이 러시아 방공망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전문가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영국 항공보안업체 오스프리플라이트솔루션 최고정보책임자 맷 보리가 "잔해 영상과 러시아 남서부 영공 보안 환경 주변 상황을 보면 항공기가 어떠한 형태의 대공포에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 군사 방공 체계에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로즈니에서 90km 가량 떨어진 북오세티야 블라디캅카스 당국은 25일 오전 8시28분께 러시아 방공망이 우크라이나 무인기를 격추해 떨어진 파편으로 인해 이 지역 쇼핑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화재로 쇼핑몰 내부에서 여성 1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항공기가 전쟁의 간접적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미 CNN 방송은 이 지역에서의 무인기 활동으로 인해 해당 항공기의 비행 경로에서 가장 가까운 러시아 공항이 25일 오전 폐쇄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는 사고 항공기가 그로즈니 인근에서 "강력한 GPS(위성항법장치) 방해에 노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AP>는 러시아가 과거 광범위한 지역에서 GPS 전송을 방해한 혐의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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