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덕수 탄핵 보류로 급선회…의총 결정 2시간만에

박찬대 "헌법재판관 임명하는지 지켜보겠다…韓에 마지막 기회"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오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방침을 2시간 만에 다시 뒤집어, 탄핵소추안 발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일단은 탄핵 절차는 밟지 않기로 했다"고 한 지 9일만인 이날 탄핵소추안 발의로 급선회를 한 데 이어 이를 재차 뒤집은 것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초 탄핵소추안 국회 의안과 접수가 예정된 시각이었던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의안과 앞에 나타나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 성안(成案)이 완료됐고 당론을 통해 오늘 즉시 발의하기로 했지만, 국민들 마음을 헤아려 26일 헌법재판관(임명) 등 우리가 요구한 사안이 이행되는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가 한덕수 총리에게 요구한 3가지가 △상설특검 추천 의뢰를 즉시 하라 △김건희 특검과 내란 특검에 대한 공포를 즉시 하라 △또 26일에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선출이 의결되면 지체없이 임명하라, 이 3가지 요구사항"이라며 "26일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3인 임명동의가 이뤄졌을 때 즉시 임명하는 절차까지 지켜보기로 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마지막 기회"라고 표현했다.

앞서 민주당은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24일 발의, 오는 26일 본회의에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직접 의원총회 발언에 나서서 "지금까지는 혹여라도 국무총리가 국정 안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것을 기대했는데, 오늘(24일) 아침 발언을 보니까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고 내란세력을 비호할 생각밖에 없어보인다.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까지 했었다. (☞관련 기사 : 민주당, 한덕수 탄핵소추안 24일 발의…26일 본회의 보고키로)

그랬던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총리 탄핵안 발의 당론을 2시간만에 뒤집은 데 대해, 박성준 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도부가 판단해볼 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고 결정한 것"이라며 "하루 차이이지 않나. 헌법재판관 임명만 한 번 더 지켜보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을 시도했다.

박 원내대표도 퇴근 직전 다시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기대"라며 "기대를 하는 것 자체에 엄청난 인내가 요구된다. 마지막까지 국민 열망이 무엇인지, 국민이 바라는 국정 혼란이 빨리 종결될 수 있도록 결심하는 것을 국민과 함께 인내하면서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인내하며 정치력을 발휘하려 한 것은 평가할 만한 부분이지만,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가운데 사실상 정국 주도권을 쥔 176석 원내 1당의 의사결정이 시간 단위로 뒤집힌 것은 정국 안정성이라는 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애초에 특검법 공포 기한이 남아있고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서도 확고한 방침을 밝힌 게 아닌 상태에서 탄핵 추진을 결정한 것이 너무 서두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예상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날 한 총리가 오전 8시 국무회의에 이른바 쌍특검법(내란특검·김건희특검)을 상정하지 않고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서도 부정적 태도를 시사한 데 이어 △오후 1시30분께 정부 고위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2개 특검법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 "누차 유사한 법안들이 넘어왔을 때 저희가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를 할 때 여러 번 말씀드린 흠결이 전혀 지금 수정이 되지 않고 있다", "내란특검법도 같은 결함을 갖고 있다"고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 뉘앙스를 강하게 전한 것 △특히 이 고위관계자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국민의힘에서 '재판관과 검사가 같은 쪽에서 추천됐다'고 했는데, (한 총리가 '수사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공평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법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야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것도 내포된 것 아닌가"라고 한 것이 민주당의 탄핵 발의 당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한겨레>가 '여권 핵심 "한덕수, 헌법재판관 3명 임명 않기로 입장 굳혀"'라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민주당 당론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리실은 보도 직후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 입장을 정한 사실이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총리실의 이같은 해명이 의총 후 전해지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소추안 발의를 재고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총리 탄핵 추진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하는 등 정치권·시민사회 안팎의 우려 분위기도 작용했을 개연성이 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의총 후 총리실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아니다. 그냥 국민의 명령에 따라서 간절한 기대를 가지고 인내하면서 내린 결정"이라고 부인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이날 탄핵소추안 발의를 철회함에 따라, 오는 26일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하면 특검법에 대해서도 의결 시한인 올해 말일까지 시간을 더 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물론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면 민주당은 바로 다시 탄핵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박찬대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 제출 보류 이유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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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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