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이 종전 예상보다 강한 긴축 기조를 유지하리라는 소식이 나오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고 달러/원 환율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1450원선을 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종가 기준 달러당 1451.9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1435.5원 대비 16.4원(11.4%) 급등했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5년 9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번 상승세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가 강했던 당시 야간 거래에서 환율이 장중 1444원대까지 치솟은 데 비해서도 강하다. 지난 2022년 10월 25일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당시보다 큰 출렁임이다.
이날(현지기준) 미국 연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가 올해 마지막 회의를 가진 후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금리 인하 전망을 '매파적'으로 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낮은 4.25~4.50%로 조정했다. 지난 9월(0.5%포인트), 11월(0.25%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 금리 인하다.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 예측과 다르지 않았지만 연준의 내년도 전망이 문제였다. 연준은 함께 발표한 경제전망예측(SEP)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 수준을 종전 9월 전망치(3.4%)보다 0.5%포인트 높은 3.9%로 제시했다.
종전 4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가 이뤄지리라는 전망과 달리 두 차례에 걸쳐 0.5%포인트만 인하하기로 했다는 선언이다.
연준은 아울러 2026년 말 기준금리도 종전(2.9%) 전망보다 높은 3.4%로, 2027년 말은 역시 종전(2.9%)보다 상향조정한 3.1%로 각각 제시했다.
이를 두고 시장은 '매파적 금리 인하'로 평했다. 이번에는 금리를 낮췄지만 내년 태도는 보다 통화 긴축적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미국의 현재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새로운 국면(예상보다 긴축이 더 필요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앞으로 더 신중한 태도로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하리라는 소식에 따라 채권금리가 급등(채권가격 하락)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유통수익률은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4.51%로 전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대비 11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증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날 다우지수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23.03(-2.58%) 급락한 4만2326.87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낙폭은 지난 8월 5일(-2.6%)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다우지수는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마감하면서 지난 1974년의 11거래일 연속 하락 이후 50년 만에 최장 기간 약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S&P500 지수는 178.45(-2.95%) 내린 5872.16에, 나스닥 지수는 716.37(-3.56%) 하락한 1만9392.69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도 차갑게 식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8.50(1.95%) 내린 2435.93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21(1.89%) 내린 684.36으로 장을 마쳤다.
달러화 가치는 급등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108.23을 기록하면서 24시간 전 대비 1.38% 상승했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소식 이후 달러화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외국을 향한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와 미국 국내에 시행할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내 시장물가가 다시금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리라는 전망이 대두하면서다.
장기간 지속한 국내 경제의 취약성에 윤 대통령발 계엄 및 탄핵 사태라는 거대한 변수가 더해진 마당에 달러화 강세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금융시장 이탈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가치 상승세가 이어지고 국내 경제에 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원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그만큼 투자자금은 달러화를 향해 몰릴 수밖에 없다.
한편 이번 충격에 대응해 이날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 외환당국은 이달 말 만료 예정인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FX Swap) 계약 기한을 내년 말로 1년 연장하고,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이 계약은 국민연금이 달러화를 필요로 할 경우 외환당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먼저 빌려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구조다.
달러화 가치 급등기에 달러 수요가 생기면 그만큼 국민연금의 달러화 매입 부담이 커지지만 이를 대신 외환당국을 통해 사들이면 외환시장에 더 안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국민연금에 달러를 빌려주고 돌려받는 만큼, 일시적으로는 이 계약이 시행될 경우 외환보유액은 감소하게 된다. 한은은 앞서 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불안정해 지자 위기 상황에서는 외환스와프 거래를 실시하는 등 단기 환율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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