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도입될 예정인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헌법의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위배될뿐더러 학생들의 기본권까지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8일 성명을 내고 "AI 디지털 교과서는 맞춤형 교육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다양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AI 교과서의 졸속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변은 "AI 디지털 교과서는 방대한 양의 학생 학습데이터와 민감한 개인정보를 시스템을 제공 및 관리하는 민간 에듀테크 업체와 발행사 등에 제공하도록 설계됐다"며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들의 개인정보가 민간 업체에게 집적되고, 해당 개인정보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및 오남용의 위험성이 상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간업체가 수집하는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관리할지에 대한 계획이 불명확하다"며 "교육부는 정보 수집 및 정보 집적의 위험성에 대한 규범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지 않은 채 교육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민간기업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변은 AI 교과서 도입이 헌법상 교육권과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도 꼬집었다. 이들은 "AI 디지털 교과서가 표준 학습도구가 될 경우, 교사와 학생 개인은 현실적으로 AI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거나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선택을 할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동의가 강제돼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또한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31조 제6항은 "교육에 관한 본질적 사항을 법률로서 규정하라는 '교육제도 법정주의'"라며 "현재 초·중등교육법이 아닌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근거해 추진 중인 AI 디지털 교과서는 헌법의 요청에 반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민변은 AI 교과서가 기본권 침해 및 헌법 위반의 소지를 제외하더라도 학생들의 교육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AI 디지털 교과서는 스웨덴, 미국, 핀란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됐지만, 읽기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어 사용을 중단하는 상황"이며, "AI는 그 자체로 학습된 데이터의 편향성 문제로 인해 여성이나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같은 인간의 의식적, 무의식적 편견이 AI에 쉽게 침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심사 결과 및 도입 로드맵 조정안'을 발표하며 AI 교과서 도입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모든 학교가 AI를 채택하는 게 아닌 개별 학교장 재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AI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민변은 "교육부장관이 발표한 유예는 일부 과목에 대한 것으로, AI 디지털 교과서가 내년 3월부터 학교현장에 교과서로서 도입되는 것은 변함 없다"며 "국회가 본회의에서 위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여 AI디지털교과서의 졸속 도입을 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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