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만에 고개 숙인 유인촌 "계엄 자체가 발령된 게 잘못"

문화예술계 "한예종 폐쇄 사태, 대학에 대한 계엄 통제…'내란 동조자' 유인촌 사퇴해야"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후 보름 만에 "계엄 자체가 발령된 게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유 장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계엄이 선포된) 그날 집에서 뉴스를 보다 (윤 대통령이 계엄) 발표하는 것 보고 처음엔 가짜 뉴스로 생각했다. '계엄'이란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있지 않나"라며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국제적 위상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계엄 자체가 발령된 건 잘못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 정부 측의 사과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단한 정치적 배경을 깔고 호소한 게 아니다. 대통령도 저리 되고 국정 운영 자체가 대단히 어려우니 국무회의에서 사실 그대로 '정부 전체 입장을 국민들께 호소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국무조정실에서 작성한 호소문을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이 힘든 만큼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국민과 다수당인 야당에게 호소한 것으로, 그 이상은 없다"고 했다.

유 장관이 10일 발표한 호소문에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초래된 혼란에 대한 정부 측 사과는 없었다. 대신 야당의 계엄 관련자 탄핵 추진 움직임에 대한 "자제" 당부 메시지가 담겼다. 또 "대한민국의 치안과 법무 행정을 책임지는 장관들이 모두 (탄핵 또는 사퇴로) 공석이 돼버렸다"며 "모두 공석이 되면 국민들의 일상에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주장도 실렸다.

이같은 호소문을 두고 일각에서는 '유 장관이 계엄을 두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이 문체부의 지시로 폐쇄돼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서는 "그 내용은 나중에 뉴스 보고 알았는데, 당직자가 계엄이 발령되니 그 내용을 잘 모른 채 청사와 공공기관에 대해 통제하면 좋겠다고 해서 소속기관에 연락한 것 같다"며 "예술학교라 늦게까지 작업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귀가해 달라'고 안내방송한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문체부가 휴교령을 내리고, 장관이 지시했다는 말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문화예술계는 "한예종 폐쇄는 대학에 대한 계엄 통제"라며 유 장관을 '내란 동조자'로 보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범죄 대응 기구 '블랙리스트 이후'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6일 "문체부의 한예종 불법 계엄 통제 사태는 △문체부가 윤석열의 불법적인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것이며, △'대학'에 대한 불법적인 계엄 통제를 집행한 것이며, △당시 문체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비상계엄 동조 행위는 문체부 장관인 유인촌의 판단과 지시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유인촌이 윤석열 친위 쿠데타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한예종 폐쇄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유 장관을 내란·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도 18일 성명을 내고 유 장관을 향해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인물"이라며 "비상계엄을 고도의 정치행위이며 야당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윤석열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두둔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게다가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한예종의 출입문을 폐쇄하고 출입자 통제를 지시한 책임자"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친윤 검사' 출신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계엄)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어쨌든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비상계엄 사전 인지 및 여권 인사 만남 의혹을 부인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2월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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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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